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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재불인(幸災不仁)
재앙을 다행으로 여기고 즐거워 한다는 뜻으로, 남의 불행을 즐기는 이기적인 태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幸 : 다행 행(干/5)
災 : 재앙 재(火/3)
不 : 아닐 불(一/3)
仁 : 어질 인(亻/2)
(유의어)
낙화행재(樂禍幸災)
행재낙화(幸災樂禍)
출전 : 좌전(左傳) 희공편
이 성어는 춘추시대 진(秦)나라와 진(晉)나라 사이의 외교 문제에서 연유한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공자 이오(夷吾)가 다른 나라에서 유랑생활을 할 때, 진(秦) 나라 목공(穆公)에게 ‘만약 도움을 주어 왕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해주면 다섯 개의 성(城)을 진(秦)나라에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오가 도움을 받아 진(晉)나라 왕(惠公)이 되었다. 그러나 성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혜공은 진(晉)나라에 흉년이 들자 쌀을 사러 진(秦)나라로 사신을 보냈는데 진(秦)나라 목공(穆公)이 들어 주었다.
이듬해 겨울에 진(秦)나라에 기근(饑饉)이 들어 진(晉)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식량구매를 요청하니 진(晉) 혜공(惠公)은 들어 주지 않았다.
冬, 秦饑, 使乞糴於晉, 晉人弗與.
이때 대부인 경정(慶鄭)이 혜공에게 말했다. “은혜를 저버리는 것인 무친(無親)이고, 재난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불인(不仁)이고, 탐욕스럽게 아끼는 것은 불상(不祥)이고, 이웃 나라를 노하게 하는 것은 불의(不義)니, 이 네 덕(德)을 모두 잃는다면 무엇으로 나라를 지키겠습니까?”
慶鄭曰 : 背施無親, 幸災不仁, 貪愛不祥, 怒鄰不義, 四德皆失, 何以守國.
다른 신하 괵석(虢射)이 말했다. “가죽이 남아 있지 않는데 털이 장차 어디에 붙겠습니까?”
虢射曰 : 皮之不存, 毛將安傅.
경정이 말했다. “신의를 저버리고 이웃 나라를 배반한다면, 우리에게 재앙이 있을 때 누가 구원해 주겠습니까? 신의가 없으면 근심이 생기고 후원하는 나라를 잃으면 패망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慶鄭曰 : 棄信背鄰, 患孰恤之. 無信患作, 失援必斃, 是則然矣.
괵석이 말했다. “원한을 줄이지 못하고 곡식을 주면 적에게 힘만 보태 줄 뿐이니, 주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虢射曰 : 無損於怨, 而厚於寇, 不如勿與.
경정이 말했다. “은혜를 저버리고 남의 재난을 요행으로 여기면 백성의 버림을 받습니다. 친근한 사람도 오히려 원수로 여길 것인데 하물며 원한을 품은 그 적이야 어떠하겠습니까?”
慶鄭曰 : 背施幸災, 民所棄也. 近猶讎之, 況怨敵乎.
그러나 혜공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경정은 물러 나와서 말했다. “임금은 이 일을 후해하게 될 것이다.”
弗聽. 退曰 : 君其悔是哉.
(僖公 14年)
분노한 진(秦)나라는 결국 군사를 일으켜 진(晉)나라를 공격하였고, 혜공은 포로의 신세가 되었다.
