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늦게 넷플릭스에 올라온 6부작 리미티드 시리즈 '사나운 땅의 사람들'(American Primeval)은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 적지 않다. 1857년 황량한 서부 유타 준주(territory, 4년 뒤에야 유타는 정식 주로 자리잡았다)의 포트(요새) 브리저를 찾아든 개척민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려 발버둥치는 원주민들의 가치관, 세계관, 문화와 무력 충돌을 다룬다.
1회 중후반에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지도자 브리검 영(킴 코츠)이 이끄는 무장집단이 아칸소주 출신 개척민들과 친절한 모르몬 신도들을 도륙하는데 원주민 부족으로 변장해 습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브리검 영이 아내가 22명이나 된다는 소문을 일축하며 "20명"이라고 웃어 넘기는 장면도 나온다.
대한민국에서도 가끔 검은 양복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메고 친절한 미소를 짓는 모르몬교 선교사들과 마주치곤 하는데 165년 전에 저처럼 잔인하고도 비겁하며 양심적이지 않은 짓까지 서슴지 않았구나 생각하니 놀라웠다.
미국 영화 온라인 매체 '디사이더(Decider)'에 따르면 시리즈를 이끄는 기둥인 아이작 리드(테일러 키치)와 세라 로웰(홀로웨이가 진짜 성인데 신분을 위장하려고 했다, 베티 길핀), 그녀의 아들 데빈(프레스턴 모타)과 청각 장애 원주민 소녀 투 문스(Rwo Moons, 쇼니 푸리에), 제이컵 프랫(데인 드한)과 애비시(사우라 라이트푸트레온) 부부 등은 모두 허구의 인물인데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원주민 학살 장면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다.
먼저 브리검 영(1801~1877)은 창시자 조지프 스미스(1805~1844)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스미스가 39세에 세상을 떠나자 그의 뒤를 이었다. 스미스는 아내가 무려 40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세 소녀를 아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국내에도 명문 사립대로 알려진 BYU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1857년 9월 7~11일 마운트 메도우즈 학살이 실제로 있었다. 시리즈처럼 원주민 부족인 파이우트(Paiute)족으로 위장한 모르몬 교도들이 남자 개척민이나 동료 신도들은 머리 가죽을 벗기고, 여자들은 목을 그어 버렸다. 나부 연대(Nauvoo Region)라 불린 모르몬 반군집단이 베이커-팬처 무리로 통한 개척민 120여명을 도륙했다. 당시 떠들썩하게 보도돼 마크 트웨인 같은 작가도 언급할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
제이컵 같은 젊은 모르몬 신도들은 동부의 박해를 피해 서부로 향한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당시 동부에서는 젊은 모르몬 교도들이 호되게 당했으며, 이에 따라 서부에 정착하는 과정에 새로이 얻은 땅에 대한 애착과 폭력을 동원해서든 지키려는 마음이 대단했다.
포트 브리저도 실재했으며 셰이 휘검이 연기한 짐 브리저도 실존 인물이다. 그는 1804년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루이스와 클라크 탐사대 얘기를 듣고 서부 여행을 꿈꿨다. 그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탐사한 최초의 비원주민 중 한 명이다. 1840년대 그는 유명한 길잡이였으며, 도너 무리에게 캘리포니아주까지 가려면 40일밖에 안 걸린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80일이나 갈렸다. 시리즈에서 묘사된 대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으려다 꼼짝없이 갇혀 서로 인육을 먹어야 했을 정도로 험난했다.
브리저가 포트 브리저를 세운 것은 1842년이었다. 지금도 와이오밍주에 있다. 그는 또 브리저 패스를 발견했는데 오리건 트레일을 61마일이나 단축하게 했다. 몬태나주의 금광으로 향하는 데 훨씬 안전한 경로로 자리잡았다.
시리즈에 나온 것처럼 모르몬교들에 의해 1857년 불에 탔으며 브리저는 나중에 브리검 영과 모르몬교도를 토벌하는 미국 정부군 징병에 자원했다. 포트 브리저는 재건돼 군 기지가 됐다. 브리저는 1881년 미주리주의 농장에서 생을 마쳤다.
감독 겸 총괄 프로듀서 피터 버그의 말인데 약간 길다. "모르몬교회는 그 범죄에 책임이 있다. 우리가 시도하고 하려는 일은 적어도 브리검 영과 모르몬 지도부가 느꼈던 그 지역에서의 긴장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커졌는지 이해하는 데 약간의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긴장이 그렇게 높아졌는지 약간의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다."
참, 시리즈를 한 번 시청한 뒤 다시 돌려보니 장면 하나, 대사 한 마디가 모두 주옥 같다. 1회의 엔딩 크레딧을 보며 놀라운 것이 하나 있었다. 개척민들과 젊은 모르몬 교도들을 이끄는 무리의 대장 팬처를 연기한 이가 바로 피터 버그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