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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RUSH ART 원문보기 글쓴이: SBRUSH
이브 클렝 (Yves Klein, 1928-1962) |
대격전(ANT 103) La Grande Bataille(ANT 103) 1961, 캔버스에 덧댄 종이 위에 이브 클렝 청색 안료 286×371cm |
프랑스 니스에서 출생하여 독학으로 미술을 익힌 이브 클렝이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그가 요절한 1962년까지 10년이 채 되지 않지만, 기성 예술 전통을 거부한 독창적인 그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신화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파란 물감을 개발하여 ‘IKB(International Klein Blue)’라 이름붙인 후 그 물감만으로 모노크롬의 세계를 펼쳐 현대 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모노크롬 회화의 다양한 변용에 몰두하던 그는 1958년 6월 5일, 친구 집에서의 저녁 모임에서 모델의 몸에 IKB 물감을 바르고 마루에 펼쳐진 종이 위에 뒹굴게 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는 일종의 퍼포먼스이면서 결과물인 이 작업을 <인체측정(Anthropometries)>이라 명명하였고, 1960년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발표회를 가졌다.
그의 지시에 따라 모델들은 IKB 물감이 흠뻑 묻은 몸을 종이 위에 찍어냈고, 그 옆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클렝이 작곡한 20분짜리 단조로운 곡을 20분 간격으로 연주하였다.
이후 그는 모델의 수와 찍는 방법을 달리하여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냈고, 사람의 몸을 ‘살아 있는 붓’ 삼아 인체의 에너지를 화포 위에 그대로 담아 낸 이 <인체측정>은 이후 행위예술과 개념미술 등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인체측정> 작업 중에서도 매우 역동적인 유형에 속하는 <대격전>은 바닥의 종이를 매트 삼아 그 위에서 제목 그대로 한 바탕 격투를 벌인 듯한 격렬함을 전달한다.
<인체측정>은 유도 유단자이기도 했던 클렝이 신체를 감각과 정신 에너지의 중심으로 여기는 유도의 기본 개념을 조형적으로 풀어낸 결과로서, 유도와 미술을 결합하고자 한 의도를 담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인체가 분출하는 온갖 에너지와 감정을 담아내는 데 대한 그의 관심이 고조된 시기의 작업으로, 종이에 남아 있는 격렬한 움직임의 흔적은 그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ie Williams) 원작의 영화 <지난 여름 갑자기(Suddenly Last Summer)>에서 묘사된 난폭한 식인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1960년의 작품과 매우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