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64) - 제때에 감상한 뉴햄프셔의 단풍 명승
한글날의 대체휴일로 10월 10일(월)까지 이어진 연휴, 미국은 이날이 콜럼버스 데이로 휴일이다. 연휴 마지막 날, 보스턴에 터를 잡은 교민의 주선으로 단풍이 절경인 뉴헴프셔 지역을 탐방하였다.
미국생활 40년이 넘은 교민은 아들의 대학선배, 자상한 성품으로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을 친절하게 보살핀다. 단풍나들이에 동행한 이는 교민(아담스) 부부와 우리 가족(4명), 보스턴에 유학온 학생(한국과 인도인 각 1명, 중국인 3명) 등 11명. 동행들이 아침을 거를까봐 오전 7시에 아담스 씨네 집에 모여 식사 후 함께 출발하자는 배려가 고맙다, 덕분에 숲 속의 2층 주택 구조와 내부를 살필 수 있어 좋았다. 아침 식사 후 3대의 차량에 분승하여 오전 8시 경에 목적지로 출발, 차에 오르기 전 온후한 인품의 아담스(미국인 남편)씨가 알찬 여정이기를 기도한다.
보스턴의 주택가에 자리한 2층 집을 배경으로(입구에 1층과 2층 출입구가 따로 있다. 아담스 씨네는 2층에 거주)
보스턴의 외곽을 거쳐 뉴햄프셔 주에 들어서자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도로변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녘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니 평원에서 산악지대로 지형이 바뀌면서 고속도로 주변과 산언저리에 펼쳐지는 단풍 절경에 동승한 가족모두 감탄사를 연발, 뉴햄프셔의 단풍이 세계적인 절경인 것을 실감한다. 일 년 중 며칠간 펼쳐지는 단풍퍼레이드의 절정을 때맞추어 찾은 발걸음이 축복이다. 알맞은 기회를 마련한 아담스 씨 부부에게 감사.
화이트 마운틴 가는 길의 차창으로 살핀 단풍 경관, 오전에는 날씨가 흐리고 약한 비도 내려 색상이 덜 화려하다(오후에는 쾌청)
두 시간 넘게 달려 10시 반 쯤 이른 곳은 화이트 마운틴 국립삼림지(White Mountain National Forest)의 관광거점인 링컨, 작은 도시에 리조트와 레저시설이 한데 어울린 위락지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뉴햄프셔 화이트 마운틴 지역은 야외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의 천국으로 알려진 곳으로 단풍열차와 산악열차, 유람선도 운행되는 관광명소다. 우리가 찾은 곳은 링컨 시에서 10여km 들어간 트레킹코스, 빨갛게 물든 단풍과 쭉쭉 뻗은 거목이 울창한 계곡을 끼고 연결된 옛 철로 따라 오가는 10여km의 숲길이 명품이다. 휴식할 곳이 마뜩찮아 걷는 도중 적당한 곳에서 선 채로 드는 간식이 꿀맛이고 짝을 지어 오가는 길손들과 마주치는 눈길이 정겹다. 설악산을 시작으로 국내의 단풍 절경이 서서히 다가오는 시점, 머나먼 곳에서 갑작스레 가진 단풍 나들이가 뜻깊다.
링컨 인근 옛 철로 트레킹 코스 입구의 계곡 풍경
트레킹을 마치고 주차장에 이르니 오후 2시, 아담스 씨는 식사하기에 알맞은 장소가 귀로의 숲속에 있다며 30여km 떨어진 호젓한 장소로 일행을 안내한다. 인적이 드문 도로변의 휴식공간에는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벤치가 비어 있다. 벤치의 탁자 위에 각기 준비한 음식들을 펼치니 풍성한 잔치마당, 아담스 씨 부부가 승용차의 전원으로 따끈하게 덥힌 미트 볼 요리와 현장에서 끓인 차가 일품이고 우리 가족은 김 가루 섞인 주먹밥과 새우 요리로 입맛을 돋운다. 대학생들도 각기 준비한 먹거리를 내놓고 사진을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인적이 드믄 도로변의 휴식공간 벤치에 마련한 식탁에서의 포즈
식사를 마칠 즈음 오후 4시가 훌쩍 지난다. 저녁 약속이 있는 아들이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출발, 보스턴에 가까워지자 연휴 마지막의 귀로에 한데 몰린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정체된다. 약속장소에 이르니 저녁 7시, 아들과 헤어져 전철을 타러 가는 길목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연인즉 록 공연 장소에 들어가려는 긴 행렬, 낮에는 보지 못한 보스턴의 풍속도를 저녁에 살피누나.
10월 11일(화), 오전에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들고 산책 삼아 하버드대학으로 향하였다. 예의 66번 버스에 올라 하버드대학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지난 번 살핀 교정을 한 바퀴 돈후 건학정신을 담은 에머슨 홀을 다시 찾았다. 그때 미처 살피지 못한 다윗의 시편 명구, “What is man that thou art mindful of him(사람이 무엇이관데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를 확인하기 위하여. 홀 정면 입구의 외벽에 커다랗게 새긴 문구를 살피는 것으로 산책목적을 달성하였다. 존 하버드 동상 앞의 잔디밭에서 휴식하며 아내에게 한 말, ‘1996년의 첫 방문 때 동상의 발을 만지면 다시 올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설마 하였는데 며칠 전의 두 번째 방문에 이어 오늘 세 번째로 다시 찾은 것을 축하합니다.’ 여러분도 그런 기회를 가지소서.
하버드대학의 건학이념을 새긴 에머슨 홀 정면의 문구(What is man that thou art mindful of him)가 선명하다
* 뉴햄프셔는 ‘큰 바위 얼굴(Great Stone Face)’로 유명한 곳이다. 일찍부터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에 감명 받아 삶의 좌표로 여기던 터, 뉴햄프셔를 찾은 김에 짬을 내 들릴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빠듯하여 찾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전설 깃든 현장은 안타깝게 2003년에 원형이 훼손되었다는데 그래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