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바람의 계절 ♣
가수 김범룡의 히트곡중에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
그런데 이 바람을 계절별로 크게 나누면 4가지로 분류 되지요
봄에는 동풍(東風)이 불어오고 여름에는 남풍(南風)이 불지요
요즘처럼 가을에는 서풍(西風)이 불고 겨울에는 북풍(北風)한설이 몰아 치지요
동풍(東風)은 순 우리말로 '샛바람'이라고 하는데
이 샛바람이 태백산맥의 높은 봉우리를 넘어 불어오는 것이 '높새바람'이지요
높은 산맥을 넘으면서 산맥의 동쪽 면에 비를 뿌리고
산맥을 넘어서는 건조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봄철 가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높새바람에 보리 끝이 마른다'는 속담이 있어요
여름이 되면 남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쪽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데
남풍(南風)을 뱃사람들은 '마파람'이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마파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는 속담이 있어요
따뜻한 남풍이 불면 가을의 결실을 위해
곡식들이 놀랄 만큼 빨리 자라 익어간다는 뜻이지요
가을이 되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서풍(西風)이 불어오는데
서풍은 '하늬바람' 혹은 가을바람이란 뜻으로 '갈바람'이라고도 하지요
여름의 마파람에 혀를 빼물고 자란 곡식은 하늬바람에 모질어지지요
그래서 가을이 되어 곡식의 알이 단단하게 여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갈바람도 입동(立冬)이 지나면 방향이 바뀌지요
겨울이 되면 바람의 방향이 다시 바뀌어
매섭고 거센 북풍(北風)이 불어 오는데 이를 '된바람'이라 부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계절중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시기는 단연코 봄이지요
그래서 한껏 부푼 여심을 자극하여 봄바람이 많이 나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봄 다음으로 바람이 많은 계절은 겨울이지요
그러나 요즘에는 적도의 대류구름들이 모여 만들어 지는 태풍(颱風)으로 인해
가을에 부는 바람이 무서울 정도 이지요
그래서 여름 태풍 보다도 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 했어요
태풍의 한자는 ‘颱風’이지요
태(颱)자는 자전에 ‘태풍 태’로 풀이되어 있을 정도로
태풍 외에는 사용례가 없는 독특한 문자이지요
태풍은 사실 그리 오래된 말은 아니었어요
근대 이전에는 휘몰아치는 바람을 ‘구풍(颶風)’이라고 불렀지요
태풍이라는 용어가 보급된 것은 1920년대 이후인데
일본의 국가 예보 체계를 설계한 기상학자 오카다 다케마쓰(岡田武松)가
중앙기상대장(지금의 기상청장) 시절 북서태평양 열대성 저기압을 부르는 국제적 명칭인
‘타이푼(typhoon)’의 어원과 발음을 고려하여 후젠, 타이완 등 남중국의 지역어로 사용되던
구풍(颱風(일어 발음 타이후)을 정식 기상용어로 정착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옛날에 태풍과 같이 바람이 강하고 바람방향이 선회하는 풍계(風系)를
'구풍(颶風)'이라고 했으며 이 '구(颶)'는 '사방의 바람을 빙빙 돌리면서 불어온다'는 뜻이지요
아무튼 가을바람을 가을에 부는 선선하고 서늘한 바람이라 하는데
줄여서 '갈바람'이라고 하지요
가을바람은 입추부터 시작되어 입동까지 부는 바람을 말하며
소슬바람이 부는 가을 갈대밭은 그야말로 장관이지요
또한,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소리 또한 운치(韻致)가 있어요
그런데 가을에 부는 바람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가을바람(갈바람)과 소슬바람 이지요
소슬바람은 가을에 외롭고 소슬한 느낌을 주며 부는 바람인데
이는 가을에 부는 선선하고 서늘한 바람인 가을바람(또는 준말인 갈바람)과
동의어처럼 보일수 있어요
그러나 둘 다 표준어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바람이 주는 느낌이 다르므로 두 단어는 결코 동의어가 아니라고 하지요
그래서 문맥에 따라 소소하고 슬슬한 느낌을 나타내고자 할때는 소슬바람을
그렇지 않을 때는 가을바람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소슬바람의 '소슬'은 부사인 소소하고 슬슬하기를 뜻하는
'소슬히'와 소소하고 슬슬하다를 뜻하는 형용사 '소슬하다.'가 어근이지요
그래서 소슬이란 말이 순수한 한글이라 착각하고 있는데
한자로 쓸쓸한 소(蕭)와 검은고 슬(瑟)자를 쓰지요
이는 25줄의 큰 거문고 소리와 같이 쓸쓸하다는 한자 표현이지요
주로 이 표현을 가을에 쓰는 것은
가을은 소소롭고 슬슬하니까 쓰는 것이라 하지요
그런데 이 바람이라는 말은 여러곳에 쓰이고 있어요
인간 세계에서 바람 잘 날 없기로는 정치판을 따라갈 곳이 없지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바람몰이에 골몰하는
정치판의 바람잡이 행태를 표현할 때 이만한 글자가 또 있을까 싶어요
사실 이 "바람"이라는 말은 신선하지요
그런데 거기에 "났다, 피우다, 맞다, 등이 따라 붙으면 문제가 생기지요
어떤 사람은 가을은 바람피우기 좋은 날이라 하지요
약속장소에 나갔으나 상대편이 나오지 않았을때 바람 맞았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바람이 났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바람을 자주 피우는 사람을 "바람둥이"라 하기도 하지요
어찌되었든 이 바람은 사랑놀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바람은 오입과 외도, 불륜을 뜻하기도 하는데
오입(誤入)이란 그릇할 오(悟)자에 들입(入)자를 쓰지요
그러니까 오입은 어디에 '잘못 들어가다'라는 뜻이지요
또 외도(外道)라는 말은 바르지 않은 길이나 노릇을 뜻하지요
불륜(不倫) 또한 인륜을 저버린 부정행위를 뜻하고 있어요
이 모두는 결혼한 자가 아내나 남편이 아닌 다른 여자나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유의어로는 계집질, 외도질, 외입질이 있으며
반대어로는 서방질이 있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오입과 외도 또는 불륜를 바람에 비유 했을까요?
김범용의 노래가사처럼
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날 울려놓고 가는 것이 바람이라 그런가요?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했지요
하늘은 드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라 어찌보면 남자들도 살찌는 계절인가봐요
그래서 봄은 수줍은 여인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왕성한 남자의 계절이라 했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일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