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먹거리
흔히 먹던 생수병 재사용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
먹던 생수병에 세균 담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덥다. 더우니 땀이 많이 난다. 그래서 목이 마르다. 이럴 때 절실한 건 시원한 물 한 모금. 그래서 여름철 거리에서는 생수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충분한’ 수분섭취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그런데 ‘위생적이지 않은’ 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양동이 이고 물 길러 가지도 않고, 삐걱삐걱 소리 요란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우물물을 마시지도 않는다. 마중물 부어서 끌어올리던 시원한 펌프물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이젠 수도꼭지만 돌리면 간단히 끝난다. 하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먹는 샘물’이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최근에는 급격히 다양화, 고급화 되어가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먹는 샘물’의 판매를 시작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도대체 물을 왜 사서 마시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먹는 샘물의 판매가 법적으로 허용 된지 2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트병에든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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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먹는 샘물이 과연 수돗물보다 안전한지 여부나 일부 업체들의 부실한 수질관리, 관계당국의 관리감독 부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페트병의 환경호르몬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은 그보다 더 기본적인 문제가 먹는 샘물의 안전을 위협한다. 바로 소비자의 부주의에 의한 세균 오염이다. 먹는 샘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입구가 좁은 페트병이다. 그런데 생수병을 재사용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본인은 알뜰하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무모한 행위다. 입구가 좁아서 바닥까지 손이나 솔이 닿지 않는 병은 아무리 깨끗이 닦으려 해도 깨끗이 닦을 수가 없다. 실제 생수병을 재사용하는 식당이나 여관의 먹는 물 위생 실태를 점검해본 결과 기준치의 수십 배가 넘는 세균, 대장균 등이 검출되었고,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생수병을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법으로 생수병 재사용을 금지시킬 만큼 생수병을 재사용 하는 것이 비위생적이고 따라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생수병은 재사용이 아니라 재활용 대상이다. 이제 빈 생수병은 과감하게 분리수거하자. 시판되는 먹는 샘물의 품질은 법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심심치 않게 오염된 물의 시판이 적발되는 것도 현실이다. 다행히 품질기준에 맞는 물을 구입하였다고 할지라도 보관에 문제가 있다면 세균오염을 피할 수 없다. 포장을 뜯은 후에는 반드시 냉장보관을 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소비하여 미생물 번식을 막아야 한다. 흔히 우유나 주스 등의 음료에서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조심하면서 생수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오염된 손으로 생수의 병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세균의 증식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병에 입을 대고 마시는 순간 오염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마시다가 남은 음료를 들고 다니면서 또 다시 마시는 건 세균을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차 안에 마시던 음료 병을 놓아두었다면 아무리 내용물이 많이 남아있더라도 반드시 버려야 한다. 아깝다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도 식중독균은 절대 죽지 않는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한꺼번에 다 마시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마시려면 병에 입을 대고 마시지 말고 컵에 덜어서 마시면 된다. 메르스 사태로 그 어느 때 보다도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건강한 여름을 위해 물 마시는 것 하나도 조금 더 위생에 신경 써야겠다.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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