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사라지고
불암산에서 희귀종을 비롯해 다양한 식생 분포를 이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생태계의 보고라 여겼던 장소(위 사진)가 어느 날 파
헤쳐지고 정지작업이 되어 있다.
주변에 나비정원, 철쭉동산, 유아숲, 자연치유센터 등 시설들을
조성해 놓았는데 이곳엔 일괄 철쭉을 심는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하면 훌륭한 야생화 단지로 손색이 없을 텐데
참 안타깝기만 하다.
그동안 이곳을 자주 찾아와 철 따라 피고 지는 갖가지 야화들(100
여 종이 실히 넘을 게다)을 살펴왔고, 여러 종류의 곤충들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영 틀려버렸다.
금년들어 이곳을 찾아 용케 살아남아 꽃을 피운 녀석들을 살폈다.
그때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아는지 녀석들의 표정이
불안하고 서글퍼 보였다.
이렇게 꽃은 사라지는구나. 참 안타깝기만 했다. / 글, 사진 최운향
▼ 지난 해 담아두었던 토종 할미꽃
금년엔 볼 수가 없었다
할미, 어디로 가셨소
할미,
어디로 가셨소
넝쿨장미꽃 피를 토하며 시들고
불암산 골짜기엔 밤꽃향 물씬하니
5월은 가고 6월이 왔는데
찾을 길이 없구려
겨우 살아남은 아기풀, 엉겅퀴,...
..............................
언제 어이 될지 몰라
수심 가득하구려
할미,
때가 되면 늘 예서 만나
얼굴 좀 들어보소
몸은 살짝 요렇게 하고..........
떼를 썼는데
어디서 예리한 눈빛으로
숨어 보고 있는 거요
그냥 무량한 침묵 속에
눈을 감고 있는 거요
그간 혹시나 하고 찾아와
아픈 가슴으로 돌아간 게
얼만지 모르겠소
할미가 아니면서
할미의 모습으로 차려입고는
푹 고개를 숙이며 응시하는
그 깊고 뜨거운 눈빛
잊을 수가 없구려
무한 공간 우주에서 왔으니
고요히 그 본성을 드러내고는
인연 따라 영영
다시 그리 가신 거요
할미,
어디로 가셨소
글, 사진 / 최운향 2023.6.
↓ 넝쿨장미 붉은 꽃잎이 떨어져
흥건하다. 5월은 이렇게 떠났다.
▼ 용케 살아 꽃을 피웠다.
↓ 붓꽃
↓ 애기풀꽃
↓ 장대나물
↓ 수영
↓ 솜방망이꽃
↓ 조개나물
↓ 가락지나물
↓ 외대의아리
↓ 엉겅퀴
↓ 고삼
↓ 산씀바귀
↓ 돌나물
↓ 뱀딸기
↓ 패랭이꽃(토종)
↓ 큰까치수영(큰까치수염)
↓ 하고초(꿀풀)
↓ 산해박
↓ 멍석딸기
↓ 댕댕이덩굴
↓ 땅비싸리
↓ 광대싸리
↓ 사랑을 하는 배추흰나비
↓ 부전나비가 깊은 사색에 빠져 있다.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