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쯔쯔가무시병 주의… 야외 활동시 피부 노출 최소화해야
진드기 유충에 물려 세균 감염
7~14일 잠복기 거쳐 증상 발현
감기와 비슷… 발진·검은 딱지도
풀밭에 앉지 말고 기피제 사용
귀가 즉시 씻고 입은 옷 빨아야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며 본격적인 야외활동 시즌이 도래했다. 등산은 물론 캠핑, 트래킹 등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성묘 준비를 위해 벌초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이 시기에는 안전에 특히 유의하며 야외활동에 나서야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게 바로 ‘쯔쯔가무시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9~11월에는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호발한다. 7일, 서진웅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쯔쯔가무시병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 감염 후 1~3주 뒤 초기증상… 물린 부위에 홍반·검은 딱지
쯔쯔가무시병은 들쥐에 기생하는 털 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털진드기 유충은 사람의 호흡하는 냄새를 감지하여 피부에 붙어 흡혈한다.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면 유충의 침샘에 있는 세균이 신체에 침투하게 되고, 세균이 혈액과 림프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이 과정에서 털진드기 유충에 있던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되는 것.
초기 증상은 감기 몸살과 비슷해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 두통, 발열, 오한 등 감기 증상과 함께 물린 상처가 있다면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유충에 물린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7~14일 잠복기를 거친 후 몸살 감기와 비슷한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이 동반된다. 말라리아나 장티푸스, 뎅기열, 렙토스피라 등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 오인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교수에 따르면 감기와 다른 점은 몸통, 팔다리에 발현하는 피부 발진과 물린 부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가피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진이 생기고,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검은색 딱지가 앉는다.
몸살 증상과 함께 피부의 딱지 여부를 확인하면 빠른 진단에 도움이 된다. 털진드기 유충은 주로 팔, 다리, 목 등의 노출된 부위나 피부 중 습한 부위를 무니 꼼꼼히 확인하자.
교수는 “쯔쯔가무시병은 주로 농촌에 거주하거나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에서 흔하다”고 말했다. 산이나 들판에서 나물, 약초, 열매를 채집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환자가 대다수라는 것. 군인처럼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등산, 성묘, 레포츠 활동을 하다가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대증치료로 호전… 치료시기 놓치면 사망하기도
쯔쯔가무시병이 진단되면 약물(항생제) 치료와 대증적 치료에 나서게 된다.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일어나는 병이 아니므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 합병증이 없고 중증이 아니라면 치료하지 않아도 수일간 고열이 지속되다가 회복되는 게 대부분이다. 다만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뇌수막염, 장기부전이 발생하거나 패혈증, 호흡부전, 의식 저하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 쯔쯔가무시병 예방은 ‘피부 노출 최소화’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 한 번 걸렸더라도 항원성이 다양해서 다시 감염될 수 있으며 예방 백신도 없다.
교수는 우선 피부 면적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긴 소매, 긴 바지를 입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을 착용하는 등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야외활동 후 입었던 옷은 털어낸 뒤 바로 세탁한다. 해충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활동 후 귀가하면 바로 몸을 깨끗히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야외에서는 되도록 풀밭에 앉지 않는다.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돗자리나 깔개, 접이식 의자 등을 활용하자. 돗자리는 사용한 후 세척해서 햇볕에 말려준다. 야외활동 시 산책로 등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는 행동도 위험하다.
반려견과 산책했다면 자신뿐 아니라 강아지의 위생·청결관리에도 꼼꼼히 신경써야 한다. 풀숲과 접촉이 많은 곳에서 산책했다면 매번 목욕을 시켜줘야 한다. 반려견의 몸에서 진드기가 발견됐다면 수의사를 찾아 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
교수는 “쯔쯔가무시병 감염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감별과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증상을 경감하고 합병증을 막는 등 감염으로부터 오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