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25
“이제 그만해. 진정하라고.” 신이치가 안간힘을 쓰며 말렸다.
이게 무슨 꼴이야. 화나기 보다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야, 반도. 어린놈 교육 좀 단단히 시켜라.”
“브레이커즈 전에서 홈런 날리면 집에 불 질러버린다.”
야쿠자가 옷매무새를 고치고 떠났다. 스즈키와 둘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기진맥진 상태였다.
일단 화는 피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 스즈키, 휴일 다음 날 노크 천 번이다.” 손바닥으로 뺨을 때렸다. 반응이 없었다. 스즈키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입은 반쯤 벌리고 있었다. “야, 이 바보야, 이런 데서 자면 안 돼.” 흔들어도 꼬집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젠 화낼 기운도 없었다.
신이치는 두 다리를 앞으로 뻗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순진한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연 프로에 적합하다. 경험을 쌓으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일어서서 스즈키를 업고 밤길을 걸었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에취.” 재채기를 했다. 티슈로 코를 풀었다. 뭉쳐서 쓰레기통에 던지자 너무 가벼워서 통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p.226
벤치에서 벌렁 드러누웠다. 끝에 있는 마유미 간호사가 께느른한 듯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응원이 아니라 팀의 일원일 것이다.
“이라부 선생님, 부탁할게요. 천천히 던져도 늦지 않아요.”
마운드에서는 투수가 한심한 소리를 했다. 이라부가 정면으로 오는 땅볼을 잡아서 1루로 다시 폭투한 것이다. 상대는 3루수가 약하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다.
“야, 도민병원 돌팔이 의사들. 좀 더 어려운 땅볼을 쳐.” 이라부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불평을 했다.
평화로운 휴일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강변 운동장에서 모두가 아마추어야구를 하고 있다. 배가 나온 중년 남자가 있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치는 젊은이도 있고 여자도 섞여 있다.
이번에는 외야가 에러를 했다. 평범한 뜬 공이 글러브 안에 들어가지 않고 글러브 끝에 맞는 바람에 놓친 것이다.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늘에서도 종달새가 웃고 있었다. 좋아, 재밌을 것 같아. 신이치는 혼잣말을 했다. 신선한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야구가 있다는 걸 신이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야구단에 들어가 그 후로 계속 이기기 위한 야구를 했다. 연습은 이를 악물고 하는 것이고, 팀 동료는 전원 라이벌이었다.
은퇴하면 아마추어야구팀에 들어가자. 승패와 상관없이 웃음이 끊이지 않는 팀으로.
하지만 그건 한참 후의 이야기다. 적어도 앞으로 5년은 프로에서 뛰고 싶다. 입스는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면 된다. 이라부의 말대로 목숨에 별 이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