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봄날 벚꽃길을 따라 걷다. 보청천, 문방천, 달천, 초평호수
속리산 자락을 흘러 대청호로 유입되는 보청천 벚꽃길을 나는 우리나라 최고 벚꽃길로 주목한다. 해마다 경주 벚꽃을 보러 가는 길에 눈여겨보았던 그 꽃길을 몇해 전부터 자주 걷게 되었다.
지방도로를 개설하면서 조성된 꽃길이 곳곳에 많지만 이곳처럼 단번에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은 드물었다. 붐비는 차량이나 인파도 없고 들판에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이 보이지 않아 자연 그대로 한가로운 시골 풍경이어서 더 좋다.
보리밭은 푸르고 버드나무 잎새는 연두빛으로 피어나고 맑은 물가에는 해오라비가 여유롭게 내려 앉는다. 그 길을 따라서 온몸에 햇살을 받고 꽃바람 속을 걸었다
보청천을 따라서 20km에 이르는이 벚꽃길은 2004년에 조성되었는데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당시 보은군수가 보청천을 전국 최고의 명소로 가꾼다며 벚나무를 심자 가로수가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아닌데 엉뚱한 데 투자를 한다고 비판여론이 많았다.
당시 보청천은 버러진 하천 제방으로 보행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1년 후 선거에서 보청천에 벚나무를 심은 군수는 낙선했다. 사람들은 장차 벚꽃길이 만들어낼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년이 지나고 보니 벚나무는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그 길을 따라서 소리소문없이 사람들이 보은 땅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선거에서 패배를 안겨준 벚꽃길은 이제 칭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세상에는 당장 눈앞에는 보이지 않던 일이 세월이 지나야 그 의미와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큰돈을 들여 꾸며낸 관광지는 조성 후에도 많은 관리비가 들어간다. 곳곳에 조성된 공원과 조영물들, 전국을 뒤덮고 있는 데크길이 그렇다. 그러나 나무를 심는 것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산기슭이나 길가에 식재된 어린 나무들을 보면 거친 비바람을 맞으며 언제나 자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뒤돌아보면 세월이 저만치 흘러 가 있듯 금방이다.
나무들은 어느새 자라나 자기 땅의 풍경을 거느린 주인공이 되어간다. 길을 지나가다 오래된 노거수가 지키고 있는 마을을 보면 역경을 이겨낸 민중들의 군센 의지를 보는 듯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 되고 그 길을 따라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상징이 되고 사랑이 되고, 추억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신령한 역사가 되는 것이다.
보청천 벚꽃길 / 무심재 이형권
https://youtu.be/tKDdxSNciZU?si=rgyfJzo6s0N0q-w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