▶️ 幸(다행 행)은 ❶회의문자로 夭(요; 일찍 죽다)와 屰(역; 거역하다)의 합자(合字)이다. 일찍 죽는 것을 면함을 좋은 일로 생각하여 다행하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幸자는 '다행'이나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幸자는 干(방패 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방패'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幸자를 보면 양손을 묶는 수갑과 벽에 고정하는 쇠사슬이 그려져 있었다. 수갑은 죄를 지은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런데 왜 수갑을 그린 글자가 '다행'이나 '행복'을 뜻하게 된 것일까? 한자는 지배계층이 만든 문자다. 그들로서는 죄를 지은 사람을 잡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幸(행)은 ①다행(多幸), 행복(幸福), 좋은 운(運) ②요행(僥倖), 뜻하지 않은 좋은 운(運) ③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④은총(恩寵), 베풀어 준 은혜(恩惠) ⑤오래 사는 일 ⑥다행히, 운좋게 ⑦다행하다, 운이 좋다 ⑧기뻐하다 ⑨임금이 사랑하다, 임금의 사랑을 받다 ⑩바라다, 희망하다 ⑪행복하게 하다 ⑫행복을 주다, 은혜를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⑬좋아하다, 즐기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복된 좋은 운수로 생활의 만족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행복(幸福), 행복한 운수나 좋은 운수를 행운(幸運), 사회가 어지럽게 되기를 바람을 행란(幸亂), 재앙이 일어나기를 바람을 행화(幸禍), 서로 사이가 벌어져서 틈이 생기기를 바람을 행흔(幸釁), 행복한 사람을 행인(幸人), 다행을 바람이나 행여나 하여 바람을 행기(幸冀), 운수가 좋음 또는 일이 좋게 됨이나 뜻밖에 잘 됨을 다행(多幸),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하늘이 준 다행을 천행(天幸), 기쁘고 다행함을 희행(喜幸), 감격하고 다행하게 여김을 감행(感幸), 마음에 잊혀지지 아니하는 다행한 일을 경행(耿幸), 더할 수 없이 다행함을 지행(至幸), 남에게 아첨하여 귀염을 받음을 폐행(嬖幸), 다시 더할 수 없이 다행하다는 말을 행막행의(幸莫幸矣), 남의 재난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어질지 못하다는 말을 행재불인(幸災不仁), 남이 재화를 입음을 보고 좋아한다는 말을 행재요화(幸災樂禍), 매우 다행함을 이르는 말을 천만다행(千萬多幸), 부귀 할지라도 검소하여 산간 수풀에서 편히 지내는 것도 다행한 일이라는 말을 임고행즉(林皐幸卽), 다행하여 썩 행복하다는 말을 다행다복(多幸多福), 요행을 노리는 화살은 자주 차질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사행심의 발동으로 하는 일은 성취하기 어려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사행삭질(射幸數跌), 공교롭게 아주 못된 때를 만남을 이르는 말을 봉시불행(逢時不幸) 등에 쓰인다.
▶️ 災(재앙 재)는 회의문자로 烖(재)가 본자(本字)이다. 火(화)는 불로 인한 화(禍), 巛(천)은 물의 흐름을 막다의 뜻으로, 지장이 생기다, 재난(災難), 재앙(災殃)의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災(재)는 (1)재액(災厄) (2)재상(災傷) 등의 뜻으로 ①재앙(災殃) ②화재(火災) ③죄악(罪惡) ④불태우다 ⑤재앙(災殃)을 내리다 ⑥응징(膺懲)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액 액(厄), 재앙 앙(殃), 재앙 화(禍)이다. 용례로는 천변지이로 인한 온갖 불행한 일을 재앙(災殃), 재앙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재해(災害), 뜻밖에 일어나는 불행한 일을 재난(災難), 재앙과 화난을 재화(災禍), 재앙과 액운을 재액(災厄), 재앙으로 인하여 생기는 변고를 재변(災變), 재앙이 되는 괴이한 일을 재이(災異), 재앙을 입은 사람에게 조세나 부역을 면제하여 줌을 재면(災免), 재해로 말미암아 곡식이 잘 여물지 않는 현상을 재겸(災歉),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을 화재(火災),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재해를 막음을 방재(防災), 산업 재해를 산재(産災),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앙을 인재(人災), 가뭄으로 인한 재앙을 한재(旱災), 재난에서 구함을 구재(救災), 서리가 일찍 내리거나 또는 너무 많이 와서 곡식이 해를 입음을 상재(霜災), 복이 너무 지나치면 도리어 재앙이 생긴다는 말을 복과재생(福過災生), 지진이나 홍수나 