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궁으로 보통 화살(유엽전, 장전)을 쏠 때 유효사거리가(최대 사거리 아닙니다. 사람을 죽일수 있는 사거리가 유효사거리입니다.) 240보입니다. 1보를 보통 90cm에서 120cm로 치는데 그러면 대략 유효사거리가 210m에서 288m가 되겠죠, 물론 최대사거리는 더 나가죠
편전(애기살)은 강궁(각궁의 강궁은 물소뿔을 `시위를 거는 도고자` 까지 붙이는 활을 강궁이라고 합니다.)으로 힘 좋은 사람이 쏠 경우 최대 1000보까지 나갑니다. 이건 최대 사거리인데요, 못나가도 900m는 나간다는 말이죠...
"그러니깐 황궁에서 우리를 어느정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지... 경비대장은 오직 황제와 두 소황제, 여왕, 그리고 새로운 길드워 홍윤기의 명령에만 복종하고 그들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여, 따라서 그들 중 한명이 우리를 대충 눈치했다는 말이지, 좋은 상황이라면 홍윤기 그녀석이 명령한 것이겠지만, 최악의 경우..."
케레스의 목소리가 극도로 낮아졌다. 카오스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모두들 우리를 알고 있을수 있어, 하나 다행인건 내가 희진의 기억을 지워서 우리의 위치가 들키지 않았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우리는... 빠르게 움직여야 해, 제기랄! 근데 접선 날짜가 또 늦춰졌어!"
"언젠데?"
"모레, 그러니까 17일"
케레스의 말을 듣는 카오스의 입안이 바싹바싹 말랐다. 그런데 한참 심각한 표정을 짓던 케레스는 말을 모두 해버리자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해 보였다. 카오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케레스의 눈을 마주보며 그에게 여러 가지 사항을 일러줬다.
"어서 빠르게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해, 나는 이미 블랙엔젤에게 다 말했으니깐, 벨제뷔트님이 말하시길, 아직은 시작할때가 아니라고 했지만, 곧 그 때가 올거야, 2차 조별리그도 얼마 안되서 끝날꺼니깐, 너 설마 떨어지진 않겠지?"
"걱정마라, 지금 1승상태, 소황제(이현암)에게 져도 여왕(현승희)이 있잔아, 그리고 후훗,... 지금은 소황제와 싸워도 자신있어 흐흐흐"
"네가 그러는 것을 보니 쓸데없는 자신감은 아닌 것 같다. 그래 난 이만 가볼테니 잘 있어라, 일이 있으면 연락하마"
카오스는 말을 끝맺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오스가 문을 열자 케레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스런 한마디를 던졌다.
"조심해라..."
"응? 누구지?"
길거리에 쓰러진 희진을 준호가 부축해서 일어났다. 자신과 키가 만만했지만 준호는 별 힘든기색이 없었다. 희진의 긴 생머리가 준호의 어깨에 놓였다. 준호는 자신의 목을 타고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몇 번 입으로 불더니 이내 포기하고 희진을 업었다. 아라는 준호가 희진을 업자 그가 누구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곧 아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준호는 아라의 안색이 변하자 여인의 얼굴을 힐긋 보더니 심드렁하게 아라에게 물었다.
"뭐 대단한 사람이야?"
준호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아라는 더듬더듬 겨우 입을 열었다.
"김희진, 황궁의 경비대장! 최고의 신녀!"
그런데도 준호의 얼굴엔 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준호는 다시 한번 희진을 얼굴을 보고 씨익 웃더니 아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예쁘다, 그치?"
예쁘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라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아라의 따가운 시선이 자신으로 향하자 준호는 온몸에 뻗쳐오는 살기를 느끼고 희진을 업고는 묵묵히 황궁쪽으로 걸었다. 아라를 놔두고 황궁쪽으로 터벅터벅 걷다가 준호를 뒤를 돌아보며 아라에게 소리쳤다.
