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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칼럼] 윤 정권의 시대착오적 세계관, 파국을 부를 것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한 3월 은행 위기가 외형상으론 해결된 듯 보이는데 금융 전문가, 특히 월가의 베테랑들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실패는 은행 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은행 위기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 파장이 향후 수년 간 계속될 것이다. 은행 위기가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은행산업의 불확실성, 즉 미국 은행시스템의 위기이기 때문”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이유이다.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골드만삭스 9.7%, JP모건 11.3%, 시티 12.4%, 모건 스탠리 14.4%, 뱅크오브아메리카 18.5%, 웰스파고 19.1%가 하락하였고, 최대 증권회사인 찰스슈왑은 36.2%나 하락하였다.
은행위기 끝 아니라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
최근의 은행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은행시스템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먼저, 2023년 은행 위기는 2008년 금융 위기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기를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는 위기와 관련된 핵심 금융상품을 이해하는 것이다. 돈을 나르는 금융상품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어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10.6 연합뉴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른바 부채담보증권(CDO)이 위기의 중심에 있던 핵심 금융상품이었다. 끝없는 탐욕을 실현하기 위해 금융산업 종사자는 끝없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한다. 금융의 관점에서 사회를 재구성한 금융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80년대 이후 금융산업에서의 최대 발명품은 (유동성이 없거나 매우 낮은 자산을 현금화시키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었다. ABS가 발명되기 전까지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유치하여 대출하고, 대출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였다. 새로운 예금을 유치해야만 추가 대출을 할 수 있었기에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였다. 그런데 대출금(예: 주택담보대출금)을 증권화(MBS), 즉 현금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은행이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독점력은 약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은행 대출(성장)은 폭발하고 사회의 채무화는 가속화되었다. 멈춰지지 않는 은행자본의 탐욕은 대출을 (전통적 기준에서) 부적격 대출 대상자로 확장하였다. (최하위 신용등급자에게 제공한 주택담보대출금인) 서브프라임모기지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만든 MBS는 위험도가 높아 시장에서 거래(현금화)될 수 없었다.
미 은행자본의 탐욕이 만들어 낸 금융상품 괴물들
여기서 금융산업계는 위험도가 높아 시장에서 팔 수 없는 MBS 등 채권들을 섞어 새로운 증권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CDO였다. 정크본드들을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양질의 채권으로 둔갑시킨 금융공학 악용의 결과물이었다. CDO가 찜찜했던 월가는 신용파산스왑(CDS)으로 투자 손실에 대한 보험 장치까지 만들었으나 집값이 하락하며 MBS 가치 하락 → CDO 가치 하락 → CDO 기반의 단기자금 조달 상품인 ABCP 가치 하락 → CP에 투자한 MMF 펀드 손실 등 전체 금융 시장에 악순환 고리를 만들며 순식간에 금융시스템을 붕괴시켰다. 연방정부가 사상 최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CDS 최대 발행자였던 AIG를 구제하고, 연준이 돈을 찍어 모든 금융 상품을 매입한 후에야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처럼 2008년 금융위기는 자산유동화와 금융공학으로 포장했지만, 불량 기초자산에 의한 사고였다.
그렇지만 2023년 은행 위기는 국채나 정부보증기관(GSEs; 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s)이 발행한 MBS 등 최고 우량자산들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 은행 문제는 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 돈놀이로 수익을 추구하는 은행은 (다른 산업에 비해) 남의 돈(부채)으로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은행은 크게 고객 예금과 차입(예: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고객 지불 요구에 대응해) 최소한의 현금을 보유하고 대부분은 대출이나 수익증권에 투자한다. 조달자금(부채)과 그렇게 조달된 자금의 운용상품(자산)의 내용 및 성격 차이가 은행 수익의 원천이자 은행의 잠재적 문제(이른바 부채와 자산 불일치 문제)의 원천이다. 그리고 고객의 예금은 일정 규모 내에서만 보증된다. 이른바 (고객 예금 당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예를 들어 미국 25만 달러, 한국 5000만 원 이내까지 고객에게 지급해주는) 예금보험제다.
