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베네통의 도발적인 캠페인 광고 시리즈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그의 부인 커스티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우리의 사랑하는 올리비에로가 오늘, 2025년 1월 13일에 막 그의 다음 여정을 떠났음을 알리게 돼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베네통의 예술감독을 지낸 고인은 지난해 희귀하며 난치로 알려진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 진단을 받았다고 알렸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한 곳 이상의 조직이나 장기에 지나치게 쌓여서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주로 노인에게 많이 발병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곱절 정도 많이 발생한다. 고인은 지난 10일 토스카나주 자택 근처의 한 병원에 위중한 상태로 입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토스카니는 지난해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를 통해 의도치 않게 체중이 40kg이나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얼마나 살 날이 남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런 식으로 사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했다.
토스카니의 광고 캠페인은 에이즈 팬데믹, 인종주의, 전쟁과 사형제도와 같은 사회적 주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 고인의 활동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베네통은 1989년에 그가 촬영한 사진 한 장을 배포했다. 대변인은 이날 "어떤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말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당신은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줬다"면서 "안녕 올리비에로. 계속 꿈을 꿔요"라고 애도했다.
1942년 2월 28일 밀라노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코리에레 사진기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스위스 취리히의 예술학교에 입학했다. 활동하는 내내 그는 보그와 GQ 같은 선도적인 패션 잡지들을 위해 일했으며 모델 모니카 벨루치가 커리어를 쌓도록 도왔다. 앤디 워홀, 존 레넌, 페데리코 펠리니 같은 문화 아이콘들의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고인을 가장 유명하게 만들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18년 동안 맡은 베네통의 예술감독 일이었다. 모든 인종의 모델을 기용했고, 'United Colours of Benetton' 로고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도발적인 사진은 늘 논란을 불러왔다. 에이즈에 걸려 죽은 데이비드 커비를 묘사하는 사진을 써 베네통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인간의 심장 하나를 표현해 놓고 거기에 흑인, 백인, 황색인 라벨을 붙여 패션의 인종주의를 비판했는가 하면, 신부와 수녀가 입을 맞추는 불경스러운 사진으로 끝내 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와 베네통은 2000년에 결별했는데 마지막 캠페인 광고를 둘러싼 언쟁 탓이었다. 문제의 사진은 사형수를 촬영한 뒤 "죽음을 선고"라고 설명을 달았기 때문이다.
토스카니는 당시 캠페인이 너무 막나간다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난 사회적 이슈들을 제기하기 위해 의류를 이용해 먹는다"고 털어놓으면서 "전통적인 광고는 여러분이 어떤 물품을 사면, 아름다워지고, 매력적이 되며, 성공적인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이 모두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2007년 그는 한 패션 브랜드의 거식증 반대 캠페인에 프랑스 모델 이사벨로 카로의 사진을 사용했다. 섭식 장애 때문에 깡마른 얼굴과 몸매 사진들이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 광고판들과 신문들을 장식했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들을 캣워크 시키는 문제에 대해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또 패션 하우스 놀리타를 위해 촬영한 사진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금지 조치를 당했지만 격렬한 온라인 논쟁을 불렀다.
토스카니는 2017년 베네통과의 일을 재개했는데 3년 뒤 43명이 희생된 모란디 다리 사고의 심각성을 가벼이 여겼다는 이유로 그룹을 비판하자 다시 결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세 자녀 로코, 롤라와 알리를 남겼다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