"아라야! 나 이 경비대장, 황궁까지 데려놀테니깐, 너는 먼저 들어가, 상준이 형한테 혼나기 전에"
준호는 말 해놓고 경신술인지 보법인지 대단히 빠른 속력으로 뛰어갔다. 아라는 그냥 갈까 했지만 아까 준호가 '이쁘다, 그치' 한 말이 맘에 걸렸다. 아라의 맘속에는 아버지(최교수)가 말해준 `남자=늑대, 단 준후오빠만 제외 *^^*` 이 공식이 뿌리박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라의 마음도 콩콩 뛰고 있었다. 아라는 이대로 저 둘을 보내기가 정말 꺼림칙했다. 고민을 하다 바라본 준호는 정말 빠르게 뛰어갔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라는 일단 뛰면서 준호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장준호 기다려! 나도 준후 오빠 봐야해! 야아~! 장준호 너 주글래? 안서어?"
퇴마시티력 5월 16일 Am 09:13
[퇴마시티 시립 병원]
퇴원을 하기 위해 모든 수속을 마치고 짐을 모두 챙긴 승희는 시녀의 도움을 받고 병문을 열었다. 그런데... 병문이 열린 순간 승희의 눈앞에 수십송이의 장미꽃송이가 펼쳐졌다.
"승희씨~ 축하해요!"
승희 앞에 나타난 수십송이의 장미꽃송이 뒤에 나타난건 현암...
이 아닌 백호였다. 머리를 역시 깔끔하게 묶은 백호는 활짝 웃으면서 승희에게 축하의 말을 건냈다.
"승희씨 퇴원 축하해요, 어제는 죄송해요... 워낙 일이 바빠서..."
승희는 괜한 헛된 기대심을 접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백호씨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고맙긴요... 그리고 이렇게 승희씨가 모두 나으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백호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마다 진실함을 담고 있었다. 승희가 꽃다발을 안고 흘깃 바라본 백호는 뭐가 좋은지 활짝 웃고 있었다. 승희는 저런 백호가 있는데 아직도 현암을 생각하는 자신을 자책했다.
'이 바보, 그 멍청이가 뭐가 좋다구... 그 멍청이는 귀신 들린 칼이나 좋아하는데.. 난 왜...'
현암을 생각하던 승희는 그때 화재일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백호는 당황해했다. 흘깃 백호의 표정이 구겨져 있다는 것을 본 승희는 다시 찌푸려진 미간을 펴고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백호씨, 사실 그동안 병원에 있기가 너무 따분했는데... 백호씨 때문에 즐겁게 보내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승희는 약간 뜸을 들인후 말을 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승희는 현암에 대해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때 승희의 뇌리에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승희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버렸고 그녀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 신인왕전 있는데... 같이 보러 가실래요?
"승희씨의 제안이라면... 하하하 언제나 환영입니다."
승희의 데이트 신청에 백호는 매우 기뻐하는 투였다. 하긴 이 여왕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직접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거절한 사내가 얼마나 있겠냐 만은...
백호가 좋다고 말하자 승희도 웃으면서 시간을 정했다.
"신인왕전 준결승전 제 1경기 준호 선수와 저희 문파의 최민규 선수의 경기인데... 어때요? 좋으세요?"
"저도 그 경기가 좋습니다. 그럼 오늘 1시에?"
"네, 오늘 12시 반에 경기장에서 만나요, 아참! 변장(?) 잊지마세요?"
"변장이요???"
승희가 돌아가면서 손을 흔들며 던진 말에 백호는 의야한 표정을 지었다. 백호는 다시 한번 승희를 보았지만 승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병원 복도를 돌아 병원을 빠져나가는 승희의 눈가는 뜻밖에도 촉촉이 젖어있었다. 승희는 시녀가 알아보지 못하게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현암군... 안녕...'