그런데 팬데믹 위기 중 시중의 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예금보험제로 보증받지 못하는 예금액이 급증하였다. 반면 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국채나 정부보증기관이 발행한 MBS 등 최고 우량 유가증권에 (대출을 제외한) 자산을 운용하였다. 미국채나 그와 비슷한 정부보증기관 발행 채권 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상품으로 취급되어 왔다. 안전자산이란 말 그대로 경제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가치 변동(손실)이 가장 적은 상품을 말한다.
원인과 과정이 완전 다른 2008년 · 2023년 금융위기
그런데 2022년 3월부터 미국채의 시장가치가 액면가치를 하회할 정도로 떨어져 지난 1년간 미국채 투자 손실률은 20세기 이래 최악을 기록하였다. 최근 미국채 수익률의 하락(미국채 가격 상승)으로 손실률은 많이 회복했지만, (미국채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던 21년 12월 대비) 1차 국채 파동이 있었던 지난해 10월까지 약 14% 손실을 기록하였다. 미국채 가격 하락이 다시 재연됐던 올해 2월 파동의 여파로 (SVB 은행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났던) 3월 8일까지 손실은 여전히 11% 이상을 기록하였다. 마찬가지로 MBS 역시 2011년 12월 대비 22년 10월 24일까지 손실은 16% 이상 기록하였고, 올해 3월 8일까지도 여전히 손실률 12%를 기록하고 있었다.
미국 스타트업에 자금 유입이 줄어들자 은행에 예치한 기업 운영자금 인출이 증가했고, 평소보다 예금 인출이 증가하여 보유 현금으로 대응이 어렵자 SVB는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였고, 매각 전 미실현 손실이 실현된 손실이 되자 자본 상각과 은행 신용등급 강등 그리고 대규모 예금 인출과 파산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문제는 SVB의 자산과 부채 구조가 전체 은행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SVB가 MBS>CMBS>미국채 순이라면 전체 은행의 평균 자산은 MBS>미국채>CMBS 순이라는 차이다. 여기서 CMBS는 상업용 모기지를 담보로 한 채권이다.
이처럼 미국 은행은 대규모 미실현 손실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 파산이 멈춘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에 대해 액면가치 기준으로 담보를 인정해 대출을 해주겠다는 연준의 대응으로 예금인출 사태가 진정되었다. 은행이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을 보지 않기에 액면가치 기준 담보 인정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은행 위기의 공포가 확산하며 예금액 감소와 MMF로 자금 이동 그리고 대출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고, 그 결과 채권수익률이 하락, 즉 채권가격이 상승하며 은행 보유 유가증권의 미실현 손실액이 감소하고 있다. 결국 금융 안정을 얻는 대신 경기 침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문명 실패와 정치 실패가 낳은 달러패권의 위기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사실이 있다. 은행이 보유하는 국채 등 최고 우량자산(안전자산)은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수익자산이라는 바람직한 자산 구성이고, 정부에게 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점에서 은행과 정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바람직한 선택이 더는 자연스럽지 않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채가 안전자산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 미국채 가격 하락은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의 결과였다. 그런데 빠른 금리 인상이 문명 실패와 워싱턴의 정치 실패 그리고 달러 힘의 남용 등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물가안정의 기준으로 삼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은 2021년 3월부터 목표치를 이탈(2.05%)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3년 2월(5.42%)까지 쉬지 않고 치솟았다. 그런데 인플레율이 꺾이기 시작한 2022년 3월부터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였고, (22년의 7차례 인상 중 4번의 0.75%p와 2번의 0.5%p를 인상할 정도로) 뒤늦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마치 목표 지점을 설정하고 최대한 일찍 도착하려는 모습 같았다. 무엇보다 인플레 요인이 유가 등 공급측 요인에서 서비스 등 내수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적극적 대응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그 이전 21년 3월부터 22년 2월까지 물가가 목표치를 벗어나 급등하는 상황은 왜 방치했느냐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연준의 실수라고 비난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연준은 당시 인플레가 여전히 팬데믹 후유증에 따른 공급망 정상화의 지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였다.
