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바마는 2009년 ‘외교대표부’ 설치 및 6자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2010년 ‘미북정상회담’과 ‘3자(미·북·중) 혹은 4자(남·북·미·중)간 종전회담’ 진행→ 2012년 ‘미북수교’와 ‘종전선언’ 완료라는 대북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09년에 북한과 미국은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보다 높은 단계의 외교공관, 이른바 ‘외교대표부’를 설치,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을 전개하고 년 내 미 국무장관이 방북해 오바마의 방북과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듬해인 ‘2010년, 북한의 초청’ 형식으로 오바마가 방북해 김정일과 ‘미북 정상회담’을 갖고, ‘미북수교’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2008년 11월2일자 폴리뉴스 인용).
이와 동시에 6자 외무장관회담에서 2009년 봄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 2010년에는 정전협정 당사자들인 미·북·중간에‘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쌍무회담과 다자회담을 갖고 정전상태를 끝낼‘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의 종착점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게 넘어가는 2012년입니다.0 이때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미북수교’와 ‘종전선언', 그리고‘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완료, 재선을 위한 외교적 업적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자누지 한반도 정책팀장은 2008년 11월7일에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뉴욕을 방문중인 6자회담 북한 측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주최한 한반도 전문가회의에서 비공개로 만났습니다.
여기서 리근 국장은 오바마 정부와 대화할 용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정책을 추구하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그 어떤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더라도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대화를 서두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민주당)의 마지막 해인 2000년 말에 조성된 미북관계 급진전 무드가 공화당 부시정부 출범이후 물거품이 된 경험을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4년 임기 내에 이를 마무리한다는 겁니다.
|
자누지 팀장 역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인사인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탐색을 넘어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가 됐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습니다. 미국도 북한 김정일의 건강악화를 감안하여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완료하고자 서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북한은 미국에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화협정의 체결은 2006년 11월 하노이 APEC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대통령의 의견에 이미 동의했고 2007남북정상선언(2007.10.4)에도 이를 명기한 것으로 미국에서 당장 추진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UN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안전보장이란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반도주변으로의 접근금지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핵무기 포함)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을 미국이 수용하면 북한은 WMD와 생산시설(과학자 포함)을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북한이 이것에 합의하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약화로 인해 한국의 전쟁억제력은 크게 약화될 것입니다.
북한의 잦은 도발로 사회혼란이 야기되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례로, 파리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미군이 철수한 월남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월맹의 무력남침으로 공산화됐습니다.
미국 국민은 오랜 기간 월남을 위해 피 흘려 싸웠으나 월남이 미국-월남 연합작전을 거부하고 반미감정을 표출하자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월남 공산화를 묵인한 미국은 20년 후에 월남과 정식 수교했습니다. 그러면 이런 끔찍한 미래를 알면서도 미국은 한국을 버리는 정책을 채택할까요?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자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고 오바마 당선인이 겉으로는 한국을 남달리 아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이 한미동맹 아래서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시장경제에 성공한 모범국가가 된 것을 미국은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국가이익을 우선시 합니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의회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를 더 존중하는 나라입니다.
이번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까지 장악한 강력한 행정부입니다. 오랜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주당은 2012년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큰 외교적 업적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WMD능력은 이미 수준 이상으로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력을 동원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미국에게 한국의 생존이 중요한가, 아니면 세계적인 과제인 WMD 해결이 우선인가에 한국의 미래가 달린 것입니다. 혹자는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외쳐도 미군이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많이 떨어졌습니다. 휴전선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아왔던 냉전은 구소련의 붕괴로 20년 전에 끝났습니다. 한국국민의 반미감정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은지 오래입니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미국 연합작전이 사실상 어렵게 됩니다. 더구나 한국정부의 집요한 요구로 연합사가 2012년 4월에 해체됨에 따라 미군철수의 제약도 사라집니다. 연합사 해체이전에 UN사의 기능도 한국군이 대부분 인수합니다. 주한미군이 담당해 오던 전·평시 10대 임무기능도 2008년 9월에 한국군이 모두 인수했습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한미군이 해야 할 주요임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 내 소규모 반미시위라도 발생하면 미국 국민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강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행정부는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거론하면서 감축을 계속해왔습니다.
경제위기에 봉착한 미국은 국방비 감소와 테러와의 전쟁 부담으로 인해 해외주둔군의 감축 압력까지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미동맹은 지난 10년간 많이 손상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21세기 전략적 한미동맹 등으로 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회복되기가 어려운 상태까지 가있습니다. 한국은 동맹국의 신의를 저버리고 대테러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하지 않았습니다. 비 전투부대만 보냈습니다.
자이툰 부대(공병/의료 3,800명)는 전쟁이 종료된 18개월 후 2004년 9월에 이라크에 파병했습니다. 이마저도 2008년 12월에 모두 철수함에 따라 이라크와 아프간에 잔류부대는 없습니다.
1998~2008년 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북한에 많은 현금과 물자(철근·콘크리트·식량·비료 등)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의 호의를 무시하고 이것을 악용해 WMD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켰습니다. 북한은 2006년에 핵실험을 하여 핵 보유국이 되었고 신형미사일(중·장거리 탄도탄,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 세계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WMD증강과 탄도탄 확산에 기여한 국가로 오해 받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국가안보전략으로 내세우면서 50여 년간 공고히 유지되어온 한-미-일 남방3각 관계에서 이탈했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북-중-러 북방3각 관계로 너무 치우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2006년 중반에 한국의 연합사 해체 제의를 전격 수용한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이탈로 2007년에 미·일·호주 군사동맹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국민의 66% 해체반대, 700만 명이 서명)을 무시하고 ‘한미연합사의 해체작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국가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하나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는 자주국방으로 가느냐 아니면 연합사 해체를 연기하면서 국가생존과 경제회복을 동시에 도모하는 길입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에게 달려있습니다.
할 얘기가 많다보니 시간이 벌써 다 된 거 같습니다. 제가 너무 비관적인 얘기들만 모아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이 어쨌든 우리의 우방이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를 다루는 면에서 겉으로는 긍정적으로 다뤄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비공개적인 부분에서는 오바마의 그의 주변 인물 들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이들의 과거전력을 비롯해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이 우리의 적은 아니지만 우리는 미국을 미국사람들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저는 제가 친미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무조건적인 친미를 해도 우리가 살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를 맞이해서는 용미를 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고 부시 행정부 처럼 잘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주는 누를 범하지 않도록 한국이 미국을 움직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고대 신라의 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1천 년 전 신라는 삼국 중 가장 약소국이었지만 지혜를 발휘해서 삼국통일을 달성하지 않았습니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면 말이 안 됩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미국의 오바마도 아니고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아닌 대한민국입니다. 김정일이 언제 죽을지 모르고 이 틈을 타서 중국이 북한을 속국으로 삼을지는 모르는 난세를 살고 있는데,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 나가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난 번 이춘근 박사님이나 박제승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오바마의 당선이란 위기상황이 오히려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아예 이참에 한국과 미국·일본의 보수우파 세력이 확실하게 손을 잡는 건 어떨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 여겨집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김필재 북한해방동맹 공동대표, 프리존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