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첫날 토요일 오후 책상머리, 집에 일찍 들어와서 장보러 같이 가자는 안사람 전화 온것 외에는 사무실 안은
선풍기만 그냥 조용히 돌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일찍 추수끝난 논을 갈아엎는 트랙터 소리만 간간히 들리고 있고, 밖으로 나가보면 여름인지 가을인지 모르
지만 오후의 햇볕이 마지막 열기를 쏟아 공장마당을 덮은 자갈들을 달구고 있고,.
한쪽켠에 메어놓은 개만이 혀를 빼 물고 나를 보고있는 것 외에는 그냥 조용한 토요일 오후입니다..
내 사무실은 강동들녁 가운데 있는데 벽과 바닥사이에 틈새가 벌어져있어 바깥벌레들이 자주 기어 들어와 바닥을 어지
럽힙니다. 오늘도 배추벌레(아직 배추가 없어 이것들이 호박닢과 머구잎들에 마구 구멍을 내 놓습니다.)하나가 바닥을
어슬렁거리고 있기에,..
이시간 별로 할일이 없고 평소에 이놈들한테 좋지않은 감정도 있고해서 핀셋으로 집어다가 통싯간 뒷벽에 줄을치고 웅크
리고있는 거미에 던져주었는데,
거미놈 잽싸게 달려들어 꽁무니에서 실을 내어 둘둘 감고서는 이빨을 벌레몸에 박고 물을 빨아먹습니다.
배추벌레는 작은 이빨을 드러내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잡히는데로 공격해 보지만 그럴때 마다 거미는 더욱더 배추벌레를
죄어 감네요.
조금있다보니 배추벌레는 탱탱 하던 몸이 쪽 빨려들어 오그라져 있던데 거미식성 참 대단하데요.
자기 몸보다 큰 배추벌레의 속을 거의 다 빨아먹고 껍데기만 남겨놓았습니다.
거미줄 옆에 머구밭이 있고 키작은 대추나무,가죽나무 몇그루가 있는데요,. 가죽닢 사이에 범아재비 하나가 폼을 잡고 있길래
마침 내 옷에 달라붙는 여치 한마리를 잡아 던져 주었더니 범아재비 그놈 여치를 가만히 보고 있더니만 어느순간 갑자기 뛰어
덥치던데 정말 번개 같데요.
범아재비놈 톱날같은 앞다리로 여치를 가위조르기로 걸고서는 뱃살부터 먹기 시작하는데 여치는 다리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더군요.
아까 거미한테 피빨리는 배추벌레와는 달리 자기의 운명을 그냥 자연의 섭리에 맡기고 모든걸 체념한 것 같았습니다.
이 글 쓰고 있는 중에 벽 틈새로 청개구리 한마리가 머리를 내미는데 나는 완전히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놈을 잡았습니다.
발을 쭉쭉 뻗어 손에서 빠져나가려는 청개구리의 연한 살결이 찹찹하고 보드라왔습니다.
얼른 카메라를 열고 사진을 찍어려는데 요것이 가만 있어주지를 않네요, 사진만 한장 찍혀주면 되는데 말입니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할 수없이 손에 잡고 한컷, 이놈 손안에서 너무 힘을 썼는지 책상에 놓아도 한동안 가만 있길래 또 한컷.
두어컷 찍고는 바깥 풀밭에 놓아주었습니다.
오늘 토달 참석할려다가 나와 같이 있는 놈들 사진찍어주고 글쓰주고 한다고 시간 놓쳐버렸습니다.
내일은 삼락공원서 열리는 낙동마라톤대회에 갑니다. 하프 뛸건데 목표는 서브투, 될것 같기도하고 힘들것 같기도하고,.
집에서 또 전화가 오네요,.. 모두 추석들 풍성하게 보내십시요. 음식은 조금씩 덜 자시고요.
첫댓글 방아게비(범아재비)와 배추벌래가 불쌍하긴한데...토요일 오후 한가히 보내시는 여유가~좋심더~
어릴적에 방아게비를 꾸바 묵었슴.
범아제비 한테 잡혀있는 놈이 방아개비(여치)인뎁쇼, 큰놈은 구워먹었지요.
동물의 왕국의 축소판이 한가한 토욜 오후 선배님 사무실 마당에서 벌어졌네요 ㅋ ㅋ 저거들은 먹고 먹히는 현장이지만 사람이야 뭐~~~~~
생활속의 생태체험 같네요! 아직 선배님 근처에 환경지표인 청개구리가 살아있다는게 복이네요!!
수필집
합니데이
어휴~ 내 글솜씨로 수필집에요?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진짜 망중한이네요. 선배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언제 사무실 함 가봐야겠어요, 목달님들하고 ~~
범아제비가 사마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