"후우"
몰래 화장실에 숨어있던 준후가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준후는 약간 망설이다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안 그래도 꽉 차있던 쓰레기통이 꽃다발까지 들어오자 벌렁 넘어지면서 통속의 쓰레기가 화장실 바닥을 덮었다. 순간 욕이 준후의 목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준후는 인상을 찌푸리며 누가 보기 전 재빨리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암은 이제 망한 것 같았다. 준후가 현암 생각에 혀끝을 차며 화장실을 나온 순간 준후의 시선과 화장실 청소부 아줌마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준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베어 나왔다. 아줌마가 매우 빠른 동작으로 종이와 펜을 꺼낸 순간 준후도 재빨리 발을 굴렀다.
"준후씨 여기 싸....."
준후가 바람을 일으키며 힐기보법으로 병원의 복도를 내달렸다.
퇴마시티력 5월 16일 pm -01:05
[세계 경기장]
신인왕전 준결승전
장준호(17세, 권법가, 신 퇴마 길드) vs 최민규(19세, 권법가, 소황제 이현암 문파)
"안돼, 민규야.. 심리전에서 밀리면 안돼..."
높은 곳에 위치한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현암이 안타까운 맘에 탄식을 터트렸다. 민규는 준호가 던지는 비웃음에 매우 흥분해 있었다. 민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려는 준호의 무서운 심리진이었다. 역시 나이가 어린 민규는 곧잘 흥분하곤 했다. 하긴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자신을 비웃는데 누가 안 그러겠느냐만은...
'그래도 민규가 팔괘장은 무리더라도 택견과 우슈, 유도동작을 잘 응용만 해준다면... 더 몸이 좋으니깐 번자권을 사용하는 준호와 붙어도 괜찮을거야...'
현암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준호를 볼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함께 안타까운 맘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vip좌석 오른편에 위치한 A석에 두명의 사람이 착석했다. 두 명은 챙이 긴 모자에 짙은 색의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마치 인기 많은 프로 전투사가 변장한 것처럼 보였다.
"에구, 승희씨 이래보긴 처음이네요,"
백호가 변장이 어색한 듯 다시 모자를 고쳐 쓰며 승희에게 말했다. 백호는 말은 그랬지만 뭐가 좋아선지 계속 희희낙락이었다. 승희도 오랜만에 변장을 하니 기분이 색달랐다. 백호를 여기저기 살펴보던 승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백호씨, 백호씨 정말 머리만 풀면 여자 같아요, 호호호"
"그런가요, 하하하"
승희의 농담에 백호는 장난스럽게 머리를 묵은 끈을 풀려는 시늉을 해보였다. 승희는 깔깔 웃으며 됬다는 손짓을 했다. 둘의 경망스런 웃음에 앞의 두 커플이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그러자 승희가 선글라스를 벗고 눈에 힘을 팍 주면서 불량스럽게 소리를 빽 질렀다.
"뭘봐? 앞에 안봐? 앙!"
날카로운 승희의 기세에 기가 죽은 커플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어깨에 힘이 쫙 빠졌다. 그러자 승희는 앞의 커플의 어깨를 툭 치고 흔들었다.
"이봐, 젊은 커플인데 힘을 내야지, 안 그래?"
"네에..."
"야, 너 뭘 꼬라봐? 눈 안 내리 깔어? 앙!"
여자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남자의 표정에는 불만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승희가 한번 쏘아주자 남자는 찍소리도 못하고 앞만 바라보았다.
백호는 이때까지 멍하니 승희를 바라보다 별안간 웃음을 터트렸다.