연준의 판단 미스를 부른 코로나 펜데믹
연준은 팬데믹에 따른 노동활동 제약(실업률 급등)이나 소비지출 감소 등을 경기 미회복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였다. 팬데믹 완화에 따라 소비의 정상화를 넘어 (팬데믹 전후 3년간 평균 개인저축률은 8.0%에서 10.4%로 증가할 정도로 강요된 저축의 결과) 강한 소비가 지속되었고 고용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노동력 수요 증가 속에 노동 현장 복귀에 대한 소극적 태도 등으로) 실업률이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경제적 측면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코로나 팬데믹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실패한) 이른바 ‘문명 실패’의 결과물이었다.
게다가 연준은 인플레 급등 속 채권가격(수익률)의 안정을 자금 수요의 부족, 즉 경기 미회복으로 해석하였다. 그렇지만 채권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연준의 달러 프린트를 통한 채권의 과도한 매입의 결과, 즉 달러 패권을 남용했기 때문이었다. 연준의 채권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21년 12월에 근원 PCE가 5%를 돌파하는 등 인플레 압력의 증가로 국채와 MBS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워싱턴의 정치 실패(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가세하자 (겁먹은?) 연준은 뒤늦게 금리 인상의 열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채권 가격 하락은 가속도가 붙었고, 시장 거래가격은 액면가격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채 시장가격이 액면가격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85년 4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차이가 올해 2월 현재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 시장은 안전자산이 사라진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채가 더는 안전자산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 2023년 은행 위기의 본질이다. 미국채와 정부보증기관 발행 채권의 가치가 보증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은행의 자산 구조가 불안정해졌음을 의미한다. 은행 위기가 아니라 미국 은행시스템의 위기인 이유이다.
게다가 미국채는 미정부가 가치를 보증한 것이고, 이는 달러의 힘이 보증한 것을 의미한다. 연준이 프린트하는 달러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등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가 보증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미국채 가치가 보증되지 않을 때 달러 가치 역시 보증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은행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자 최근 금 가격이 급등한 배경이기도 하다. 일부의 조롱(?)처럼 달러가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당분간은 없겠지만, '탈 달러' 움직임과 더불어 국제금융 및 국제통화 시스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국제금융 및 국제통화에 중심이 사라진다는 것은 국제금융 및 국제통화의 다원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주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
이처럼 세계는 모든 방면에서 다원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윤석열 정권은 다원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며 미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시대착오적 세계관이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현재의 먹거리와 미래의 먹거리 모두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이유이다. 한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 개념으로 집어넣은 결과 한국의 독자적인 반도체와 미래차 생태계의 강화보다는 미국 반도체 및 미래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대외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635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 기간(2022년 5월~2023년 2월) 경상수지는 1년 전에 비해 638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문제는 상품수지 적자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가 올해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소득으로 겨우 방어하고 있는 경상수지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너무 조용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장은 계속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첫째, 사람들은 지난해 1달러에 1450원대까지 경험하다 보니 최근 1300원대 환율은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결정적 변수는 달러 지수이다. 그런데 올해 2월부터 양자의 관계에 명확하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은행 위기가 진행된 이후인 3월 하순부터 달러 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관계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달러가 강세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이 상식이건만, 최근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IMF가 한국 자산시장 리스크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주택가격 급락의 위험을 경고했는데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고, 심지어 정반대로 가고 있음을 에둘러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 부동산 PF 사업, 특히 비은행 금융회사의 PF 대출 규모와 연체율 등이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금융 당국은 PF 대출 연체율에 문제가 없고, (자신의 권한 밖인) 새마을금고도 안전하단다. 규제가 취약한 부문에서 리스크가 자라는 것은 상식이다. 240조 원대 자산을 특히 지역관련 사업에 굴리면서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지난해 12월과 1월 사이에 거의 두 배가 증가했고, (현금성 자산을 단기간 내 상환해야 할 부채로 나눈) 유동성 비율 규제를 받지 않는 상호금융권의 유동성 비율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데 우리 금융 당국은 문제없다는 말만 되뇐다. 몰려오는 해일이 국민의 눈에는 보이는데 정부만 괜찮다고 한다. 봄이 왔는데도 으시시한 이유이다.
출처 : 우리 금융, '미국 중심주의'로는 버티기 어렵다 < 최배근 통찰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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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다려라,
가만히 있어라,
대기하라,
너희들을 구해 줄 것이다.
괜찮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세월호가 생각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