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없지만 영성 추구하는 사람들
SBNR, 정신건강에 오히려 해롭다?
영성과 종교는 분리할 수 있는 것일까? / 셔터스톡
가치와 종교마저 상대화 되는 오늘날, ‘종교는 없지만 영적인(Spiritual But Not Religious, 이하 SBNR)’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종교를 믿거나 공동체에 소속되지는 않지만, 자신 나름의 방식대로 삶의 궁극적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이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명상과 같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널리 알려진 수행에 참여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수행에 배경이 되는 불교나 다른 주요 종교의 교리와 신학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초월적 실재 자체를 부정하는 ‘세속주의자’인 것 역시 아니다.
종래의 많은 심리학 연구결과들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이 행복과 충만을 느껴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난 27일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이와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소개되었다.
인용된 연구는 지난 2013년 영국 정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영국인 약 7,400명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비종교적이고 비영적이라고 밝혔지만 약 5분의 1(19%)은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 중 전자의 두 그룹(종교적 그룹/비종교적&비영적 그룹)의 정신 장애 유병률은 거의 유사했지만 SBNR 그룹은 달랐다.
이들은 다른 두 그룹에 비해 약물 의존도가 높았고 공포증이나 불안 및 신경증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2018년 미국의 학술저널 신경 정신병학 저널(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에 실린 연구에서도 유사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심리 치료사 존 마이어 박사는 3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어떤 것이 원인이며 결과인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전통 종교 밖의 영적 수행이 정신적 고통의 원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영적이지만 비종교적인 수행을 찾은 것일 수도 있다.
또는 SBNR 성향과 정신적 문제가 동시에 특정 원인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둘째, 정신건강을 잣대로 이들의 추구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정신건강 그 자체가 목적이기 보단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관관계만으로 영적 신념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셋째, 여전히 SBNR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부족함을 인정해야 된다. 무엇보다도 "영성" 자체가 매우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많은 임상의들은 전통 종교의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의 영적 삶의 발달을 심리적 성장의 신호로 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종종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많은 정신 장애의 위험요소이기도 하며, 따라서 정확히 말해 ‘오로지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