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 송경동
우리는 당신들의 집과 건물이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를 대하는 당신들의 인성도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삶과 생활이
더 윤택하고 빛나길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가 받아야 할 대우도
환하고 기름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노예나 종이 아닙니다
당신과 나의 권리는 서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의를 바르게 정돈하고
잘못된 구조와 모순을 뜯어고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은 닦으십시오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송경동,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창비, 2022년, 10~11쪽
집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이 뒤처리를 하는 일입니다. 모든 일에는 ‘뒷’일들이 있습니다. 앞의 일은 화려하고 빛날 수 있지만, 뒤의 일들은 그와는 반대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주목을 받지만 설거지하는 일은 귀찮고 꺼리는 일입니다. 물건을 사서 사용할 때에는 재미있지만, 망가진 물건을 버리거나 뒤처리하는 일은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저자
송경동
출판
창비
발매
2022.04.22.
우리 집에서 아이들이 가장 꺼리는 일이 무엇일까 살펴보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저 버려진 음식물들, 다수는 우리 입에 있었던 것과 같은 내용물이었습니다. 또는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버려진 여분의 음식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선후(先後)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놀라울 정도입니다.
직장에서도 청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주변을 청소합니다. 요즘 점심을 외부에서 먹지 않아서 음식물 쓰레기도 상당히 나오는데, 아침에 출근해 보면 깨끗하게 치워져 있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꼼꼼히 치워준 까닭입니다.
저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요.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분리수거’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직장 안에서 직군은 다르지만,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먼저 인사하고 공손한 말투를 쓰는 것입니다.
송경동 시인의 시집
다인다색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색을 띤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사람이 많으니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 일에는 누구나 선호하는 일이 있는 반면, 위험하고 더럽고 하기 싫은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만약 아무도 저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세상은 어찌 되겠습니까. 청소차가 며칠만 운행하지 않으면, 도시는 쓰레기로 가득 차 버립니다.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 가장 더러운 곳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역설적으로 저 ‘더러움’이 우리의 진짜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더러움을 치워주는 존재에 기대어 깨끗한 척 위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죠. 그래서 화자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찌르는 것일까요. ‘부디 /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라는.
쓰레기에 대해서 얘기하니, 사회의 곳곳을 시궁창으로 만드는 몇몇 쓰레기만큼은 꼭 치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나도 저 쓰레기처럼 치워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시 쓰는 주영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