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미꽃(아름다움의 특징 중 하나는 대칭이다)
우리말 중 가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산, 강, 들, 무지개, 저녁놀, 그믐달, 고향,
아기, 어머니 등등도 아름답다. 그러나 그중에서 싱겁지만 아름답다는 말이 가장 아름답다고 결론을 지었다.
유영만 교수는 그의 책 『청춘경영』에서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을 다음 네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아름다움’은 ‘앓음다움’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앓고 난 뒤에 생기는 모습이다. 앓는 동안 아픔의
상처가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은 시간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진주의 아름다움은 진주조개가 견뎌낸
자신의 상처 덕분이다. 상처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상처 덕분에 아름다운 것이다.
두 번째, 아름다움의 어원은 한자 아름다울 ‘美’에서 찾을 수 있다. 한자 ‘美’는 양(羊)자 밑에 큰 대(大)자와 어우
른 글자다. 양의 모양과 그 성질에서 ‘아름답다’ 또는 ‘예쁘다’의 뜻이 되었다고 한다. 신영복 교수는 양(羊)이
무럭무럭 커가는(大) 모습(美)을 지켜보는 주인의 흐뭇한 마음이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한다. 자식들이 별 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아름
다운 마음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 ‘아름답다’의 의미는 ‘알다’ (知)라는 동사 어간에 ‘음’ 접미사가 붙어서 생겼다고 한다. 알음(知)에 ‘답다’
접미사가 붙어서 생겼다는 견해다. 아는(知) 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이 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아름다움’의 반
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모름다움’이라고 한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추한 사람이다.
네 번째, 아름다움의 어원적 의미는 포옹하다를 의미하는 ‘안다’에 접미사 ‘음’이 붙어서 ‘안음’이라는 말이 생겼
고, 이것이 다시 운율적 매끄러움을 위해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안을 수 있을 정도의 분수를 아
는 마음이 ‘아름다운’ 마음이다.
흰금낭화(아름다움의 특징 중 하나는 대칭이다)
한편, ‘아름답다’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특히 수학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오일러 등식(Euler Identity)을 들며, 수학과 관련한 책들은 다투어 대부분의 수학의 아름다
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언 스튜어트는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책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에서 수학자들의 치열한 삶을 얘기하고 있
다. 아래에 ‘진리와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사람들’ 편의 일부를 들어본다.
키츠(Keats)가 옳았을까?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일까?
그 둘이 긴밀하게 연관된 까닭은, 아마도 우리의 마음이 그 들에 유사하게 반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학에서 가능하다고 물리학에서 가능하다는 법은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수학과 물리학 사이의 관
계는 심오하고, 미묘하며, 난해하다. 그것은 고도의 철학적 수수께끼이다. 과학은 어떠한 방식을 써서 자연에
존재하는 듯한 ‘법칙들’을 밝혀내며, 자연은 어째서 수학의 언어로 말하는 듯 보이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우주는 본래 수학적일까? 그 외견상의 수학적 특징들은 인간이 고안해냈을까? 아니면 우주가 수학적으로 보이
는 까닭은 무한히 복잡한 그 본질의 가장 심오한 측면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학이기 때문일까?
수학은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그렇게 생각하듯, 구체성이 없는 궁극적 진리 같은 것이 아니다. (……) 수학과 과
학은 외적인 제한을 따라야 한다. 수학의 경우 그 제한은 논리이며, 과학의 경우는 실험이다. 수학자들이 너무
나도 간절하게 유클리드식 작도로 각을 삼등분하길 바란다 해도, 그것이 불가능함은 명백하다. 뉴턴의 중력법
칙이 우주에 관한 궁극적 기술이기를 물리학자들이 강력하게 희망해도, 수성의 근일점 이동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 때문에 수학자들이 그렇게도 논리를 고집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일들에 집착한다.
5차 방정식을 근호로 푸는 일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여러분들에게는 정말로 중요한가? 이 문제에 관한 역사의
판결은 명백하다. 그것은 실제로 중요하다.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는 아닐지 몰라도, 인류 전체
에 있어서는 중요하다. 어떤 중요한 문제가 5차 방정식의 가해성에 달려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풀 수 없는 이
유를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수학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젖히기 때문이다.
주) 키츠(Keats)가 옳았을까? 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인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의 시 「그리스 옛 항
아리에 부치는 노래(Ode on a Grecian Urn)」 중 마지막 연을 인용했다.
낡은 시대가 이 세대를 허물 때,
너는 우리의 슬픔과는 다른 슬픔 속에서
인간의 친구로 남아, 그에게 말하리
“아름다움은 진리이며, 진리는 아름답다”고.
이는 우리가 지상에서 아는 유일한 것이며,
알아야 할 모든 것이리니.
크로커스
첫댓글 갑자기 미학시간이 된듯~ 어려운 화두를 꺼내시네요 ㅎ
100 % 이해는 못 할 지라도 멋진...
아니 아름다운 글임엔 틀림 없습니다.
인문학의 대가 악수님 글에서
처음 대하는 주제입니다.
아름다움을 주관적인 내면의
미적 감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과 수학적 논리에서
추구하신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수성의 근일점 이동을
일반상대성이론이 깔끔하게
해명했다든지
5차방정식의 일반적 해법이
왜 불가능한지 규명한 갈루아의
증명에서 물질세계의 밑바닥에
감주어진 원리인 군이론이 나오게
되었다든지
자연로그e와 허수i 원주율 그리고
숫자 1,0으로 조합하여 수학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오일러방정식,
물리학 발달의 역사는 결국 자연에
내재하는 대칭성을 확장하는
여정이었고 그것이 바로 키츠가
말하는 아름다움이요 진리를
향하는 길임을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