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허목(許穆)이 상소하기를, “무릇 조정의 크고 작은 예의 거행에 하나도 볼만한 것이 없으니 식자들이 한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예(禮)는 의칙(儀則)의 지극한 경지인데 지금은 예의가 허물어져 경중(輕重)과 융쇄(隆殺)의 절도가 없어져 존비(尊卑)에 기강이 없고 귀천(貴賤)에 차서가 없습니다. 이에 법을 어기고 예절을 참람히 하는 일이 점차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는 엄함을 주로 하니 예가 서면 법이 서고 법이 서면 문란한 것이 바로잡힙니다. 청컨대 예조로 하여금 예경(禮經)과 《오례의(五禮儀)》, 예전(禮典) 등의 책을 익숙히 강하여 무릇 크고 작은 모든 예의 의장(儀章)과 절목(節目)을 법으로 만들도록 하고, 일에 임하여 실수하지 않아 예를 보는 자로 하여금 본보기로 삼을 바가 있도록 하소서. 그러면 실로 나라를 견고히 하는 도(道)가 될 것입니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지금 조정의 크고 작은 예의 거행에 통례원(通禮院)이 있는데 한갓 하천(下賤)에게 맡겨 놓으니 천하고 용렬하여 아는 바가 없는 이들이 그 눈에 오랫동안 익숙한 바로만 하고 또 마음으로는 잊어버리고 말로만 그때그때 응변하면서 스스로 예를 안다고 자임하고 이를 보는 사람들도 저 사람이 예를 잘 안다고 합니다. 공경 대신 이하부터 그 오른쪽으로 하고 왼쪽으로 하며 나아가고 물러나며 절하고 일어나는 것을 한결같이 그들이 지시하는 대로 하니, 실로 경중과 융쇄의 등급에 따른 위엄과 도수(度數)와 절목(節目)의 상세함을 몰라 어지러이 뒤섞이고 질서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의 예의가 도리어 향당(鄕黨)에서 나이에 따라 차서(次序)를 정하여 음주례(飮酒禮)를 거행하는 것만도 못하니, 이는 사방에 들리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