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152차 산행기 - 백양산에서 시산제를 올리다.
2008년 1월 11일 10시 성지곡 학생 문화 회관 등나무 휴게소.
오늘의 참여자 - 조정, 손관선, 최차랑, 정경권, 방춘일, 김창길, 류근모 이상 7명.
일기 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니 참여 회원이 적은가보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언제 비가 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산삼회의 정신은 우천 불구.
정확히 10시 15분에 등나무 밑을 출발, 성지곡 대공원의 중앙 대로로 나선다.
놀이 공원을 통과, 삼림욕장을 가로질러 백양산을 서쪽으로
횡단하다.
실비단 같은 안개가 감겨져 있어 편백나무들은 신비하게 서 있다.
앞장 서 가는 고산 방춘일 대원이 아주 빠르게 길을 토파 나아가니 뒤따르는 사람들이 힘은 좀 들지만 금세 서쪽 방화벽 철조망에 닿는다.
철조망을 따라 계속 위로.
딱 한 번 쉬고 12시 20분에 Hel 기 착륙장 바로 위에, 시산제를 할 만한 장소를 발견.
덕산 김창길 친구가 가져온 레저용 돗자리 위에 버드나무가 준비해온 제물을 진설하다.
돼지 수육, 떡, 사과, 귤, 소주 2병은 버드나무가
돼지 저금통, 밤, 감, 대추, 귤 등은 중산 최차랑 친구가
과자는 여산 조정 친구, 막걸리는 덕산 김창길 친구가 가져왔다.
펼쳐 놓으니 제물이 꽤 풍성하다.
감, 대추, 밤 등 제사 필수품까지 장만해 온 센스들이 수준급이 아닌가.
친구들이 좀 적은 것이 유감이라면 유감이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때문일 것이다.
또한 <山參會 始山祭> 라 쓴 커다란 플래카드는 중산 친구가 붓글씨로 멋지게 만들어 왔다.
플래카드는 가로가 1.5m 정도 세로가 30cm 정도 - 얕은 언덕배기에 걸쳐놓고 그 앞에 제물들을 진설했으니 모양새가 꽤 어울린다.
중산 친구가 자작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부에서 익힌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음식 진설 중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백양산 산신께서 비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시는 거다.
다들 가져온 우산을 받쳐 쓰고
버드나무의 사회로 시산제를 올리기 시작하다.
- 지금부터 2008년 산삼회 시산제를 거행하겠습니다. 일동 차렷!
묵념을 올리겠습니다. (버드나무)
- 일찍이 산을 사랑하셔서 등산로를 개척하시고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꾸어주시다가 먼저 가신 모든 산악인들과 또한 우리 산삼회원이었던 죽암 이호기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일동 묵념! (태화 손관선) (약 20초)
- 다음은 강신입니다. 산의 수호신들을 모시겠습니다.
여산 조정 3기 회장께서 술을 따르고, 재배한 후 강신문을 크게 낭독하겠습니다.
(사회자)
- (하늘을 우러러 보며)
천지신명이시여! 백양산 산신이시여!
여기 강림하셔서 저희들의 제사를 받으소서! (조정)
- 다음으로 축문 낭독이 있겠습니다. 안혜자 회장께서 출타중이시라 중산 최차랑
총무께서 하시겠습니다.
우선 헌작하고 재배하십시오.
- 유 ~~ 세 ~~ 차
2008년 1월 11일 오늘
산을 사랑하고, 산에 오르고자 모인 저희 산삼회원 일동은
이곳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막내인 백양산 기슭,
좌로는 청룡이요, 우로는 백호요, 남으로는 어진 백성들을 굽어보는 신라시대 조상이신 지관 성지가 명당으로 점지한 이 곳 성지곡에서
새해 시산제를 올리오니 굽어 살피소서.
2004년 11월 25일
조정, 정상조, 김영우, 표창호 4명의 회원으로 고고지성을 올린 이래
지난 3개성상을 이어오면서 회원이 30 여명으로 불어났고
152차의 산행을 기록하고 있나이다.
