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 진정해.” 있는 힘을 다해 말렸다.
이게 뭐람. 분노에 앞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이런 일에 말려들었는지.
“야, 반도. 어린놈 버르장머리 좀 가르쳐.”
“브레이커즈 전에서 홈런 날리면 집에 불 지를 테니 알아서 해.”
야쿠자가 옷을 매만지더니 사라졌다. 스즈키와 둘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맥이 풀렸다.
급한 불은 껐다. 안도의 한숨이 터졌다.
“야, 스즈키, 휴일 지나면 맹렬 연습이야, 알았지!” 손바닥으로 스즈키 뺨을 때렸다. 반응이 없었다. 스즈키는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입을 반쯤 벌리고. “야, 이 바보야. 눈 떠.” 흔들어도 꼬집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더는 화낼 기력도 없었다.
신이치는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천진난만하게 잠든 얼굴을 봤다. 역시 프로가 될 조짐이 있다. 경험을 쌓으면 좋은 선수가 될 성싶다.
일어나서 스즈키를 들쳐업었다. 밤길을 걸었다.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에취!” 재채기가 나왔다. 티슈로 코를 풀었다. 뭉쳐서 쓰레기통에 던지니 너무 가벼워서 들어가지 않았다.
벤치에 벌렁 드러누웠다. 끝쪽에서 마유미라는 간호사가 나른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걸 보니 응원단이 아니라 팀원인 모양이다.
“이라부 선생님, 제발 부탁인데요. 살살 던져도 충분해요.”
마운드에서 투수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라부가 정면 땅볼을 잡아서 1루로 악투했기 때문이다. 상대편이 3루가 구멍이라는 것을 알아챈 듯하다.
“어이, 도민병원 돌팔이 의사들. 더 어려운 땅볼을 쳐봐.” 이라부가 뜻 모를 내뱉으며 야유했다.
평화로운 휴일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강변 운동장에서 모두가 동네야구를 하고 있었다. 배가 나온 중년 사내가 있다. 자세가 엉거주춤한 젊은이도 보인다. 여자도 있다.
이번에는 외야수가 실수했다. 평범한 공이 날아와 글러브 가장자리에 맞고는 떨어졌다.
그만 웃음이 나왔다. 하늘에서 종다리도 웃었다. 좋군, 즐거워 보여. 신이치가 혼자 중얼거렸다. 신선한 느낌으로 바라봤다.
신이치는 이런 야구가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야구단에 들어간 후부터 내내 이기기 위한 야구를 해왔다. 연습도 이를 악물고 했고 팀 모두가 라이벌이었다.
은퇴하면 동네야구팀에 들어가자. 이기든 지든 웃음이 끊이지 않는 팀으로.
하지만 그것은 훨씬 나중이다. 적어도 앞으로 5년은 프로로 뛰고 싶다. 입스는 정면으로 맞서면 될 것이다. 이라부 말대로 생명과는 별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