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손 / 박일만
언제나 예리한 칼이
하늘을 배경 삼아 빛을 뿜는다
언제나 수평의 저울이
땅의 중력으로 기울기를 견뎌낸다
오른손이 허공을 재단하면
정의의 힘이 형상화되고
왼손이 저울추를 흔들면
기준의 씨앗들이 땅 위에 퍼져나간다
두 눈은 가렸으나 냉철함은 상영되고
마음으로 보라! 외치며
공평무사를 다듬어 삶의 형체를 그려낸다
감은 눈이 오히려 밝아지는
사사로움은 애초부터 없어야 하리
선입견이 부풀려놓은 거품도 꺼진 지 오래
하여
눈과 귀에 와 닿는 두려움은 이미 무색해졌다
정의와 불의가 경계를 짓고
참과 거짓이 몸을 섞어 덤비어도 다 알아채는
편향된 감각에 빠지지 않는 손
그러므로 양손은 기꺼이 형평에 다다른다
사물과 현상을 편견 속에서 건져내어
두루 살피다 보면 곧장 짚어지는 오류들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믿지 않으며
늘 꼿꼿이 서서 펼치는
두 손은
그리하여 날개처럼 가볍다
칼과 저울은 서열을 다투지 않는다
* 디케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 디케의 여신상은 ‘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저 울 ’ 을 들고 있다 . 칼은 정의를 위한 힘 , 저울은 정의의 기준을 상징한다 . 여신상은 두 눈을 눈가리개로 가리고 있다 . 편견과 선입견에 흔들리지 말고 공평무사하게 판결 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
<시와편견, 202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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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시회 정회원시
디케의 손 / 박일만
박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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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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