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길고 힘든 울트라 마라톤(Ultra-marathon) 경기 가운데는 호주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이어지는 875km (543.7마일)의 엄청나게 길고 험난한 지구력 경주가 있습니다. 1983년에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150명이나 되는 세계적 수준의 달리기 선수들이 시드니에 모였습니다.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그런데 경주 당일, 61세의 치아도 없는,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이라는 노인이, 작업용 부츠 위에 작업복과 덧신을 신은 채, 경기 등록 테이블로 찾아왔습니다.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사람들은 처음에 이 노인이 그냥 경기를 관람하러 온 줄로 알았으나, 놀랍게도 클리프 영은 출전 의사를 밝히고 등록번호를 요청했습니다. 마라톤 경기 운영 직원은 믿을 수 없었지만, 노인의 요구에 따라 클리프 64번(Cliff #64)이라는 번호를 발행하였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그리고 마침내 클리프 영이 출발선 근처에서 다른 주자들과 어울리자, 바라보는 관중들은 하나의 이벤트성 농담이겠거니하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출발을 알리는 신호총이 발사되자, 클리프 영은 달리기 시작했고, 구경꾼들은 이것을 보며 비웃었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이때 클리프 영은 허름한 덧옷과 작업복 차림이었으며, 달리는데 덜컥거린다며 의치(義齒)도 빼놓은 볼품없는 상태였습니다. 반면 다른 경주자들은 조각같은 건강한 몸매에, 몸에는 최신 달리기 장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클리프 영은, 쏜살같이 앞서 달려 나가는 다른 주자들에 의해, 즉시 뒤처지고야 말았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호주 전역은 생방송으로 이 장면이 펼쳐지자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저 미친 늙은이가 자살하기 전에 말려야 해!”라는 식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5일과 15시간 4분이 지난 후, 클리프 영은 멜버른에 있는 결승선에 제일 먼저 들어오며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였습니다.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게다가 그 우승은 2위와의 차이가 무려 9시간 56분이나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이에 호주인들은 물론 전세계가, 클리프 영의 놀랍고도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골인 지점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가 있었을까요? 사실 그동안 울트라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유일한 방법은, 7일간의 레이스 동안 18시간 동안을 달리고, 6시간 동안은 멈춰서, 잠을 자는 것뿐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클리프 영에게, 잠을 자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5일 밤낮을 쉬지 않고 달린,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그래서 그는 다른 경쟁자들이 6시간 동안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이처럼 클리프 영은 무려 5일 동안이나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 이미 첫날 밤에 선두를 차지했고, 결국은 거의 10시간 차로 승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즉, 클리프 영은 경기 내내 잠도 자지 않고, 밤낮으로 계속해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과가 5일 동안 반복되자, 결과적으로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기처럼 되어버렸고, 클리프 영은, 이전의 경주 기록을 무려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9시간 56분이나 단축하고 국민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감자 재배 농부이자 양치기인, 클리프 영(Cliff Young, 1922~2003)
어떻게 밤새도록 달릴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클리프 영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말을 살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농장에서 자랐기 때문에, 폭풍우가 몰아칠 때마다, 걸어서 양들을 모아야 했습니다. 농장의 넓이는 810헥타아르(ha), 한국의 옛날 단위로는 257만평이나 되는 광활한 면적에 양이 2,000마리가 있었는데, 때로는 이틀이나 사흘 동안, 고무장화를 신은 채 쉬지 않고 양들을 모으기 위해 달려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마라톤 레이스 내내, 자신이 양을 쫓는다는 상상만 하였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