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 우정*
‘아무리 좋은 학교나 직장에를 다닌다 해도 최후의 순간 내 상여를 앞뒤에서 메어줄 두 명의 친구가 없다면 그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명한 명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쓴 서생이 유념해온 구절이다. 오래 친하게 지낸 친구는 그냥 알고 지내는 지인과는 다르다.
벗을 뜻하는 ‘붕(벗 붕)’은 ‘조개 패’자 두 개가 곁에 서있는 자세다. 벗과 손을 나란히 맞잡은 모양이 ‘우(벗 우)이고, 깨끗하고 푸른(푸를 청) 마음(마음 심)이 ‘정(뜻 정)’이다.
그래서 ‘우정‘이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맞잡은 손’을 뜻한다. 특히 글을 나누며 친구를 만나고, 친구와 함께 어진 일을 행하는 ‘이문회우 이우보인’의 인물들이 있다.
섬진강이 남해포구로 접어드는 망덕포구에 가면 윤동주(1917~1945)와 정병욱(1922~1982)의 우정이 잔물결 친다.
소설가 김훈이 극찬한 ‘섬진강 자건거길’의 출발지인 망덕포구 맑은 바다에는 은어떼가 노닐고 재첩이 군집하여 삶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목조주택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에 가면 두 사람의 인연이 떠오른다.
1940년 연희전문에 갓 입학한 정병욱의 기숙사 방문을 누군가가 노크한다. 신문에 발표된 정병욱의 ‘뻐꾹이의 전설’을 읽고 찾아간 윤동주였다. “정형, 글 잘 읽었어요.“
곧 친해진 두 사람은 함께 영어 성경 읽기 모임에도 함께하고, 1941년에 누상동 9번지에서 함께 합숙하며 혼마치(현재의 명동)를 산보하기도 한다.
망덕포구 주조장 집 마루에 잠잠히 앉아 있으면 그 목소리가 들려 올지도 모른다. ”어머니, 동주형 시 원고예요. 들키면 위험해요. 저와 동주형이 살아돌아올 테니 소중히 간수해 주세요.“
망덕산 넘어오는 길목에 있는 주조장 집에는 수시로 일본순사들이 드나들었다.
말없이 어머니는 원고를 보자기에 싸서 항아리에 넣고, 마룻바닥 아래에 항아리를 묻은 뒤 그 위에 마루를 덮는다. 금지된 언어로 쓴 글은 즉시 반역죄가 되는 광포한 시대였다.
어둠에서 1년7개월간 숨을 고르던 19편의 생명인 지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자필원고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이렇게 생기롭게 살아 남는다.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에서 윤동주가 사망하고, 징병을 갔던 정병욱은 가까스로 돌아와 윤동주 형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마루 밑에 보관한 원고와 다른 시를 모은 31편으로 정병욱은 1948년 윤동주 선배의 시집을 출판해 낸다.
윤동주의 자필 원고 위에는 정병욱이 교정을 본 흔적들이 있다. 정병욱은 판소리와 한국고전문학의 오롯한 대학자로 남는다.
동주의 남동생과 병욱의 여동생이 결혼해 사돈이 된 두 사람의 얼은 이 옛집의 공기를 시큰하게 한다.
정병욱이 없었다면 윤동주는 없다. 덮쳐오는 서늘한 불행을 이들은 ‘힘쎈’ 우정으로 맞짱 떴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한복음 15:13)라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밉상이 아닌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
프랑스어 ‘사랑(Amour)’과 ’우정(Amitie)’은 모두 ‘아(A)’로 시작한다.
처음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내뿜는 첫 발음을 닮은 ’아(A)’!!, 진정한 우정은 느낌표로도 절제할 수 없는 사이이다.
👩❤️👨 사람에겐 참 좋은 향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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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