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살 여자 아이가 방안에 방치된 권총을 만지다가 발사돼 4세 언니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정의 허술한 총기 관리로 인재 빚어진 참극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아파트 안에서 3세 여아가 부모의 총을 만지다 총탄이 발사돼 옆에 있던 4세 언니가 맞아 숨졌다.
당시 권총은 장전된 채 반자동 상태로 침대 위에 놓여 있던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밝혔다.
사고 당시 집 안에는 아이의 부모와 그 친구들까지 성인 5명이 있었다. 방안에는 아이들 단둘이만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소리를 듣고 부모들이 방 안으로 달려갔지만, 아이는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지역을 관할하는 해리스 카운티 보안관 에드 곤살레스는 "이번 사건은 아이가 총기에 접근해 누군가를 다치게 한 또 하나의 비극적인 이야기"라며 "우리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너무 많이 목격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총기 소유자들은 총이 안전한 곳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당신의 아이에게 총을 만지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 조사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미 가구의 약 40%가 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총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 가구는 절반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은 지난해 4만4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 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지난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총기로 사망한 사건은 약 1700건으로,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11세 미만 사망도 314건이나 됐다.
텍사스는 특히 규제가 적어 총기를 구하기 쉬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6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 유벨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법 일부가 통과됐지만, 공격용 총기 규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선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총기안전법만 겨우 통과시켰지만,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기 규제가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전미총기협회의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