이는 오로지 천지신명과 산신님께서 보살펴 주신 은덕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올해도 바라오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맨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만나 즐겁고, 산행하며 더욱 우정을 돈독히 하는 친구들이 되게 하소서.
또한 바라오니,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꺾지 않으며
새한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는 산삼회원이 되게 해 주소서.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받아 주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 한 잔 받으시고
새로이 시작을 고하는 우리의 산행 길을 굽어 살펴 주소서.
2008년 1월 11일
산삼회 회원 일동
낭랑한 목소리에 다들 박수를 보내며 일동 다 같이 반절을 올리고 식을 끝낸다.
묵념, 강신, 헌작, 축문 등 간략하나마 시산제에서 할 만 한 것은 대충 갖추었다.
태화, 여산, 중산 세 친구의 목소리들이 크고 듣기 좋다.
형식이니 미신이니 라고 하며 우습게만 여길 것이 아니고 때맞추어 이런 격식을 챙기며 사는 것이 좋지 않은가.
음복 순서.
마침 비도 살짝 그쳐주어서 빙 둘러 앉아 술 한 잔 씩을 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
돼지 수육 맛이 괜찮다고 한다. 떡도 괜찮고.
버드나무가 국가에서 주는 교통 장학금을 곧 받게 되었다고 선배 장학생들처럼 첫 장학금을 쏜 것이다.
충분히 음복들을 하고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고 1시경에 하산 시작.
당감동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애진봉을 지나 선암사 곁을 통과한 것이 1시 반.
당감동의 아파트 촌, 어느 이름 없는 분식집에서 국밥이며, 국수 등으로 점심 식사.
우리가 내놓은 사과를 삭삭 깎아주는 아줌마도 털털해서 좋다.
시산제 잘 했습니다.
올해 2008년의 금요일은 모두 52일
그래서 연말까지 200 차 까지는 달성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1차 산행 당 평균 약 500m 를 오른 것으로 계산을 하면
500 X 152 = 76,000 m 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약 8840m) 를 9번 오른 셈이니 대단하지요?
올해 200 차까지 가면 500 X 200 = 100,000 m 를 오르는 셈입니다.
친구 여러분, 올해는 산삼회 100,000 m 등반을 기록해봅시다.
잘 쉬시고 18일 10시 동아대 병원 정문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여늬때 산행기보다 더욱 멋진 내용은 우리 산삼회의 혈기가 물씬 묻어 납니다. 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첨석하여 시산제를 지내주신 일곱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남계와 중산께도 고마움을...축문의 내용도 우리의 마음이 절절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산삼회! 끈기와 지구력으로 잘도 버텨 왔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멋진 산행이 이루어 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시산제의 정기를 받고자하는 마음이었으나 참여치 못했습니다. 산삼회의 더욱 알찬발전을 기원합니다_()_
비가온다는 일기예보와 아침부터 마른옷을 살짝 간지러줄 정도의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7명의 건장한 산삼회원들이 참석 백양산 산신에게 일년간 백양산을 찾는 자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차가운 겨울날씨의 ?아지는 빗속에서 무사히 필했음은 올 한 해 산행에 운수대통의 천기가 내렸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특히 오늘 행사에 사용한 제수품 일체를 사비(일금3만원)로 구입하신 남계님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작년에는 총무로 봉사하셨는데 올해는 첫 시산제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루어지게 하는 데 공로가 지대했습니다. 산삼회원들의 건강 및 산삼회의 무궁한 발전이여 영원하리!.....
날로 번성하며, 자연속에서 귀중한 건강을 다지면서, 또한 귀중한 우정을 나누시는 산삼회의 발전과 동기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1년 동안 무사한 산행이 되시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건강의 꽃을 활짝 피우시길 기원합니다. 아이고, 부러워라.
시산제에 참석못해 아쉽습니다. 일곱 남정네의 정성이 백양산은 물론 온~ 부산을 감동시켰습니다. 날로 발전하는 산산회를 위하여 화이~팅!!
4명의 회원에서 30명의 회원으로 부자가 되었군요. 시산제에 참석은 못했지만 산행기를 읽으니 시산제의 광경이 생생합니다. 산삼회의 발전과 우리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