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나 마카오 여행을 가면 흔히 먹는 에그타르트의 원조는 사실 포르투갈이다. 그래서 포르투갈에 가보면 에그타르트 가게가 셀 수 없이 많은데, 그중 원조 에그타르트 집은 단 한 곳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음식점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그 주위에 우후죽순 너도나도 ‘원조’라는 이름을 달고 비슷한 음식점이 생기게 마련인데, 포르투갈의 벨렘 빵집은 다르다. 이곳은 자타공인 에그타르트의 원조집이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리스본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의 자랑거리가 된 벨렘 빵집으로 가보았다.
벨렘 빵집에 들어선 순간 벽면 타일에 적힌 ‘1837’이라는 숫자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이곳이 생겨난 지 170년이 넘었다는 말인데 당시에 들은 말로는 무려 5대째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가게 안에서부터 밖까지 줄지어 서있었는데 인파를 뚫고 판매대 쪽으로 가보니 정신없이 에그타르트를 포장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보였다. 메뉴도 오직 하나, 에그타르트뿐이었다.
손님으로 빼곡한 그곳은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포장해서 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루에 무려 2만 개에서 3만 개의 에그타르트가 팔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대로 된 원조집을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원조집의 위상을 이토록 굳건히 지켜주는 비결인지 알아보기 위해 주방을 엿보기로 했다.
주방에 입성하기까지 우리는 꽤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다. 몇 번이고 우리 방송의 취지와 의도를 설명하고 기다림의 시간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주방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서기 전에는 빵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의아했는데 주방에 들어서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마자 빵 공장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죽을 만드는 사람들, 반죽을 틀에 넣고 펴는 사람들, 반죽 안에 크림을 채우는 사람들, 오븐에 타르트를 넣는 사람들. 넋을 놓고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 중심에 있는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공장장이라 불리는 라미니 씨였는데 오븐에 들어갔던 타르트들을 꺼내 마지막 검열을 하는 사람이었다. 매의 눈으로 타르트를 살핀 후에 내보내는 행동에서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나라 원조집의 욕쟁이 할머니가 갖고 있는 위엄이랄까. 그와 이야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에그타르트의 비법에 관해 물었더니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에그타르트의 비법은 이들도 몰라. 오직 나와 사장, 오래전에이 비법을 받아온 사람. 이렇게 딱 세 명만이 알지. 이 비법은 절대 알려줄 수 없어.”
그 순간 원조 떡볶이집 할머니가 외쳤던 ‘며느리도 몰라’라는 한 광고의 대사가 떠올랐다. 원조의 자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고집스레 개발한 비법을 귀중히 대해야만 그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꿩 대신 닭이라고, 비법 대신 이 빵집 에그타르트의 유래는 들을 수 있었다.
벨렘 빵집에서 멀지 않은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 처음 탄생한 이 에그타르트는 수녀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달걀 흰자로 수녀복에 풀을 먹였던 수녀들이 쓰고 남은 달걀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해 디저트를 만들게 된 것이 에그타르트의 시초이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 만든 이 에그타르트의 비법을 벨렘 빵집에서 전수받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곳 에그타르트에 어떤 특별한 맛이 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것인지 그 맛이 정말 궁금했다. 가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함께 먹기로 했다. 동그랗고 작은 에그타르트는 겉은 바짝 익어 그을려졌다 싶을 정도의 색을 띠고 있었다. 테이블에 비치된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곁들여 한입 베어 무니 ‘파사삭’ 하고 빵이 부서졌다. 빵이 부서지자 속에서 아주 촉촉한 커스터드 크림이 쭉 뿜어져 나왔다. 얇은 페이스트리의 바삭한 식감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크림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풍성한 맛이었다. 어찌나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인지 앉은 자리에서 열 개도 먹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달걀 노른자 하나로 근사하고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어쩌면 이것이 17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에그타르트의 비밀인지도 모르겠다.
에그타르트의 유래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유서 깊은 수녀원인 제로니모스 수녀원에서 처음 탄생했다. 수녀들이 수녀복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달걀 흰자를 사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노른자가 남은 것이다. 남은 달걀 노른자를 처치하기 위해 디저트인 에그타르트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후 초대 벨렘 빵집 사장에게 그 비법을 전수하게 되었고, 비로소 에그타르트가 대중화된 것이다.
포르투갈과 홍콩 에그타르트의 차이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과 홍콩의 에그타르트가 유명한데 본고장은 포르투갈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에그타르트는 맛이 다르다. 먼저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타르트 도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촉촉한 느낌의 쿠키’에 가까운 식감을 지닌다. 반면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 도우를 사용하여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마카오는 홍콩과 접해 있지만 과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에그타르트 만드는 방법은 포르투갈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 재료
- 달걀 노른자 2개, 설탕 60g, 우유 160ml, 생크림 160ml, 옥수수 전분 1작은술, 바닐라빈 1개, 레몬 제스트1큰술, 덧가루 약간, 버터 약간, 퍼프 페이스트리 4장
만드는법
1. 오븐은 190도로 예열한다.
2. 머핀 틀에 버터를 바른다.
3. 냄비에 달걀 노른자, 설탕, 우유, 생크림, 녹말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4. 바닐라빈은 씨를 긁어서 넣어준다.
5. 중약불에서 농도(약간 걸쭉한 정도)가 날 때까지 익힌다.
6. 체에 한 번 거른 후, 얼음볼에 한김 식혀준다.
7. 볼에 레몬 제스트를 넣고, 잘 섞어놓는다.
8. 퍼프 페이스트리는 돌돌 말아 반으로 자르고, 밀대로 펴서 만두피 크기로 만들어준다.
9. 머핀 틀에 맞게 눌러 담고 식힌 커스터드를 3/4정도 채운다.
10.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0분간 익힌다.
11. 식힘망에 올려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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