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등장하는 왕실과 양반가에서는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임자수탕(荏子水湯)을 즐겨먹었다. 다른 보양식도 많이 있지만 임자수탕은 참깨가 들어가니 고소하고 , 차게 먹으니 가볍고 시원한 느낌이라 더 친근하다. 임자수탕은 ‘깻국탕’,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고도 불렀는데 ,임자수탕의 '임자(荏子)'는 참깨를 가리키는 말이다. 깨를 불려 소화가 잘 안 되는 껍질은 벗겨내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밭친 뽀얀 깻국물에, 영계를 푹 삶아 고운 국물을 섞어 차게 먹는 냉탕요리다.
고종의 오순(五旬)잔치에 대해 기록한 1901년의 <진연의궤> 에는 임자수탕이 임수탕(荏水湯)이라는 이름으로 적혀있다. 임자수탕 만드는 방법을 한희순의 「이조궁정요리통고」의 기록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닭을 잡아서 내장을 빼고 물을 붓고 삶는다.
2. 참깨는 타지 않게 잘 볶아 절구에 살짝 찌어서 키에 까불러 껍질을 벗기고 절구나 망에 갈아서 체에 걸러 깻국을 만든다.
3. 닭 삶은 국물에 깻국을 타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차게 식힌다.
4. 소고기는 다져서 봉오리를 만들고 양, 등골, 미나리 등으로는 전유어를 부친다.
5.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친다.
6. 표고버섯도 구형으로 썰어서 참기름에 살짝 볶아 놓는다.
7. 감국잎은 녹말을 씌워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8. 잘 익혀서 찢은 닭고기를 그릇에 담고, 황백지단, 쇠고기완자, 미나리 초대를 올린 후에, 전분을 묻혀서 데쳐낸 표고버섯과 오이, 붉은 고추를 얹고 그 위에 준비해 둔 깻국을 부어 내는 음식이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만든 임자수탕위에 얼음을 두어 덩어리 깨뜨려서 띄우면 더욱 시원한 맛이 났다고 한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음식 중에 냉면도 빼놓을 수 없다. 냉면은 조선 중기 이후에 널리 알려지며 즐겨 먹게 되었는데, 조선시대 당시에는 겨울철 음식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에는 겨울철 제철 음식으로 냉면을 먹을때는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먹었다고 적혀있다. 동국세시기
그렇다면 언제부터 냉면을 여름음식으로 즐겨먹게 된것일까? 불특정 다수가 넓은 지역에 걸쳐 오랫동안 먹어 온 음식이기에 여름에 먹게 된 시기나 계기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알수 없다.
다만, 유독 냉면을 좋아했던 고종이 여름 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냉면을 즐겨 먹었던 것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기는 하다. 아마도 냉면이 여름음식이라는 인식을 만드는데 조금은 일조하지 않았을까싶다. 고종은 면을 특히 좋아하고, 맵거나 짠 것을 잘 먹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입맛의 고종이 즐긴 냉면의 면은 궁궐 밖 국수집에서 사왔으며 국물은 궁궐 수라간에서 담근 동치미를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한제국기의 마지막 황후였던 윤비의 지밀상궁이었던 김명길 상궁은 조선과 대한제국기 황실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수기를 중앙일보사에서 출판하였다. 그 책이 바로 「낙선재 주변」이라는 책이다. 그 책 속을 들여다 보면, 고종의 최애 냉면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1. 우선 국수를 삶아 냉수에 헹구는데, 미끄러운 기운이 없이 말끔하게 비벼 씻어서 동글게 사리를 만든다.
2. 편육을 폭 1센티미터 정도로 썰어두고, 황백 지단은 돌돌말아 국수 굵기로 길게 채 썰어낸다.
3. 냉면위에 올리는 꾸미는 가운데 십(十)자로 편육을 얹고 나머지 빈곳에는 배와 잣을 덮는다.
4. 배는 칼로 썰지 않고 수저로 얇게 떠서 초승달 모양 만들어 국수 전체의 위에 엎어서 얹는다.
5. 국물은 육수가 아니고 시원한 동치미에 배를 많이 넣어 담근 것이라 무척 달고 시원한 김칫국을 부어 내었다.
6. 동치미 국물의 간은 청장으로 맞추고 꿀이나 설탕으로 맛을 낸다.
임자수탕이든 시원한 냉면이든 또는 평소에 자주 먹고 좋아하든 평범한 일상의 음식이든, 내 입맛에 맞고 몸에 이로운것을 찾아 매 끼니마다 건강을 생각하며 맛있게 먹는다면 모두 보양식이 되어 줄만하다.
더불어, 그 음식을 누구와 함께, 어떤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먹었는가는 참으로 내 몸의 기운을 끌어올려주는 보양식을 완성하는 마무리 화룡점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