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친 날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부산 해운대 인근의 숙소 네 곳. 핸드폰으로 태풍 주의 경보가 울린다. 파도소리를 듣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거센 기운으로 솟구치는 파도의 움직임에 마음이 홀린다. 구름이 하늘을 질주하기 시작하고, 바람은 제 울음으로 파도소리를 덮는다. 해변의 사람들은 하나둘 발길을 돌린다. 아늑한 여행자의 방으로 들어갈 시간, 이 역동적인 정취를 나른하게 만끽할 차례다.
①낙조가 스미는 호텔 선셋호텔
해운대 해변을 뒤로하고 길을 건너면 해운대 거리. 여기서부터 열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선셋호텔이다. 주상복합건물의 8층부터 15층까지를 호텔로 쓴다. 외관만 보고 선뜻 이 호텔을 판단한다면 값진 하룻밤을 잃을 터.
방(코너스위트)으로 들어서자 탄성이 절로 난다. 공간은 쾌적하고, 화장실과 욕조는 넓다. 베란다로 나가면 해운대 해변의 광활한 풍경이 한눈에 드는데, 저 멀리 대마도까지 보일 기세다. 일몰을 감상하고 밤의 해변에서 일어나는 낭만적인 순간들을 내려다보는 묘미가 있다. 해변 버스커의 노래를 듣고, 곳곳에서 쏘아 올리는 폭죽의 궤적들을 보느라 잠들기 아쉽다. 객실 상태와 호텔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 역시 만족스럽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3층 카페에서 조식을 제공하는데, 매일 아침 파티시에가 구운 머핀과 미얀마에서 공수한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조식은 한식, 양식을 아울러 정성스럽게 낸다.
스탠더드더블, 디럭스트윈, 코너스위트, 패밀리스위트 외 8가지 타입이 있다. ‘No’가 없는 호텔 서비스를 지향한단다. 그래서인지 체크아웃 하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인사하고 나간다. “방이 너무 좋았어요.”
귓속말 Tip
3층 카페테리아에서는 다양한 메뉴의 룸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46
전화 051-730-9900
홈페이지 sunsethotel.co.kr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스탠더드더블 10만9000원, 코너스위트 12만9000원 (조식 불포함, 비수기 평일 기준)
주차 가능
취사 불가
참고사항 장애인 객실 있음
②여자가 편한 방 해운대비지니스호텔 S
여행을 사랑하는 여사장이 여행을 다니며 불편했던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개선해 옹골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변 반대쪽, 해운대 지하철역 인근에 있어 바다가 보이는 전망은 아니지만 정갈한 방, 야무진 서비스가 매력적이다.
2년 전 문을 열고 1주일간 주변 상인과 지인들에게 호텔을 무료로 개방하고 모든 방의 개선점을 꼼꼼하게 보완한 후 영업을 시작했단다. 주 타깃은 30~40대 여행을 즐기는 여자, 그들이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 머문 듯한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콘셉트다. 여자가 운영하지 않으면 간과하기 쉬운 세심한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개별적으로 세제를 준비하면 세탁실 이용이 무료다. 세제가 없다면 데스크에서 소량의 세제를 구매할 수 있다. 모든 방에는 빨래 건조대가 있어 의자, 테이블, 문고리 등에 빨래를 걸쳐두지 않아도 된다.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각 방에는 금고가 있고, 여자 투숙객이 많은 만큼 외부인의 출입은 원천 봉쇄한다. 음식을 배달할 경우 1층 휴게실에서 인도받는다.
1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욕조가 구비된 디럭스, 라지킹 외 6가지 타입의 객실은 청결해서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다. 격식이 과한 서비스 대신, 적량의 친절함과 배려가 인상적이다.
1층 휴게실에서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토스트와 음료로 간단히 구성된 무료 조식을 제공하고 자전거도 1시간 동안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귓속말 Tip
대실이 있을 것 같지만 없다. 그래서 더 여행자의 숙소 같은 느낌이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8번길 49
전화 051-741-5009
홈페이지 haeundaehotel.kr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싱글 4만5000원, 라지킹더블 5만5000원 (비수기 평일 기준)
주차 가능
취사 불가
참고사항 장애인 객실 있음
③다시 가고 싶은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
해운대 그랜드호텔 뒤, 잔잔하게 빛나는 청자색 외관의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은 아름답다. 로비와 객실은 해운대 최초의 부티크 호텔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외형을 갖췄다.
빗대자면, ‘클래식하고 진중한 남자의 모던한 방’ 같다. 양립하기 어려운 두 단어가 신기하게 어우러진 방의 공기는 편안하다. 창과 거울을 영리하게 활용해 온종일 방안에 머문다 해도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 회색 톤의 벽에 나무 가구와 채도가 낮은 패브릭을 매치해 아늑한 분위기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계속 사진을 찍게 되는데,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의 방이 그렇다.
슈페리어더블, 디럭스트윈, 디럭스킹, 프레지덴셜스위트 외 8가지 타입의 방이 있다. 전 객실이 금연. 덕분에 호텔의 공기가 산뜻하다. 잠자리가 포근하다. 에이스 매트리스 위에 거위털 베개와 이불을 올려 아침에 침대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호텔의 로고가 말이고, 호텔 로비에는 말 조각품이 있으며, 곳곳에는 말 그림이 걸려있는데 호텔의 오너가 말을 좋아한단다.