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을 이르는 말을 천재지변(天災地變), 뜻밖의 재해를 이르는 말을 불의지재(不意之災),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을 이르는 말을 회록지재(回祿之災), 말이 춤추는 꿈을 꾸면 화재가 일어난다는 데서 나온 말로 화재를 달리 이르는 말을 무마지재(舞馬之災), 삼재와 팔난으로 모든 재앙과 곤란을 일컫는 말을 삼재팔난(三災八難), 남의 재난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어질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행재불인(幸災不仁), 남이 재화를 입음을 보고 좋아함을 이르는 말을 행재요화(幸災樂禍), 무사히 오래 삶이나 재앙이 없이 목숨을 연장함을 이르는 말을 연명식재(延命息災)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仁(어질 인)은 ❶형성문자로 忈(인)과 忎(인)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二(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냄을 뜻하는 데서 어질다의 뜻으로 쓰인다. 공자(孔子)가 특히 仁(인)을 도덕의 중심으로 삼은 후로는 자기에게는 엄하게 하지만 남에게는 어질게 하는 정신을 인(仁)이라고 설명한다. ❷회의문자로 仁자는 ‘어질다’나 ‘자애롭다’, ‘인자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仁자는 人(사람 인)자와 二(두 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仁자에 쓰인 二자는 ‘두 사람’이라는 뜻을 위해 쓰인 것이다. 仁자는 본래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냄을 뜻했던 글자였다. 그러나 공자가 仁을 도덕의 중심으로 삼은 후부터는 인간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대표하는 글자로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仁(인)은 (1)공자가 주장한 유교의 도덕 이념, 또는 정치 이념 오상(五常)의 하나로 모든 덕의 기초로서 공자는 이것을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설명하고 일반적으로 사랑 또는 박애가 그 내용으로 됨. 천도(天道)가 발현하여 인이 되고, 이를 실천하면 만사 모두 조화, 발전된다는 사상임 (2)애정(愛情)을 타에 미침. 곧 어짐, 착함, 박애(博愛) (3)식물의 씨에서 껍질을 벗긴 배(胚), 배젖의 통틀어 일컬음 (4)세포(細胞)의 핵(核) 안에 있는 작은 구형(球形)의 구조. 핵 하나에 한 개 또는 몇 개 들어 있고 리보 핵산과 단백질을 함유하여 단백 합성을 하는 것으로 생각됨. 비교적 큰 입상체(粒狀體)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어질다, 자애롭다, 인자하다 ②감각이 있다, 민감하다 ③사랑하다 ④불쌍히 여기다 ⑤어진 이, 현자(賢者) ⑥인, 어진 마음, 박애(博愛) ⑦자네 ⑧씨 ⑨과실(果實) 씨의 흰 알맹이, 속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랑 자(慈), 어질 량/양(良), 어질 현(賢)이다. 용례로는 마음이 어진 사람을 인자(仁者), 어질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인자(仁慈), 어진 임금을 인군(仁君), 타고난 성질이 어질고 착함을 인선(仁善), 인덕이 있고 수명이 긺을 인수(仁壽), 인덕의 감화를 인화(仁化), 어질고 후덕함을 인후(仁厚), 어진 덕을 인덕(仁德), 어질고 명철함을 인명(仁明), 인자스러운 마음을 인심(仁心), 어질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인애(仁愛), 어질며 은혜가 있는 일을 인혜(仁惠), 어진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어 구제함을 인휼(仁恤), 어진 것과 의로운 것을 인의(仁義), 어질고 덕망이 있는 성인을 인성(仁聖), 성질이 어질고 순함을 인순(仁順), 어질고 착하지 아니함을 불인(不仁), 너그럽고 어짊을 관인(寬仁), 어질다고 소문난 명성을 인문(仁聞), 친소의 차별없이 널리 평등하게 사랑하는 일을 동임(同仁), 복숭아씨의 알맹이를 도인(桃仁),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를 인의예지(仁義禮智), 어진 사람은 널리 사람을 사랑하므로 천하에 적대할 사람이 없음을 인자무적(仁者無敵), 인과 의와의 도를 인의지도(仁義之道), 의를 위하여 나서는 어진 사람의 용기를 인자지용(仁者之勇), 어진 사람은 도리에 따라 행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으므로 근심을 하지 않는다는 인자불우(仁者不憂), 인자는 의리에 만족하며 생각이 깊고 행동이 신중함이 산과 같으므로 자연히 산을 좋아한다는 인자요산(仁者樂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