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은 3일, “내년도 해군관사 건립 예산 시설비가 수시배정 예산으로 분류돼 제주도와 협의 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정의 요청에 따른 국회 및 기재부의 이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향후 전개될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킬 여지도 안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예결위는 해군이 강정에 건립하는 군관사 예산을 정부 원안대로 반영하되 수시배정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절충했다. 수시배정 예산이란 예산이 정부 소관 부처 관할로 편성되지 않고, 기재부 예산으로 편성된 상태에서 조건이 이행될 때마다 기재부가 예산을 소관 부처에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정은 “기재부는 제주도정 및 강정마을회가 해군과 협의하는 과정을 보면서 예산을 순차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의견”이라며, “예산은 편성하되 합의를 봐야 돈을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제주도정은 “기재부가 도와 해군의 입장을 고려하여 심사숙고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해군과 긴밀히 협의하여 강정마을 내에 관사를 건설하기보다는 더 가깝고 좋은 입지에 관사를 매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창일 의원은 이 예산과 관련해 지난 2일 “강정마을 해군관사 예산은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으나, 기재부와 국방부가 군 관사 예산 삭감에 강하게 반대해 제주도와 협의를 통해 제주도와 주민과의 협의 없이 예산 집행을 못하도록 수시 배정으로 묶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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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집행과 관련해 부대조건을 달았으나, 국방부는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 '외상 공사'를 강행하면서 갈등을 격화시켰다. |
하지만 이러한 사항은 예산서에 부대조건으로 명시되지 않아, 기재부 및 국방부의 자의적인 예산 집행을 과연 막을 수 있을지, 자의적으로 집행할 경우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킬 것은 아닌지 의문인 상황이다.
그리고 심지어 국방부는 지난해 국회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집행과 관련해 부대조건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며 ‘외상 공사’를 강행한 전례가 있다.
국회는 2013년 예산안을 의결하며 부대조건으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산 집행은 7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해군기지 건설계획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실시한 후, 이를 국회에 보고한 다음 집행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선(先)공사 후(後)집행'을 내세우며 그해 1월 1일부터 외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야당과 강정마을회 등이 불법이라며 항의했으나 국방부 등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공사를 강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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