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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초창기 잠수함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길환씨가 12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 프로야구 팬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했다. 특히 1959년생으로 48세의 창창한 나이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안겼다. 이길환은 특히 국내 프로야구 출발을 알리는 최초의 공을 던진 투수로 한국야구사를 장식했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MBC 청룡의 원년 개막전에서 홈팀 MBC의 선발투수로 출장한 이길환은 김광철 주심의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원정팀 삼성 선두타자 천보성을 상대로 초구를 던지면서 프로야구의 출범을 알린 투수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로 수많은 스타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 유명을 달리한 선수와 감독이 있는가하면 은퇴 후 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즈음 부음 소식을 전해와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야구인들도 있다.
◇이길환과 배터리 이룬 김용운 사망 뒤늦게 알려져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MBC 포수 김용운도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당시 언론보도도 전혀 없어 팬들뿐만 아니라 야구인들 중에도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김용운은 MBC 시절 이길환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 85년 롯데로 이적해 90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마산에서 살며 골프에 입문. 최근 레슨 프로로 변신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지만 2005년 12월 대전에서 한밭중 동기들의 망년회 모임에 참석했다가 귀가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새벽에 골프레슨이 있다고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밤 12시쯤에 마산으로 향했는데 새벽 1시쯤 경부 고속도로 구미쪽에서 사고를 당했다. 앞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어 도로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우면서 차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뒤에서 오던 관광버스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최초 교통사고 사망 김정수
프로야구계에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최초의 선수는 MBC의 김정수였다.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주로 나서며 일발장타를 보여줬던 그는 가끔씩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정도로 어깨도 강했고. 그라운드의 개그맨으로 불릴 정도로 입심도 좋았다. 86년 11월 동료인 안언학 김경표와 병역특례 보충역 훈련을 마치고 승용차로 귀가하던 중 시내버스와 충돌해 사망했다.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 줄줄이
MBC 김경표는 86년 김정수의 교통사고 사망 때 안언학과 함께 중상을 당했지만 목숨을 건졌던 인물. 그러나 그도 89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86년 해태에 입단한 투수 김대현은 88년 8월 승용차 편으로 광주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중 천안휴게소에 들어서면서 운전미숙으로 화물트럭을 들이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승용차가 트럭 밑으로 들어갈 정도로 큰 충격. 다행히 이순철은 당시 조수석에서 의자를 뒤로 제키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 지난 3월 롯데와 삼성에서 ‘광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동희가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박동희는 은퇴 후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다.
◇심재원 김상진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역대 최고 수비형 포수로 평가받는 심재원. 그는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자 국가대표 포수출신으로 83년 롯데에 입단해 85~91년 MBC에서 활약하다 은퇴했다. LG에서 코치로 활동하다 1994년 5월 폐암이 악화되면서 숨을 거뒀다. 해태 김상진은 99년 6월10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97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서 ‘미래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그는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83년 전무후무한 30승을 올린 재일동포 투수 ‘너구리’ 장명부는 2005년 4월 자신이 운영하던 일본의 마작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국내팬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자살로 세상을 떠난 김영신과 권근한
84년 LA 올림픽 국가대표 포수 출신으로 1985년 OB에 입단한 김영신은 김경문. 조범현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 1986년 봄 이른 새벽에 일산 앞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OB는 잠수부를 동원해 시신을 건저올린 뒤 그의 등번호 54번을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영구결번처리했다. 95년 한화 2군투수 권근한은 음독자살을 택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프로야구 지도자들의 사망
삼성 초대 감독이었던 서영무 감독은 84년 OB 관리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이듬해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뇌졸중으로 쓰려져 5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경북고와 한일은행 시절 투타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 임신근은 쌍방울 창단 수석코치로 부임했으나 91년 9월 OB전을 앞두고 구단버스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빨간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은 97년 한강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롯데 김명성 감독도 2001년 7월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다 숨을 거뒀다. 현직 감독이 세상을 떠난 것은 김명성 감독이 유일하다. 삼미의 초대 감독을 맡았던 ‘아시아의 철인’ 박현식은 2005년 8월 76세를 일기로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재국기자 key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