찬미 예수님!
2022년 12월 4일 대림 제2 주일
우리 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단군신화’는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동굴을 나왔지만 곰은 끝까지 참았고 사람이 되었습니다. 비, 바람, 구름을 다스리는 책사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은 인간이 된 웅녀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단군왕검입니다. 하늘세계에서 사는 환웅은 아무런 조건 없이 인간세계를 위해서 내려왔습니다. 마치 하느님의 아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람이 되신 것과 비슷합니다. 환웅이 제시한 조건은 호랑이에게는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육식동물인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은 먹기 힘들었습니다. 잡식동물이 곰에게 쑥과 마늘은 먹을 만했습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호랑이에게 캄캄한 동굴에서의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곰에게 동굴에서의 생활은 편안한 집과 같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평등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말은 단군신화의 세상에도 쉽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태어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단군신화는 환웅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고 하였습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은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시천주(人乃天侍天主)의 동학사상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난과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죄인까지도 품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지고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숨까지도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링컨 대통령이 미국에서의 노예해방에 서명한지 100년이 되었지만 흑인들에게는 여전히 기회는 공평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흑인목사 마틴루터 킹은 1963년 8월 28일에 ‘I have dream'이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하였습니다. 연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는 어려움과 좌절의 순간이 있었지만 아직도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옛 노예의 자손들이 옛 노예 소유주의 자손들과 함께 형제애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4명의 자녀들이 언젠가는 그들의 피부색으로 판단되지 않고 그들의 인품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를 울리게 할 때 하느님의 모든 자손들인 흑인과 백인, 유태인과 이방인들, 신교도와 구교도가 손에 손을 잡고 옛 흑인영가 ‘마침내 해방되었도다! 마침내 해방되었도다!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하라. 우리는 마침내 해방되었도다!’를 노래 부를 수 있게 될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환웅의 꿈과 마틴루터 킹의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고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리라. 정의가 그의 허리를 두르는 띠가 되고 신의가 그의 몸을 두르는 띠가 되리라.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
오늘 복음은 바로 그러한 세상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의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Dreams come true!" 20년 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기적과 같이 16강이 될 수 있었습니다. 환인의 꿈, 마틴루터 킹의 꿈, 이사야 예언자의 꿈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현실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여러분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꿈은 혼자서 간직하면 꿈으로 머물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꿈을 그리스도와 함께 하면 마침내 현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