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분기 도요타 잡고 글로벌 완성차 영업이익 세계 2위…"소니 이겼던 삼성 같아"
'전기차 전환' 읽어낸 결단력과 인재 최우선 전략 성과…'韓 대표' 글로벌 기업 성큼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005380)가 국내 상장사 실적 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현대차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은 2009년 국제 회계연도 도입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차가 부동의 1위 삼성전자를 넘어서면서 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이목이 쏠린다. 전기차 보급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정의선 회장의 빠르고 과감한 결단과 인재 등용 전략이 현대차·기아를 '퍼스트 무버'(선도자)에 성큼 다가서게 했다. 전기차 등 모빌리티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재계 서열 2위 탈환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상장사 실적 1위…글로벌 시장서 도요타 제치고 '세계 2위'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 37조7790억원 영업이익 3조59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익 규모는 삼성전자를 넘어 상장사 1위가 확실시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000270)도 매출 23조6910억원 영입이익 2조8740억원을 기록하면서 현대차·기아가 1분기 실적 1~2위를 나란히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6조5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인 일본의 도요타(약 5조710억원)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2위에 오를 전망이다. 1위는 독일의 폭스바겐그룹(10조2801억원)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부분은 수익성이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0.5%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12년 2분기 10.9%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2.1%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11.4%)보다도 높았다. 제네시스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증가했고, 인센티브 최소화 등 제값 받기 전략이 유효했다.
◇'과감한 결단' 정의선의 현대차그룹, 전기차로 새 시대 열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도요타를 크게 뛰어넘자, 재계는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제친 것과 같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만 해도 '가성비' 차를 많이 만들어 생산하는 브랜드로 꼽혔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탄탄한 브랜드 입지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올리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창업주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에 정의선 현 회장의 과감하고 빠른 결단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10월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다른 전통 완성차 업체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도입 등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한 발짝 다가섰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2022년 B20 서밋),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2023년 그룹 신년사) 등 정 회장의 발언은 현대차의 성장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인재 영입·소프트웨어 중심 전환…"IT 업체보다 더 IT 업체 같아야"
현대차그룹의 새 시대는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 머무는 게 아닌 로보틱스와 UAM(도심항공교통) 등 인류에게 보다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은 필수다. 이를 통해 IT 업체보다 더 IT 업체 같은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개발, 디자인, 해외영업 등 주요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하는 용인술도 정 회장 리더십의 핵심이다.
정 회장이 과거 기아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현재 기아의 디자인 경영 철학 기틀을 마련한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최고창의책임자(COO)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등 최근까지도 정 회장의 인재 영입은 계속되고 있다.
◇SK그룹에 뺏긴 재계 2위 자리 탈환 관심
재계 관심사는 현대차그룹의 2위 탈환 여부와 삼성그룹과의 격차 축소다. 현재 재계 자산규모 순위는 1위 삼성그룹, 2위 SK그룹, 3위 현대차그룹, 4위 LG그룹, 5위 포스코그룹이다. 지난해 SK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앞서며 한계단 올라섰다.
정주영 선대회장 시절 재계 1위로 국내 기업을 대표했던 현대였지만 이른바 '왕자의 난' 등을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현대가 명맥을 이었다. 2022년 말 기준 현대차그룹(271조원)과 SK그룹의 자산총액 격차는 약 56조원이다. 1위 삼성그룹과는 21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삼성그룹을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면 2위 탈환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 같은 성장이 이어진다면 정주영 선대회장 시절의 그룹 영광을 재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전기차 3위권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글로벌 선도기업에 오르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