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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연합]
“우리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판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증명된 통계입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405잔으로 추산됩니다.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152잔)의 무려 2.7배에 달합니다.
그만큼 커피를 파는 카페도 많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이미 지난 2022년 말 기준 1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넘치는 수요에 카페 매장 수는 늘고 있지만, 폐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원재료 가격은 치솟아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황에 빠진 카페 시장 속에서도 스타벅스는 꾸준히 매장 수가 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은 ‘스타벅스 공화국’이라고도 불릴 정도인데요. 국내에서 스타벅스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또 부진에 빠진 전 세계 스타벅스와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번 [언박싱 프로]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별다방’, 스타벅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마케팅 담당자가 인수, 시작은 초라했으나…
스타벅스 창립자 [스타벅스 글로벌 웹사이트 갈무리]
우선 스타벅스의 탄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의 성장에는 재밌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창립자가 아닌 마케팅 대표가 스타벅스를 인수했다는 건데요.
시작은 1971년으로 돌아갑니다.
커피 애호가였던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동창생들은 시애틀의 전통 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작은 아라비카 원두 판매점을 열었습니다.
제럴드 볼드윈, 지브 시글, 고든 보커 세 사람이 주인공이죠.
스타벅스는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따왔습니다.
처음에는 모비딕에 나오는 배의 이름을 딴 ‘피쿼드(Pequod)’가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최종 사명은 커피를 사랑한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오리지널 로고는 바다의 신 ‘세이렌’을 형상화해 디자인했습니다. 세이렌이 뱃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사람들을 홀려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의미였죠.
1982년에는 하워드 슐츠라는 인물이 마케팅 담당자로 스타벅스에 합류합니다.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한 슐츠는 길가의 에스프레소 바를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때 슐츠는 카페 주인이 손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음료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스타벅스를 단순히 ‘원두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답니다.
하워드 슐츠가 운영했던 커피 전문점 ‘일 지오날레’ 메뉴판 [스타벅스 글로벌 웹사이트 갈무리]
하지만 고객과 ‘직접 소통’을 선택하면 속도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슐츠의 아이디어 역시 스타벅스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관계자들은 슐츠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는 결국 1985년 스타벅스를 떠나 시카고에 ‘일 지오날레’라는 커피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한 곳이었죠.
일 지오날레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설립 3년 만인 1987년, 슐츠는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스타벅스를 인수합니다. 그리곤 처음 그가 목표했던 대로 회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슐츠는 스타벅스를 공간의 경험을 파는 커피 전문점이라는 점을 늘 강조했습니다.
내게 ‘제3의 장소’는 단순히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고방식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내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격려하는 사회의 기풍을 담은 영리 기업을 세우려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워드 슐츠 저서 <그라운드 업> 서문
🎈글로벌 공략 나선 스타벅스, 지금은 쇄신에 집중
일본에 문을 연 스타벅스 모습 [스타벅스 글로벌 웹사이트 갈무리]
스타벅스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린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본은 1991년 스타벅스가 북미 이외 지역 최초로 진출한 나라입니다.
스타벅스는 현지 기업 사자비와 합작을 통해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서비스 정신을 스타벅스 고객 서비스에 접목했습니다. 오모테나시는 빠르고 유연하지만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를 뜻합니다.
하지만 처음 진출 당시, 매장의 입지 선정은 실패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커피 소비는 198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지만, 도쿄에는 이미 많은 커피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비쌌던 커피 가격도 매력이 떨어졌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심지 교차로에 매장을 열었지만, 그대로 지나치기만 할 뿐 매장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또 하나의 큰 시장은 중국이었습니다. 1991년 베이징에 1호점을 열었죠. 중국 시장은 차 문화가 강해 커피 시장을 개척하기 어려운 나라였습니다. 슐츠는 중국 전통차 브랜드인 ‘타조 티’를 인수하고, 차 메뉴를 강화했습니다. 또 중국의 집단주의 문화를 고려해 매장 내 공용 테이블을 늘리고,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중국에 문을 연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 글로벌 웹사이트 갈무리]
기대와 달리 현재 아시아에서 스타벅스 입지는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성장이 둔화한 상태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도 걸림돌이죠.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스타벅스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긴장 관계와 반미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지출에 더 신중해졌습니다.
미국 본토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벅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음료를 요청할 수 있는 ‘커스텀’ 문화가 일반적인데요. 복잡한 주문은 바리스타의 노동 강도를 높였고, 제조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당연히 소비자 불만도 커졌습니다. 폐점이 이어지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핵심 원재료인 원두 가격도 이상기후로 생산이 줄어 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은 실적 개선을 위해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CEO(최고경영자) 브라이언 니콜이 부임 후 빠르게 스타벅스를 변화시키고 있죠. 화장실과 매장을 결제한 고객에만 개방한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었죠. 회사의 회계연도 말까지 식품과 음료 옵션을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워드 슐츠(가운데)가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개업식에 참석한 모습 [스타벅스 글로벌 웹사이트 갈무리]
🎈한국 1호점의 시작, 이대 앞 스타벅스
스타벅스 이대 1호점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다릅니다. 날개가 달렸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네요.
특히 지난해는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 25주년이었는데요. 매출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처음 한국에 문을 연 건 1999년입니다. 그해 7월 27일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었습니다.
이대 앞은 해외 경험이 많고, 유행에 민감한 여대생들이 많았습니다.
