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당장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 자격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거액의 자문료는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변호사법이나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등 구체적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화천대유의 이성문 대표는 최근 “한 달에 1500만 원, 연봉으로 2억 원을 줬다”면서 “권 전 대법관이 자문료에 상응하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셨고 사무실에 4번 정도 갔다”고도 했다. 그런데 권 전 대법관은 “전화 자문 정도만 응했고 사무실에 출근도 안 했다” “화천대유가 어디 투자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사업과 관련해 자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너무 다른 발언은 석연찮은 것을 숨기려 하기 때문이라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법률 자문을 하고 대가를 받았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취업과 관련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은 기록도 없다고 한다. 자본금 1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아니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주도했다고 한다. 야당 측에서 사후수뢰죄를 의심하는 배경이다. 권 전 대법관이 결백하다면,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과 수사를 자처하는 게 전직 대법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