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구들을 만났다.
역시 코로나 이전에 만나고 처음이니 3년 만인가 하였어도 사실은 아니다.
이 친구들은 무려 3년에 한 번 만나는 사이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여져 가끔 만나도 늘 어제 만난 듯 한 느낌이기는 하다.
게다가 이 친구들은 무슨 배려와 이해심이 그리도 많은지 약속에 늦어도 그저 흥흥....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성 지각을 하는 친구에게 무슨 사정이 있겠지로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쥔장은 다르다.
약속 시간은 칼이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며
사정, 여건, 상황이 달라지면 미리 연락을 해서 서로 오해하지 않도록 함은 물론
나의 시간이 끔쪽이므로 남의 시간도 금쪽같이 생각하는 편이라 지각 같은 건 정말 용납하기 싫다.
하였어도 엊그제 만남에서는 오히려 늦어질 변동사항이 생겼고 미처 변동사항을 인지하지 못한 까닭에
늦어지는 결과를 맞게 되어 미리 늦어질 것이라는 카톡을 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하였지만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헐레벌떡 동행친구와 지하철 역사를 빠져 나오면 미녀 삼인방이 앉아있다는 벤치 앞으로 가니
다 늙은 자칭 미인들이 희희낙락 수다발을 올리고 있어 미안한 마음 1푼 어치로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아는 척을 하는 와중에
여전히 도착하지 않은 습관적 지각대장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라고...전철 안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중이라나?
사실 그날 약속도 어찌나 서로의 시간들이 어긋나는지 이날로 했다가 저날로 정했다가 난리블루스를 치다가
겨우 잡은 약속인지라 그나마 아주 친한 지인과 쥔장의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달려갔건만 그날의 주인공 친구가 늦는단다.
에효...제 버릇은 여전히 남주지 못하는구나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좋은 일에 만나는 거다 싶어 참을 수밖에.
어쨋거나 여섯 여자 모이기도 이리 힘들다? 아니다 한 명은 죽어도 출근을 해야 한다고 빠졌으니
원래 일곱이긴 하지만 그 일곱이 모이기가 어찌 그리 힘들던지....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그들의 리스트 우선 순위에 우리가 없는 것이라고.
헌데 다른 친구 왈, 너무 친하니까 다들 이해 사항으로 그냥 건너가는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맞는 말인지?
이해라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3년에 한 번 만나는 모임도 좋다나 뭐라나 매사에 이런 식이다.
엮일 일만 없으며 그것도 치워버리고 싶구만 족쇄처럼 걸려서 3년에 한 번 만나지는 친구들의 굴레 속에 빠져든 느낌?
암튼 그렇게 만나서 간만에 회포를 푸는데 이 나이에 웬만하면 그럴 듯 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싶은 법이거늘.
가진 것 많다고 자랑질을 실컷 해대는 그 친구들은 그저 저렴한 한끼를 추구한다.
그런 싸구려는 집에서도 실컷 먹는구만, 과하지 않고도 장소도 나름 격이 있어 적당히 즐거울 식사가 얼마나 많은데
도떼기 시장같은 장소에서 와글와글, 시끌시끌 소란의 절정 속에서 코를 박고 점심을 먹는 모습들이란.
여하튼 그렇게 식사를 하고 카페를 찾아 장소를 이동하는데 이 또한 수다를 겸한 일상을 공유할 한적한 장소를 찾았으나
무슨 과부하 걸릴 장소란 말인지.....좌우지간 적성에 안맞아도 별 수 없이 그냥 착석할 수밖에.
나름 이런 불만들을 고이 접어 그저 하하호호 웃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 친구란 년들이 세월이 흐른 만큼
속되게 변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정말 짜증의 절정을 찍는다.
쥔장이 모임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제 주관은 1도 없이 살면서 남편자랑, 자식자랑, 돈자랑하는 꼴불견녀들인데
이 팀은 전에는 그런 것 같지 않은 순수파들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변한 것일까?
세월의 힘으로 되돌리고픈 미모 탓인지 돈의 권력인지 몇몇이 하는 꼬라지가 정말 가관이더라고.
