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달에 착륙한 창어5호. 붉은 실선은 창어5호가 토양 시료를 채취한 구역을 표시한 것이다. /CNSA
달 표면의 유리 성분 물질에 수분이 함유돼 있고,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물이 최대 2700억t(톤)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수 용량 29억t인 소양강댐 같은 대규모 저수 시설을 달 곳곳에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과 영국 자연사박물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중국 달탐사선 창어 5호가 달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해 ‘유리 구슬’로도 불리는 유리 성분 물질에 포함된 물이 달 전역에 최소 3억t에서 최대 2700억t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실렸다. 이번에 연구진이 분석한 유리 구슬은 창어5호 착륙선이 2020년 12월 달에서 가져온 토양 시료에 포함된 것으로, 50마이크로미터~1㎜ 지름의 100여 개 유리 성분 물질이다. 연구진은 운석이 달과 충돌했을 때 특정한 성분이 달 표면에 널리 퍼졌고, 이후 태양풍과 반응하면서 물 분자의 핵심 성분인 수산기(OH)를 갖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유리 구슬을 섭씨 100도로 가열하면 유리 구슬에서 물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에서 물이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0년대 클레멘타인 탐사위성을 통해 달 극지의 분화구에 물이 얼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인도의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도 2009년 달의 지표층 안에 물이 얇은 층의 형태로 묶여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분석된 유리 구슬에 들어 있는 물은 달에 폭넓게 분포돼 있고, 극지나 땅속 깊은 곳보다 물을 채취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달에 유인(有人) 기지를 세운다는 목표를 세운 나라들에 물 자원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혀 왔다. 우주비행사들의 식수 등 생존을 위한 용도는 물론이고, 발전과 로켓 추진에도 두루 쓰기 위해서다. 아폴로 계획 이후 처음으로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인 NASA가 2025년 달 착륙 후보지로 태양빛이 닿지 않는 영구음영 지역을 꼽은 이유도 이곳에 수빙(水氷)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지속 가능한 달 탐사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태양계의 다른 위성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