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위정편(爲政篇) 제2장
(원문)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자왈,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사무사.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 삼백편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니라."
(풀이)
논어의 시대에서 보통 시(詩)라고 하면 시경(詩經)에 나오는 시들을 의미한다. 각 나라마다의 민요인 풍(風), 왕실의 제례와 기타 행사에 쓰였던 대아(大雅), 소아(小雅)등을 비롯하여 약 300여편의 시가 들어있는 시경은 그 시의 수효가 털처럼 많다고 하여 모시(毛詩)라고도 불리운다. 공자는 논어 여기저기에서 이 시경을 굉장히 중시하는데, 그 시경에 대한 공자의 일관된 생각이 바로 이런 것이라 하겠다.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 순수한 것을 말한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도올의 논어 강좌에서 이 시경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즉 남녀간의 성행위를 묘사한 노래라는 뜻)에 빗대어 얘기했다가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데, 이는 많은 학자들도 뜻을 같이 하며, 나도 일정부분 동감하는 바가 있다.
시경의 맨 첫머리에 등장하는 관저(關雎)를 보자.
關關雎鳩(관관저구) 在河之州(재하지주)
窈窕淑女(요조숙녀) 君子好逑(군자호구)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流之(좌우류지)
窈窕淑女(요조숙녀) 寤寐求之(오매구지)
求之不得(구지부득) 寤寐思服(오매사복)
悠哉悠哉(유재유재) 輾轉反側(전전반측)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採之(좌우채지)
窈窕淑女(요조숙녀) 琴瑟友之(금슬우지)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芼之(좌우모지)
窈窕淑女(요조숙녀) 鐘鼓樂之(종고락지)
관관(꾸륵꾸륵) 우는 저구(물수리새)는 물가(황하)에서 노네.
요조숙녀(아름다운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고요.
요조숙녀는 자나깨나 찾는다네.
구하려해도 얻지 못 해 자나깨나 생각하네.
길고 길어라(긴 밤이), 이리저리 뒤척이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캐고요.
요조숙녀는 금슬(거문고와 비파)을 벗으로 삼는다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고르고요.
요조숙녀는 종과 북을 울리며 즐긴다네.
평범하게 해석하면 그냥 별것 아닌 노래를, 음란하게 보는 이들은
"물수리의 부리"를 "남자의 성기와 혀"로 보고,
"물가", "마름풀"을 "여자의 성기", "음모"같은 것으로
해석한다. 그대의 상상력에 박수를
<사실 그렇긴 하다>
실제로 이 노래가 의미하는 바가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 시대는 위선적인 후대보다 훨씬 더 솔직했고, 이 노래를 불렀던 이들도 배운 체, 점잖은 체 하던 이들이 아니라 평범한 백성들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것이 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구절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性)이 사악하고 천하게 비춰졌다면 그것은 왜곡된 성 인식 때문이지 결코 그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며, 시경에서의 성에 관한 묘사는 그 자체가 생명에너지 넘치는 건강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사람(공자를 말한다)이 성인(聖人)이 되었다고 하여 이상할 것이 없듯, 성을 노래했다고 해서 '생각에 사악함'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