갤러리로 쓰던 지하 공간을 조식 레스토랑으로 리노베이션했다. 평일 비즈니스 고객이 많은 만큼, 로비 옆에는 작은 비즈니스 센터도 마련돼 있다. 해운대를 대표하는 여행지 대부분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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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제품은 아니지만, 어메너티 향이 좋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09번가길 8
전화 051-741-7711
홈페이지 bestlouishamiltonhaeundae.com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비즈니스더블 6만6000원, 디럭스킹 17만9800원 (조식 불포함, 비수기 평일 기준)
주차 가능, 발렛파킹 가능
취사 불가
참고사항 장애인 객실 있음
④내 집 같은 편안함 더 마크호텔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뒤편, 푸르지오 시티 건물에 자리 잡은 레지던스 호텔이다. 온돌방인 오리엔탈, 디럭스더블, 스위트트윈, 키즈스위트 외 9가지 타입으로 나뉜 객실 수는 200여 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키즈스위트룸이 특히 인기다. 캐릭터 침대와 다양한 놀이기구, 유아 욕실용품, 어린이 전용 책상, 어린이 부엌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해변까지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한 만큼 씨뷰, 측면 씨뷰, 하프 오션뷰를 선택할 경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빌트인으로 설계된 오피스텔에 둥지를 튼 호텔이라 전자레인지, 세탁기,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모두 구비돼 있다. 세탁과 취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해운대에 집을 산 듯, 혹은 축지법을 써 내 집에서 해운대로 온 듯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어 좋다.
요리하는 게 귀찮다면 사부작사부작 50보만 걷자. 해변을 따라 바, 레스토랑이 도열한 해운대의 핫 플레이스 ‘팔레드시즈’에 닿는다. 해운대 밤 정취를 만끽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더 마크호텔은 푸르지오 시티 상가 2층에 조식 레스토랑을 마련했다.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와, 깻잎김치, 멸치볶음, 국, 죽으로 구성한 한식 메뉴를 낸다. 메뉴는 총 14가지. 시즌에 따라 유연하게 바뀐다.
호텔 투숙객에 한해 오피스텔의 피트니스센터와 실내골프연습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귓속말 Tip
키즈룸은 여자아이, 남자아이에 따라 테마를 다르게 구성했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29
전화 051-501-9440
홈페이지 hotelthemark.co.kr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숙박요금 스탠더드더블 6만3000원, 디럭스온돌 9만원, 더엠스위트키즈 11만7000원 (비수기 평일 기준)
주차 가능
취사 불가
주변관광지
SEA LIFE 부산 아쿠아리움
해운대 관광안내소 바로 옆에 자리한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은 250종, 1만여 마리의 해양생물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쿠아리스트가 상어 수조로 들어가 먹이를 주는 상어 피딩 타임, 바닥이 투명한 유리 보트를 타고 상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상어 투명보트, 상어와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샤크 다이빙, 7m 규모의 산호수조에서 펼쳐지는 수중공연인 인어공주 이야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가장 신비한 것은 해파리 수조. 아름다운 해파리들이 펄렁펄렁 유영하는 풍경에 한참 동안 넋을 놓게 된다.
10시~19시
어른 2만9000원, 어린이(3세~12세) 2만3000원
아이들과 관람하기 좋은 SEA LIFE 부산 아쿠아리움
동백섬
해운대 해변과 조선호텔이 만나는 지점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동백섬으로 들어서게 된다. 흔들 다리, 등대 전망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주요 포인트. 섬을 빙 둘러 걷다 보면 달맞이고개와 해운대 해변, 수영만, 광안대교와 광안리 해변을 차례로 조망할 수 있다. 해 질 녘 가는 게 좋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색색의 조명을 밝힌 누리마루 하우스와 광안대교의 풍광이 아름답다. 누리마루 하우스와 광안대교에 불이 켜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행운이 깃들길. 신데렐라 앞에서 호박이 마차로 변한 것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해운대
해운대 해변, 해운대 거리, 해운대 시장이 도보 10분 거리에 촘촘히 모여있다. 가을 해변은 여름에 비해 낭만적이고 고즈넉하다. 밤이 되면 밤바다를 배경으로 버스킹을 하는 청춘들이 모여든다. 바와 레스토랑이 도열한 해운대 거리에서는 주말마다 야시장이 열린다. 디자인 제품,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노점과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거리에 활기를 더한다. 곰장어 굽는 냄새에 침이 고이는 해운대 시장도 가보자. 초입은 곰장어 특화거리 같고, 안쪽으로 들어서야 시장의 면모가 조금씩 보인다. 시장 안쪽 상국이네 김밥집은 해운대 맛집으로 유명하다.
더 베이 101의 아름다운 야경
동백섬을 한 바퀴 돌면 그 끝에 더 베이 101이 있다. 해운대 해변, 동백섬, 더 베이 101을 연결하면 오메가(Ω)의 모양이 되는 셈. 더 베이 101은 요트 클럽, 갤러리, 잡화점, 외식공간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공간이다. 야외 데크에서는 빼곡히 들어선 해운대 초고층 빌딩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만 지면 500석 규모의 데크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부산 최고의 야경 명소라 할만하다. 피시앤칩스를 파는 핑거스앤챗 펍, 대도식당, 카페싸이드, 푸드트럭에 이어 최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동백잡화점도 문을 열었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