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이름의 원주인공인 참다랑어가 헤엄치고 있다.
참치는 원래 다랑어류 중 참다랑어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다랑어류와 새치류를 포함하는 통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랑어는 분포 수역에 따라 가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같은 열대성 다랑어와 참다랑어, 날개다랑어 같은 온대성 다랑어로 분류한다. 이외에도 백다랑어, 점다랑어같이 연안에서 서식하는 연안성 다랑어도 있다. 다랑어와 맛이 비슷해 횟감이나 구이용으로 공급되는 새치류에는 청새치, 녹새치, 흑새치, 황새치 등이 있다.
참치의 완전양식은 수정란을 채취해 인공수정으로 자라난 참치를 통해 종자를 생산해 기르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 2002년 참치 완전양식에 성공해 양식 참치가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참다랑어 종자 생산에 성공해 육상 양식 실증시험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외해 수중가두리의 참치 시범양식장 모습이다.
참다랑어를 참치라 부르는 이유
참다랑어의 별칭인 참치 이름에 얽힌 유래는 유별나다. 박일환의 <우리말 유래사전>에 의하면 광복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수산시험장(지금의 국립수산과학원)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대통령이 어류학자 정문기 박사에게 참다랑어를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힌 정 박사는 우리나라 물고기 이름에 준치, 눈치, 갈치, 넙치, 꽁치 따위의 ‘치’가 많다는 생각에 “참, 참~”하고 한참을 맴돌던 끝에 “참치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한다. 이로 인해 참다랑어를 참치라고 부르게 되었다는데….
이에 대해 수산인들은 다른 유래를 이야기한다. 1957년 6월 29일 첫 항해에 나선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가 인도양에서 참다랑어 10여 톤을 잡아 부산항으로 들여왔다. 이때 크기나 맛 등 여러 면에서 바다에 사는 물고기 중 으뜸이라 할 만한 이 물고기를 다른 어류와 구별지어야 했다. 그래서 참다랑어의 일본식 이름인 ‘마구로(眞黑)’의 진(眞) 대신에 비슷한 뜻의 우리말 ‘참’을 쓰고 그 뒤에 어류를 뜻하는 ‘치’를 붙였다는 것이다. 마구로는 참다랑어가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어 붙은 일본식 이름이다. 동원수산의 참치 홍보관 자료에 부산항에 내려진 참다랑어를 두고 참치라 부를 것인지 진치라 부를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참치의 유래는 일본식 이름인 마구로에서 왔다는 설에 비중이 실린다.
1957년 6월 29일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 지남호가 인도양으로 참치 조업에 나선 후 원양어업은 외화획득에 크게 공헌했다. 당시 지남호가 잡은 참치 앞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치의 종류
참치류는 다랑어류와 새치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주요 어획종으로 수산물 어획량 및 수출 1위 품목이다. 이들의 종류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위)참치는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주요 어획종으로 외화획득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원양어선들이 참치 조업을 하고 있다. (아래)부산공동어시장에 원양어선들이 잡아들인 참치가 위판되고 있다.
- 참다랑어
참다랑어는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종의 경우 최대 몸길이 3m, 몸무게 560kg까지 성장한다. 다랑어 중 가장 클 뿐 아니라 고급종이라 ‘바다의 귀족’이라 불린다. 몸은 뚱뚱하고 방추형에 가까우며 꼬리자루는 가늘다. 몸에서 등 쪽은 짙은 청색을 띤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 미국, 멕시코 해역에 분포하는 태평양참다랑어, 대서양에 분포하는 대서양참다랑어, 남반구에 분포하는 남방참다랑어의 3종이 있다.
- 날개다랑어
날개다랑어는 가슴지느러미가 매우 크게 발달해 마치 날개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온대 수역에서 주로 어획되는데 살이 흰색이다. 서구에서는 ‘바다 닭고기’라고 부르는 인기 있는 종이다.
- 눈다랑어
길이가 2m에 이르는 열대성 다랑어다. 다랑어류 중에서 눈이 가장 커서 눈다랑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살은 연한 붉은색으로 초밥용으로 이용된다.
- 황다랑어
제1 지느러미를 제외한 다른 지느러미는 황색을 띤다. 열대성으로 살은 밝은 분홍색이다. 횟감이나 초밥용으로 이용된다.
- 가다랑어
몸 빛깔은 등이 짙은 청색을 띠고, 배 부분은 은백색 바탕에 4~6개의 검은색 세로띠가 있다. 다랑어 중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종으로 주로 통조림으로 가공된다. 일본 사람들은 전통식품으로 가다랑어를 이용하여 조미용 국물을 얻기 위한 건조가공품을 만드는데 이것을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라고 한다. 가다랑어를 알맞게 다듬어 건조와 발효를 반복한 후 얇게 썰어 국물을 우리는 데 이용하는데, 가쓰오부시에는 핵산 조미료 성분인 이노신산과 히스티딘염이 많이 들어 있다.
참치는 통조림으로 가공되면서 대중화 되었다. 통조림 가공용 참치는 참치류 중 가장 많이 잡히는 가다랑어를 재료로 한다.