"낄낄낄"
승희가 팔꿈치로 치면서 눈치를 줬지만 백호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해 얼굴근육이 심하게 일그러지다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낄낄낄"
그 웃음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승희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백호를 잠시 외면했고 앞의 커플도 쪽팔린지 자리를 떴다. 술렁이던 실내는 경기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조용해졌다. 백호도 계속 킥킥거리다가 겨우 웃음을 멈췄다. 1이 0으로 바뀌자 별안간 이우혁 캐스터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경기! 시작 됬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자세를 낮추며 주먹을 꽉 쥐는 민규와 달리 준호는 주먹도 대강 쥐고, 입가엔 웃음을 흘리며 선 자세로 조금씩 민규에게 접근했다. 민규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현암은 정말이지 준호가 영악하다고 생각하며 민규가 제발 심리전에 말리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준호가 다가갈때마다 민규는 조금씩 당황하고 있었다. 준호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퇴마시티력 5월 16일 PM 01:05
[혼세 경기장]
신인왕전 준결승전
무령(34세, 전사, 무소속) vs 수아(12세, 정령사, 신 퇴마 길드)
장검 `데몬헌터`와 해머 `타이탄즈 썬더`를 양손에 진 무령과 하늘하늘 거리는 옷을 참 귀엽게 입은 수아가 경기장에서 대치했다. 현재 카운트다운중이었다. 이제 1이 순간 0으로 바뀌었다.
"살라만더!"
수아의 말이 떨어지기가 주위에서 꿈틀거리던 불덩이가 나타나더니 무섭게 무령을 덮쳐갔다. 그러나 무령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애검 '데몬헌터'를 곧추세우며 불도마뱀을 후려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무시무시한 기세를 자랑하던 살라만더는 두 조각으로 쪼개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수아의 눈은 크게 치켜 떠지면서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관중들도 모두 놀라워했고 캐스터 강은호도 도저히 믿기지 않은 투로 말했다.
"아... 불의 정령... 살라만더가... 무령 선수의 데몬헌터에 의해서 갈라지면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거 어떻게 된거죠?"
"이거... 아무래도 무령 선수의 장검... 데몬헌터의 위력인 것 같습니다..."
"데몬 헌터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해설을 하던 유영에게 은호가 되물었다. 유영은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무령 선수의 장전 `데몬헌터`... 말 그대로 데몬을 사냥한다는 건데... 정말 데몬을 물리치는 기운이 데몬헌터에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아 선수의 강력한 정령들이 저렇게 힘을 못쓰는 겁니다. 한마디로 무령선수는 정령을 쫒는 부적을 칼에 붙인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러면 정령술이 주특기이자 유일한 공격수단인 수아 선수! 최대 위기에요. 이기기 어렵습니다.!"
수아는 이가 부숴지도록 이를 악물면서 다시 정령을 소환해냈다. 이번엔 살라만더보다 더욱 강력한 이그니스였다. 하지만 힘차게 날아간 이그니스도 끝내 무령의 데몬헌터를 이기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수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거... 무령 선수... 2차 조별리그에서 주기선생에게 진 복수를... 수아선수에게 하나요?"
무령은 벌벌 떠는 수아에게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봉인된 거인화의 힘을 끌어올렸다. 가로가 200m 세로도 200m나 되는 경기장 바닥이 무령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부르르 진동했다. 무령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나오며 그의 몸 주위로 지자기가 형성됬다. 두 팔뚝엔 불끈불끈 핏줄이 서면서 터져나오는 피 맺힌듯한 무령의 함성에 관중들은 모두 일제히 귀를 틀어막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크오오오!!! 캬아아아!!!"
수아는 이때를 틈타 이번엔 바람의 정령을 내쏘았지만 거인화와 함께 일어나는 무령의 봉막원형참(소서리스의 노바)에 바람은 사그라들고 오히려 자신의 몸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수아는 땅의 정령, 노움의 힘으로 어떻게 버텼지만 정말 무령의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무령의 거인화가 끝나자 무령 주위를 돌던 바람이 사라졌고 무령의 모습이 드디어 드러났다. 이제 무령의 키는 무려 4m가 넘어서서 대형 멀티비전의 화면이 무령만으로 꽉 차는 것 같았다. 수아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이제 무령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데몬헌터`는 검집에 넣고 타이탄즈 썬더를 들고 수아에게 돌진했다. 돌연 수아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두 팔을 벌리면서 정령들에게 외쳤다.
"내게 다가오는 자에게, 밝아져라! 작렬하는 태양처럼! 일어나는 폭팔처럼!"
