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라고 명명되어진 날이 하루 지나면서 오늘 아침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예전에 개그맨이었다가 지금은 성균관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는 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이라는
멋진 책이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미 몇권의 한글 관련 책들을 출간한 적이 있었던 개념있는 개그맨이자 연구원으로서
저런 멋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 일단 책을 주문해볼까 한다.
아니어도 개인적으로 세종대왕을 존경할만한 인물로 손꼽고 있는지라 더욱 고맙기까지 하다.
세종대왕, 그가 아니었으면 그 세상 사는 맛을 모를 뻔 했던 천민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의 열림이요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K문화의 첨병으로서 많은 나라에서 한글학교가 생기고
더 열정 넘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한글 배움을 하러 찾아든다.
이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한 일이던가 말이다.
과거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말은 유럽의 문화나 그들에게 남겨진 과거의 흔적 광경을 보아도 이미 알겠거늘
우리에게는 한글을 창조하신 위대한 세종대왕이 있어 얼마나 행복할 일인지 모르겠다.
암튼 다양한 취지의 한글날이 제정되고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 대상이 되고있는 한글.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버린 일탈이나 행동들이 더러 꼴불견을 유발하고
짧게 줄여쓰는 단어의 함축미를 웃기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참 아쉽기도 하다.
더군다나 언론 매체에 나와서 함부로 남발하는 연예인이나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야말로 한심하기도 하다.
더불어 순수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도 고민해 볼 부분이기도 하겠다.
기본적으로 단어의 본래 뜻과 숨겨진 코드를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고 순수 한글이 전용되기 위해서는
한자적 의미로 확장되어진 한글을 제대로 읽어내고 알아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뭐 그런 말이다.
그런 이유로 그에 걸맞는 글줄이 있어 옮겨왔다.
■ 한글날에 생각하는 ‘정치 금도’/ 김병기
오늘은 577돌 한글날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어문정책이 한국어를 글자로 적을 때 오로지 한글만 사용하자는 한글 전용을 바탕에 깔고 있다 보니
한자가 크게 홀시(忽視)되고 있다.
한국어는 ‘우리’와 ‘나라’처럼 원래부터 우리말이었던 토박이말에다 ‘국가(國家)’와 ‘민족(民族)’처럼 한자에서 유래한 한자어,
그리고 ‘담배’와 ‘호텔’처럼 주로 서양에서 들어와 정착한 외래어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한국어에서 한자어가 70% 이상을 차지한다는데도 한자를 충실히 교육하기는커녕 백안시하기 때문에
국민의 언어 구사력이나 문해력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책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채 글자만 읽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한국 국민의 문해력이 꼴찌라는 보도를 접하며 답답함을 느꼈다.
정치인이 상대를 비난하거나 공격할 때 많이 사용하는 ‘금도’ 라는 말이 있다.
‘정치 금도를 벗어난 일’이라고 표현하며 상대를 공격한다.
정치적으로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을 비난하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현행 국어사전에는 그런 뜻의 ‘금도(禁道)’라는 낱말은 수록돼 있지 않다.
국어사전에는 ‘옷깃 금(襟)’과 ‘정도 도(度)’를 합친 ‘금도 (襟度)’라는 단어가 수록돼 있고,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풀이가 실려 있다.
한자대로 풀이하면 ‘옷깃의 정도’라는 뜻인데 이것이 왜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을 갖게 됐을까.
옷깃은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말한다.
이때 앞에서 여미어 싸는 가슴과 등의 둘레를 품(옷 품)이라 한다.
나중에 이 품은 ‘사람의 가슴 넓이’라는 뜻으로 확대됐고, 가슴 넓이는 다시 사람의 포용력이라는 뜻으로 확장되면서
‘가슴 흉(胸)’과 ‘옷깃 금(襟)’을 결합한 ‘흉금(胸襟)’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흔히 사용하는 ‘흉금을 털어놓고’라는 말은 ‘속마음을 다 드러내 놓고’라는 뜻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금도라는 말은 ‘금도(禁道)’가 아닌 ‘금도(襟度)’여야 맞다.
이 襟度의 뜻은 ‘가슴(흉금)의 정도’ 즉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가슴 용량의 정도(크기)’다.
그러므로 ‘정치 금도’라는 말은 “이번에는 여·야 모두 정치 금도를 화끈하게 넓혀 서로 포용하고 수용하도록 하자”는 식으로 사용해야 바른 표현이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서로 금도(襟度)를 넓혀 흉금을 털어놓고 소통해야 나라가 평화롭고 발전한다.
여·야 사이에 대화가 꽉 막힌 채 거의 매일 막말 수준의 비난과 공격만 오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인 개개인은 물론
정당과 정당, 정부와 국회 사이도 서로 정치 금도를 넓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금도’의 뜻부터 정확히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의 속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오용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던 날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가결’이었다고 한다.
물론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을 알기 위해 검색한 경우가 많았겠지만,
가결이란 한자어 뜻조차 몰라 검색한 경우도 상당수라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 사용과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다져야 한다.
아울러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를 사랑하는 마음도 다짐으로써 오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말 ‘금도(襟度)’를 오용한 사례를 통해 우리의 어문생활에서 한자를 홀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한자 교육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 떨어진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
대책을 입안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의 정치 금도는 물론
한글 전용론자와 한자 병기론자 사이의 ‘토론 금도’도 확 넓혀서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
세종대왕께서 우리에게 한글이라는 큰 축복을 준 한글날을 계기로
한국어 문해력을 높이고 정치 금도를 넓히는 노력을 더욱 알차게 하길 기대한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