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자 이름은 전해지는데, 그가 사랑하여 끝까지 지켰던 여자 이름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 여자도 대장장이의 딸이었습니다. 우리의 쑥부쟁이는 부쟁이 집 딸로 별명을 얻고, 그 별명이 꽃
이름이 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생애만 전해질 뿐 이름은 묻혔습니다. 그의 이름을 지어줄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삼국사기]인물 열전 제6권 첫머리에 신라의 현자 강수[强首]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의 어머니는 꿈에 뿔달린 사람을 보고 그를 낳았는데, 그가 태어났을때 기이하게도 머리 뒤편에 뼈가 불쑥 나와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의 충주 지역 사람으로, 나마 석체[昔諦]의 아들이었습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우두[牛頭]였고, '강수'라는 이름은 후에 그를 만난 신라 무열왕이 그의 학식에 경탄하여 머리 형상을 보고 직접 지어준 것입니다.
강수는 이미 어린나이에 책을 읽으며 의리에 통달해 갔습니다. 그리하여 듣는 것이 비록 낮고 비근하다 해도 얻는 것은 높고 깊어서, 일찍부터 당대의 인걸로 우뚝 솟았습니다.
강수는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부곡[釜谷의 대장장이 딸과 눈이 맞아 가까이 지냈는데, 두 사람 사이에 정이 두터웠습니다.
그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그의 부모가 용모와 덕행이 있는 여자를 찾아서 결혼 시키려 하여습니다.
그러나 강수는 대장장이 딸을 버릴 수 없다며 사양하였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성내며 말했습니다.
"너는 이름난 사람이라 나라 사람이 모르는 이가 없는데 미천한 사람을 짝으로 삼는다는 것 또한 수치가 아닌가."
곧바로 강수가 아버지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가난하고 천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도를 배우고 실행하지 않음이 실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일찍이 옛 사람 말을 듣건데 조강지처는 내쫓지 않으며, 가난하고 천할 때에 사귄 친구는 잊을 수 없다고 했으니, 천한 아내를 차마 버릴 수 없습니다."
강수는 재물을 모으는 데 연연하지 않아 집이 가난했으나 사는 즐거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신라의 태종 무열왕 때 당의 사신이 황제의 서찰을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풀이가 어려운 대목이 있어서 신라의 현자를 수소문한 끝에 강수에게 해독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그가 막힘이 없이 풀이하자 무열왕은 그의 학식에 경탄하며 매년 조[租] 100섬을 주었습니다.
문무왕은 그의 공로를 존중하여 봉록을 200섬으로 올려 주었습니다.
강수는 신문왕 때에 귀천하였는데, 이때 관에서 장사 지내도록 비용을 지급하고 옷과 물품을 대주었습니다. 그러나 강수의 아내는 이 모든 것을 사사로이 쓰지 않고모두 그의 평안을 기원하며 불사[佛事]에 바쳤다고 했습니다.
강수가 귀천한 이후 그의 아내는 식량이 궁핍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강수의 아내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신라의 한 대신이 이 소식을 듣고 왕에게 청하여 옹은 다시 조 100섬을 내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강수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끝내 사양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저는 천한 사람입니다.입고 먹는 것은 남편을 따랐으므로나라의 은혜를 받음이 많았는데, 지금 이미 홀로 되었으니 어찌 감히 거듭 후한 하사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신라이 강수가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지켜 가며 자기 영혼의 평생 반려가 되게 하였던 여자, 이 부쟁이 딸이 남긴 저 부드러우면서도 자유로운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지 않으신지요?
강수는 학식을 갖추었으되 따뜻한 마음을 한결같이 지켜 갈 줄 알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자기를 사랑한 사람과 함께 살면서 누린 복에 감사하며 그의 명예를 끝까지 지켜 갈 줄 알았습니다.
그는 참으로 탐욕에서 해방된 맑은 영혼이었습니다.
강수의 따뜻한 마음과 아내의 맑은 마음이 만나 가난한 영으로 서로를 돌보며 이루어 간 저 사랑의
화음 세계가 '참 소중한 당신' 모든 가정 안에서도 아름답게 구현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주님의 은총 안에서.............
-좋은 글 중에서-
첫댓글 머리가 숙여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