그러자 달려오던 무령의 앞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빛이 일어나더니 잠시 무령의 시각을 마비시켰다. 그러나 무령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수아는 차분하게 다시 한번 정령들에게 외쳤다.
"차가운 분노여! 얼어라! 내 앞을 가로막는 자에게!"
수아 주위에 날카로운 얼음덩이가 소환되더니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무령의 앞으로 쏘아졌다.
"파바박"
무령의 발이 수많은 얼음덩이들로 인해 얼어버렸다. 무령의 발에는 날카로운 얼음이 하늘을 향해 치솟듯 날카로움을 빛내며 붙어 있었다. 수아가 한없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심판에게 소리쳤다.
"경기 포기합니다! 제가 졌어요"
"캬아악"
격노한 무령이 힘차게 발을 내딛자 무령의 발을 구속하던 얼음덩이들이 깨어져 나갔다. 그때쯤 무령의 시력도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경기는 끝나버린 후였고 수아는 이미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무령은 실컷 수아의 공격만 받고 나서 경기를 이겼다. 완전 병주고 약주기, 엎드려 절 받기, 또... 대충 그런 격이었다.
무령에겐 승리의 기쁨보다는 허탈함과 신 퇴마 길드원에 대한 강한 분노가 먼저 몰려왔다. 무령은 인터뷰에서도 강한 적개심을 표출했다.
[세계 경기장]
"야압!"
준호가 날카로운 기합을 지르자 민규가 순간 움찔하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준호의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민규가 한숨을 내쉰 순간 준호가 기분 나쁘게 낄낄 웃으며 민규를 비웃었다. 화가 치솟은 민규는 하마터면 주먹을 내지를 뻔했지만 다시 맘을 다잡고 자세를 굳혔다. 준호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느글거리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오호, 제법인데? 나이 헛먹은게 아니야... 후훗, 과연... 이현암 문파군..."
듣다 못한 민규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뱉었다.
"그럼 네가 너의 속셈에, 윽!"
민규가 말을 꺼내는 순간 준호가 왼쪽어깨를 오른쪽으로 떨어뜨리면서 오른 주먹을 날렸다. 민규는 엉겁결에 왼팔으로 준호 주먹을 막았지만 매우 당황해했다. 이어 준호는 눈부신 몸 동작으로 한번 돌면서 이번엔 왼 주먹을 날렸다. 워낙 빠른 공격이었지만 방어자세를 취했던 민규는 비교적 쉽게 준호의 단순한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준호의 공격은 번개처럼 계속 이어졌다. 준호는 왼손으로 민규의 오른 팔목을 잡고 오른 손의 검지와 중지로 민규의 두 눈을 찌르려했다. 민호는 오른 팔이 봉쇄되자 재빨리 왼손을 세워서 준호의 손가락을 막아내려 했다.
"으악"
민규는 볼에 짜릿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입안에선 뭔가가 마구 굴러다녔다. 민규는 침과 섞인 비릿한 피를 내뱉었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것은 이빨이었다. 그는 이제서야 입안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입안에 뭔가 훵 한 기분이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민규가 고개를 들어 본 준호의 표정은 무 감정 그 자체였다. 그는 등에 뭔가 싸늘한게 지나쳐가는 것 같았다. 민규도 단단하게 인상을 굳혔다.
민규가 다시 자세를 갖추기 전에 준호는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민규는 준호의 발차기를 몸을 숙여 피하면서 자세를 낮춰 한바퀴를 돌면서 준호의 발을 걸었다. 캐스터의 감탄이 터져나왔다.
"세상에! 장준호 선수!"
다리가 걸려 쓰러지는 순간 준호는 팔로 땅을 짚으면서 오히려 몸을 거꾸로 세웠다.(물구나무자세) 몸을 일으키는 민규의 목에 준호의 발이 작렬했다. 관중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고 큰 일격을 받은 민규는 비틀거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와아아아아"
이제 준호는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고 민규에게 가까이 붙었다. 이제 준호는 거칠 것 없이 민규에게 엄청난 속력을 자랑하는 번자권의 연타를 날려댔다.
