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8일 (자)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조 재형 신부
복음; 마태23,1-12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1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2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3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4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5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 이다. 그래서 성구 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6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 를 좋아하고,7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8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9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 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10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 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11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 이 되어야 한다.12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4월 26일 토요일에 황창연 신부님이 ‘선교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 수녀님이 포스터를 2장 만들었습니다. 사목 회의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사목 위원들은 대부분 파란색 바탕에 만들어진 포스터를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을 전공한 주일학교 선생님과 홍보분과장은 하얀색 바탕에 만들어진 포스터가 좋다고 했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신문 광고에서도 파란색 바탕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당장 눈에는 파란색 바탕이 좋아 보이지만 홍보용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파란색 바탕의 포스터를 선택했던 사목 위원들도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하얀색 바탕의 포스터를 선택했습니다.
구역을 나누는 것은 구역분과에서 하고, 사제관 신축은 건축 위원회에서 하고, 본당 설립 50주년 행사는 준비 위원회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사회는 다수결이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신앙은 결코 다수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 길, 생명 또한 다수결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는 우주에 여러 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지구는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고,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켜야 할 의무의 문제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 고난받고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죄지은 나를 위해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한 예수님의 결단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주님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오늘 복음의 말씀은 교회의 지도자, 특히 성직자들이 늘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과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의 말은 들으십시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본받지 마십시오. 그들은 말은 하면서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생색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짐을 다른 이에게 맡기기 때문입니다. 사제복이 특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첫 번째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생각합니다. 감옥에서도 교우들을 생각하며 위로하였습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어머니를 생각하며 친구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께 어머니를 부탁한다는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꺼이 목숨을 바쳐 순교하였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참된 목자의 길을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여러분 가운데서 가장 높은 사람은 여러분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입니다.”라는 말을 삶으로 실천하였습니다. 세상의 나이로는 26살밖에 되지 않았고, 사제 생활은 1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한국의 ‘수선탁덕(首先鐸德)’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독서는 늘 부족한 제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씀입니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 너희가 기꺼이 순종하면 이 땅의 좋은 소출을 먹게 되리라.”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니 비록 나의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비록 나의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처럼 희게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주님의 자비하심에 의탁하며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악행을 버리고 선행을 배울 수 있다면,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핀다면 비록 우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처럼 희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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