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삼겹살데이(3월3일)’ 20주년을 맞아 한돈을 40~50% 할인 판매하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지만 ‘반값 삼겹살=절반이 비계’(경향신문 3월9일자 16면 보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급한 불을 끄고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쓱닷컴은 삼겹살데이 비계 논란과 관련, 일부 과지방 상품에 대해 반품·환불조치와는 별개로 쓱닷컴 머니를 5000원씩 제공했다. 쓱닷컴은 지난 10일 “주문 물량이 증가해 일부 상품의 검수가 미흡한 상태로 배송됐다”면서 “상품 메뉴얼 재검토 등 검수 절차를 더욱 강화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적립금 5000원을 지급했다.
이마트는 삼겹살 품질 관련 고객불만 방지를 위해 단계별 품질관리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사 생산 단계부터 이마트 상품의 생산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삼겹살 데이 등 대규모 행사시에는 직접 생산 현장을 방문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면서 “자체 축산물 가공, 포장센터인 미트센터에서는 상품 생산시 과지방 상품을 집중 선별, 매장내 최종 진열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검수 검품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도 “삼겹살의 지방 비중 기준은 30% 이내”라면서 “앞으로 삼겹살 검수율을 기존 3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이번 이슈를 계기로 엄격하게 상품을 검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일관된 품질의 돈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지방손질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농·축산물, 낙농 및 유가공품, 김치·젓갈 등 신선식품 전 품목에 대해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할 경우 100% 교환·환불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경향신문의 “삼겹살 밑장빼기(?)…삼겹살 데이 반값이라더니 절반이 비계”라는 기사가 온라인으로 나가자마자 2000개가 넘는 댓글과 함께 독자 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고물가에 먹고살려고 아둥바둥하는데 기름이나 먹어라 개한테 던진 꼴”, “쓰레기 처분을 왜 돈내가며 소비자가 해주냐”, “삼겹살의 고기와 비계 비중을 법으로 제정하라”, “국회의원은 입법 안하고 뭐하냐. 민생타령 말고 이런 거 고쳐라”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문제는 삼겹살 등의 경우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대형마트 등마다 내부적으로 기준을 두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육류 등 신선식품의 경우 반품이 들어오면 재판매할 수 없는 데다 맛있게 소비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더러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가장 두꺼운 부분을 기준으로 껍질 없는 삼겹살(박피)은 1㎝이하, 껍질있는 삼겹살(미박)은 1.5㎝이하로 상품화하고 있다”면서 “고객 취향이 제각각인데 불만이 쏟아질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어 솔직히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달리 삼겹살을 즐겨 찾는 만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품학회 관계자는 “육안으로 삼겹살 지방을 관리하기 때문에 비계덩어리를 교묘히 숨기는 눈속임 상술을 근절하기는 사실상 힘든 구조”라면서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산물 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도축할 때 등지방 두께 등을 품질 평가등급에 반영하고 있지만 삼겹살과 목살 등 부위별 판정기준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