돈이야 워낙 많았던 친구들이니 뭐 그렇다 치더라도...라고 건너가기가 무섭게
끝없이 오른 제 아파트와 재산증식 아파트 타령들이 정도를 지나 짜증을 불러 일으켜 드디어 한 친구가 인내의 끝을 보이고 있고
그 얼굴에 공들인다고 달라져? 라고 생각했었던 친구들이 와우, 노력의 끝판왕 대열에 올라 반짝반짝.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어느새 피부미용과 돈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느새 세월의 뒷전에 들어선 우리 라는 친구들이 그냥 보아도 살아온 흔적이 멋있었다 라고 말할만큼은 아니어도
웬만하면 그 정도로 살아냈으니 괜찮았다 라고, 이만하면 잘 살아왔지 뭐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끝없는 욕심, 탐욕에 가까운 경제 마인드와 피부관리에 미쳐있다면 그건 좀 아니지 싶었다.
아니 정말 몇년 만에 만나서 겨우 그런 이야기나 해야되는 거냐고.....속앓이를 해도 별 수 없겠지만
정말이지 이해불능의 사태를 맞으면서도 쥔장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이니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냈어도
세속의 말처럼 세월이 흘러 나이가 육칠십이 되어버리면 돈많은 년이나 예쁜 년이나 학벌 좋은 년이나 다 똑같다고 말하지만
아니,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이 쥔장이 하고픈 말이다.
일정 부분은 같아질 수 있다고 하여도 기본적으로 자신을 위해 내공을 쌓고 삶이란 길을 개척하기 위해
스스로 자발적인 제 생활을 향유해온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이 개인적인 철학이다.
하여 끊임 없이 자신을 위한 노력과 시간투자를 겉으로 보여지는 것으로 치장하여 도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법.
도대체 뭐가 너나들이로 같다는 말인지 이해 불능이다.
친구라고 죄다 엄지척 하며 내 친구라고 스스럼 없이 말할 수 있는 친구의 경계선이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만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경계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저 시간을 허비해가며 자신의 우선순위 화제가 아니어도 공동의 대화을 꾸려가도 친구이면 친구일 수도 있겠고
그럭저럭 만나지는 대열의 친구도 친구 일 수 있겠지만 암튼 개인적으로는 친구의 경계가 궁금하다.
내 친구는 정말 격의 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질 적인 격과는 차원이 다른 품격을 가진 사람으로서만 존재시키고 싶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아닌 그래도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대화의 수준이던 지향하는 방향의 초점이던 살아가는 폭의 그림체가 잘 어우러지던...등등 결이 맞는 그런 친구 말이다.
살아가는 힘이, 끝없이 가꿔야 한다며 자랑질 하면서 이게 좋다 저게 좋다고 말하면서
"그러니까 너는 잡티가 생기는 것"이라고 혼쭐내며 미모, 재산이 많은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우선인
그런 친구들과의 교류는 좀 씁쓸했다 뭐 그런 말이다....부러워 할 일은 1도 없는 그런.
간만에 만나서 이런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맛보는 것,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도
환장하겠다며 뒤집어진 친구도 있으니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를 일이다.
첫댓글 저도 야ㅐㄱ속시간은 30분 먼저 나가는데 30분이상 늦게 나오는 친구들이 있으니..그래도 친구라고 만나서 수다를 떨면 다 잊어 먹고 소주 한잔 하면 더 좋고 그래서 친구인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을 터....대체로는 그냥 지나가야지 별 수 있나 싶다가도
한번씩 확치밀어오르는 상황이 되면 그것도 걷잡을 수 없더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개인적으로는 그런가보다 로 넘어가긴 하지만서도 말입니다.
삼년에 한번 만나니 그나마
다행인가? 난 졸지에 쥔장 인연의 끈으로 거기에 속하게 됐지만 만날때마다 내가 여기 왜? 왔지? 싶은 물음을 매번 느끼게 되네요. 에효효효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요....
괜히, 라는 생각도
@햇살편지 사과까지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