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사람이 자기가 사는 집에서 '익사'했다고 한다. 밤늦게까지 야근이랍시고 앉아 있다가 익사 두글자에 멍해졌다.
바다나 계곡으로 휴가를 간 것도 아니고, 서울 도심지의 자기 집에서 익사를 했단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이웃들이 방범창 뜯어내고 구출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단다.
반지하에 산 적이 있다. 오래된 빨간벽돌 다세대주택 뒤로 돌아가면 나오는 2평도 안되는 반지하방이었는데, 문을 다 닫고 자면 아침에 산소가 모자라서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고 자야 했었다.
8월 즈음이었나, 평소보다 일찍 잠을 깨자마자 '졸졸졸' 소리가 들렸다. 반 뼘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비가 들이치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놀라서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찰박 하면서 발이 물에 잠기더라. 그 때 느낀 감정은 순수한 공포였다. 이 좁은 공간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공포. 이 공간에 물이 가득차면 내가 죽는다는 아주 단순한 상황논리에서 오는 공포.
세 분이 자기 집에서 그 공포를 겪다가 안타깝고 무력하게 돌아가셨다. 그들과 얼굴 마주하며 살던, 그들을 구출하려 한 이웃들은 앞으로도 그들이 생각나는 곳에서 매일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일 없게 해달라고 세금 내서 정부 운영하고, 선거 해서 정치인 뽑는 거 아니었나. 내가 사는 도시와 나라에서 이런 야만적인 일은 안 일어나게 해달라고 시민의 의무 지키며 사는거 아니었나.
구청장이고 시장이고 총리고 대통령이고, 그들이 똑똑하고 잘나서 받들어 모시는 게 아니라 일개 개인이 혼자 막기 힘든 일들,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들 막고 해결해 달라고 거대한 정부 움직일 힘 빌려드린 거 아니었나. 어려운 일 하시는 데 필요하니 권력이고 예산이고 드린 거 아니었나.
집 주위가 침수되어 출근을 못했느니, 아파트 주민들 잠 깰까봐 헬기 안불렀느니, 사고현장에 쭈그려앉아 대충 구경하고 '왜 대피 못했냐'고 싸이코패스같은 소리나 읊는 걸 보면 반대로 생각하시는 듯 하다. 힘든 의무 지겠다고 나서서 권력을 빌려드린 건데, 자기가 높은 사람이라서 권력을 쥐었고 그러니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에 대한 의무는 대충 말로 퉁치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서울시에서, 내가 반지하 졸업하고 기쁜 마음으로 옥탑방을 마련한 그 동네에서, 서울시민 3명이 자기 집에서 익사했다. 아무리 여러번 말해도 기가 막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 생에는 안락하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