"휴우..."
수시아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PDA를 껐다. 이제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수시아는 이제 관중의 시선으로 경기를 바라보았다. 참 준호의 번자권이 돋보였다. 수시아는 턱에 팔을 괴고 민규가 무너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별 감정도 들지 않았다.
준호의 엄청난 연타에 민규는 두 팔로 필사적인 방어를 펼쳤다. 그러나 준호가 하단차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위인 발끝으로 민규의 정강이와 허벅지를 사정없이 차버리자 민규가 꼬구라지면서 방어가 무너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준호의 매서운 주먹이 민규의 온몸에 꽂혔다. 준호는 절묘하게 몸을 회전시키면서 간간이 반격하는 민규의 주먹을 몸을 회전시켜서 피하는 절묘한 몸동작을 보여주면서 민규의 몸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번자권의 주먹에 계속해서 맞은 민규의 몸은 점차 부분적으로 마비되고 있었다.(번자권은 타격시 점혈을 같이 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를 볼수 있다)
"아아... 역시나..."
'혹시' 했던 현암의 기대는 결국 '역시' 가 되버리고 말았다. 결국 민규는 별 힘도 쓰지 못하고 준호에게 밀렸다. 현암이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실망은 컸다.
'결국 후배 양성하나 힘들군... 제기랄'
투덜거리던 현암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런데 자리를 뜨면서 바라보던 쪽의 두 관중이 왠지 낯이 익었다. 몇 번 다시 두 관중을 보던 현암의 안색이 굳어져갔다.
"제법인데?"
경기를 지켜보던 준후가 준호를 칭찬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준호의 눈동자는 호기심에 가득찬 어린 소년처럼 생글거렸다.
"안 그러니?"
"응? 으응"
그러나 아라는 마지못해 대답하는 기색이었다. 아라의 시선은 전투장이 아닌 오직 준후에게 쏠려있었다. 준후는 그런 아라의 눈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경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준후는 간간히 박수까지 쳤다.
이제 승기는 준호가 완벽하게 쥐고 있었다. 그러나 민규는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양주먹으로 준호의 면상을 후려쳤다. 민규의 최후의 일격인 셈이었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장수에겐 더 비참한 패배가 기다릴 뿐이다.`
준호는 제자리에서 몸을 뒤집는 정말 환상적인 동작으로 민규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면서 양주먹으로 오히려 민규의 복부를 후려쳤다.
"커헉"
민규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졌다. 민규의 무릅이 후들거리더니 결국 바닥에 무릅을 꿇고 민규의 머리도 차가운 바닥과 마주했다. 준후가 혀를 찼다.
"쯧쯧쯧, 결국 안되네... 그래도 현암 형 문파에서 가장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현암 형도 지지지도 복이 없어... 불쌍한 인간... 아라야 가자"
준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라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성사한 준후와 데이트였지만 준후는 아라에게 별 얘기도 하지 않고 전혀 어떤 감정이 실린 눈길도 보내지 않았다. 오직 경기만 지켜보았다. 과거 현암을 연상케하는 완벽한 돌부처였다. 경기장 정문으로 나온 준후의 곁에 어느새 수시아가 따라붙었다. 아라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수시아가 조용히 준후에게 귓속말을 건냈다.
"준후님, 해밀튼 호텔에서 사인회가 있습니다. 곧 차가 도착할겁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색의 긴 리무진이 도착했다. 준후는 아라에게 손을 흔들면서 아라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라야~ 안녕, 담에 보자"
"오빠 안녕"
아라도 마지못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지만 맘 같아서는 당장 준후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준후는 그런 아라속도 모르고 아라에게 미소를 던졌다.(살인미소~) 아라도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수시아가 차에 몸을 싣자 리무진은 힘차게 내달렸다. 아라는 씁쓸한 눈길로 리무진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경기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아라의 머릿속은 어떻게 준호에게 축하한다는 멋진 말을 할까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