- 연안성 다랑어
우리나라 연해에서 잡히는 종으로 체색이 흰색인 백다랑어와 몸에 점이 있는 점다랑어 등이 있다.
- 청새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청새치는 강하고 긴 창 모양의 턱이 특징이다. 최대로 성장하면 전장 3.5m, 체중 200kg까지 나간다. 선명하고 깊은 푸른색은 옆구리와 배를 거치면서 은빛을 띤 백색으로 변해간다. 청새치는 눈에 띄는 크기와 생김새에다 힘이 엄청나 스포츠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있다.
(왼쪽)원양어업에 나선 선원들이 청새치를 잡아 올리고 있다. (오른쪽)전시 중인 새치류의 표본이다. 새치(billfish)는 매우 두드러진 부리 모양의 주둥이를 가진 대형 포식어를 가리키는 말인데, 일부 종은 신장이 4m를 넘기도 한다.
- 흑새치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발견되는 새치의 일종이다. 측정된 최고 크기가 길이 4.65m, 무게는 750kg으로 새치류 중에서 가장 크다. 황새치와 함께 가장 빠른 어류 중 하나로 분류된다. 체색이 흑색인 흑새치는 상업적으로 어획되며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높다. 흑새치는 짧은 주둥이와 둥글고 낮은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약 75kg에 달하는, 몸 쪽으로 접을 수 없는 단단한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어 다른 새치들과 구별된다.
- 녹새치
몸길이는 약 3m다. 겉모양은 청새치와 비슷하나 등 쪽이 어두운 녹색이고 배는 연한 빛깔이다. 청새치, 황새치와 함께 바다낚시 최상의 대상 어류다. 녹새치를 비롯해 새치들은 소형 어류, 갑각류, 두족류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다.
- 황새치
새치들은 마치 펜싱 칼처럼 생긴 주둥이로 먹이들을 베고 찢으며 사냥을 한다. 황새치의 몸은 전체적으로 갈색이며 등 쪽은 어두운 빛을 띠고 배 쪽으로 갈수록 점차 밝아진다. 최대 몸길이는 4.5m, 몸무게는 540kg에 이른다. 낚시어로 인기가 많고. 살이 희고 고소한 맛이 있어서 생선회나 구이 재료로 이용하지만, 같은 새치류인 청새치에 비해서는 맛이 떨어진다.
풍부한 영양의 건강식품
다랑어와 새치류를 총칭하는 참치는 열대성 표층어 중에서 가장 큰 육식어류로 성장이 빠르고 맛이 좋아 귀중한 수산자원이다. 부위에 따라 각종 영양소의 함유량이 다른데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지방을 구성하고 있는 지방산의 특성 때문이다. 참치에는 특별한 불포화지방산으로 EPA(eicosapentaenoic acid)가 들어있다. EPA는 인체에서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혈전예방효과가 있는 EPA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참치를 비롯한 연어, 고등어, 정어리, 전갱이 등 소위 등푸른 생선류의 특징이다.
참치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도 우수하며 비타민 B군, 토코페롤,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이 많아 어린이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울 뿐 아니라 고단백 저열량 식품으로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환자의 영양식으로도 추천된다. 참치 고유의 감칠맛은 이노신산이라는 성분이 많기 때문인데 이는 핵산 조미료의 구성성분이다.
참치는 여러 식재료로 사용되는 데 특히 횟감으로 인기가 있다. 먹으면 안 되는 기름치
참치로 둔갑해서 팔리던 기름치라는 어류가 있다. 기름치는 오일피시(oil fish)라 불리는 갈치꼬리과 어류로 수심 100~800m에 서식하는 심해어다. 기름치란 이름은 보통 어류의 지방 함유량이 4~5% 정도인데 이 어류의 지방함유량은 20% 이상이나 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름치의 기름은 세제나 왁스의 원료로 사용되는 에스테르라는 성분이어서 사람이 먹으면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일으킨다. 일본은 1970년부터, 미국에서는 2001년부터 판매금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6월부로 식품원료로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하지만 가끔 불법 유통된 기름치가 참치 또는 메로구이로 둔갑해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름치 가격이 참치 또는 메로에 비해 5분의 1에서 7분의 1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불법유통되다 적발된 기름치의 모습이다. 기름치는 사람이 먹으면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일으킨다. 일본은 1970년부터, 미국에서는 2001년부터 판매가 금지되었다.
름치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60년대 참치 어선이 남태평양에서 본격적으로 참치 잡이에 나설 때부터다. 잡아들인 참치를 수송할 때 냉동된 참치가 서로 부딪혀 훼손되지 않도록 함께 잡힌 기름치를 적당하게 썰어서 고정대로 사용했는데, 참치는 수출되고 고정대 역할을 했던 기름치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참치회로 둔갑했다. 기름치는 지방함량이 높아 그냥 먹으면 느끼한 맛이 강하다. 그 맛을 상쇄시키기 위해 김에 싸서 먹었던 것이 지금까지 참치회는 김에 싸서 먹어야 되는 식문화로 정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