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354〉
■ 개여울 (김소월, 1902~1934)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1925년 시집 <진달래꽃> (매문사)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어제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발라드 같은 조용한 가요를 열심히 듣는 편입니다. 그런데 詩에 관심을 갖다 보니, 가곡뿐 아니라 대중가요 중에서도 예전엔 무심히 지나치던 가사들이, 詩에서 인용된 게 적지 않음을 알게 되더군요.
특히 이별과 그리움을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에 담아 노래한 소월의 작품들은 발라드와 잘 어울리고 있는데, 1972년 정미조가 불러 히트시킨 여기의 ‘개여울’이 대표적인 노래라 하겠습니다. 이 노래는 2019년 아이유가 리메이크하여, 780세대들에게 이전 학창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이 詩는 이별의 슬픔을 되새기면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는, 임을 향한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감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먼저, ‘당신’이 과거의 언젠가, 파릇한 풀이 돋아나고 봄바람에 믈결이 잔잔하게 일렁일 때 ‘개여울’에 앉아서 ‘나’에게 ‘가도 아주 가지는/않노라’고 약속을 했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 ‘잊지말라는 부탁’, 곧 잠시 떨어져 있을 것이라던 약속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날마다 예전의 그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당신의 약속을 되새기며, 하염없이 기다리며 그리워하고, 또 오지 않는 당신을 원망하기도 한다고 슬픈 표정으로 하소연하고 있군요.
그나저나 현대사회에서도 이런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직 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