스타벅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었다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당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무려 3000원이었습니다. 1999년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525원이었으니, 약 2시간을 일해야 겨우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이대점은 국내외 많은 고객의 방문이 이어지며 국내 매장의 초석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이대점은 1호점이라는 전통에 기반한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손 글씨로 작업한 메뉴 보드를 설치하고,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인 블랙이글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합니다. 또 1999년 개점 당시의 방식대로 음료 컵에 주문 내용을 파트너가 직접 적어 제공합니다.
처음 40명의 파트너로 시작한 스타벅스는 현재 전국 2000여개의 매장에 직고용 파트너를 둘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매장 수 확장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첫 진출 이듬해 매장 수는 10개를 넘었는데요. 2004년에는 100개, 2016년에는 1000개를 넘었고, 2024년 드디어 2000개 매장을 돌파했습니다.
작년에는 아시아 첫 진출국인 일본까지 추월했습니다. 아시아권 매장 수 2위에 오른 겁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도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랍니다. 1·2위 국가의 면적과 인구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성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매장 전략이 주효했을까요. 우선 스타벅스는 100%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출점도 신중합니다.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기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스타벅스는 매장 출점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출 초기, 점포개발팀은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모든 후보지를 조사했다고 전해집니다.
거주 인구의 이동과 매장 수익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적합한 매장을 선정하는 식이었죠.
조건을 철저히 따져 출점한 덕분에 수익은 높았습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건물주들이 스타벅스 입점을 환영한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졌죠.
🎈스벅코리아, ‘최초’에 ‘최초’를 더하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코리아의 성공에는 ‘최초’ 라는 타이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IT강국입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특성을 적극 활용했는데요.
편리함과 빠름을 선호하는 한국 문화를 고려한 일종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사이렌 오더’입니다.
2014년 5월 도입된 사이렌 오더는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글로벌 스타벅스도 한국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2015년 여름 미국에서 ‘모바일 오더&페이’를 론칭했습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사이렌 오더의 누적 이용수는 5억건 이상에 달합니다. 주문 고객 세 명 중 한 명이 사이렌 오더 이용자로 추정됩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사이렌오더도 개선되고 있는데요. 매장에서 고객 주문을 승인하기 전이라면 사이렌 오더 주문 건을 취소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주문량이 많으면 음료를 받기까지 예상 대기시간도 알려주죠.
기존에는 예상 대기 시간을 ‘20분 정도’라고 안내했으나, ‘15분 정도’를 추가했다고 하네요.
2014년 스타벅스코리아는 앱 내에 등록된 닉네임을 호명하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도 함께 도입했습니다. 콜 마이 네임도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입니다. 당시 스마트혁신팀을 구성한 스타벅스 코리아는 고민에 빠졌고, 한 파트너는 닉네임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매장에서 파트너들끼리 닉네임을 부르는 것처럼 고객에게도 이름 대신 닉네임을 부르자고 의견을 낸 것입니다. 서비스가 진행된 지 20일 만에 20여만 명의 고객이 서비스에 가입하고 닉네임을 등록했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 카페의 필수 아이템 ‘진동벨’과 관련된 것인데요. 스타벅스에는 그동안 진동벨이 없었습니다. 하워드 슐츠의 경영 철학에서 나온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2023년부터 일부 매장에 진동벨이 도입됐습니다. 현재는 150개 넘는 매장에 진동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3의 공간’ 스페셜 스토어의 확장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어느덧 26주년을 맞이한 스타벅스코리아가 되새긴 초심은 ‘공간’입니다. 고객에게 스타벅스 매장을 제3의 공간으로 제공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사실 국토와 인구가 한정적인 이상, 매장 수를 늘리는 전략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 한 번의 혁신이 필요했던 이유죠.
스페셜 스토어도 공간 혁신 중 하나입니다. 스페셜 스토어는 ‘더(THE)매장’과 ‘콘셉트 매장’으로 구성됩니다. ‘더 매장’은 압도적인 뷰와 아름다운 디자인 및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휴식을 제공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콘셉트 매장’은 100년 고택, 전통시장 등 이색적인 공간을 통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거나 재생의 가치를 되새깁니다.
2020년 더양평DT점을 시작으로, 더북한강R점, 더북한산점, 더여수돌산DT점, 더제주송당파크R점, 더춘천의암호R점, 이대점, 대구종로고택점, 경동1960점, 가나아트파크점, 장충라운지R점까지 총 11개의 스페셜 스토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스페셜 스토어는 여유로운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제3의 공간이자 고객이 직접 찾아가서 경험하고 싶어 하는 매장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평일 1000명, 주말 1500명의 고객이 스페셜 스토어를 방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는 일반 매장에도 차별화된 요소를 적용하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광교SK뷰레이크 최상단 41층에서 광교 호수공원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광교SK뷰레이크41F점’을 비롯해 매장에 앉은키 3M에 달하는 베어리스타를 설치한 ‘기장임랑원점’, 소나무가 우거진 자연 경관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용인고기동유원지점’, 국내 첫 반려동물 동반 취식 가능 매장인 ‘구리갈매DT점’, 동해바다와 영랑호, 설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랑호리조트점’, 옛 오징어 공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강릉주문진점’ 등 정말 다양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스타벅스에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스타벅스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프티콘’을 꼽았답니다.
실제 전국 주요 입지에 자리 잡아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기프티콘 활용에 적합한 곳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눈치받지 않고 업무를 보고, 함께 편히 대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스타벅스가 보여주고 싶었던 공간, ‘제3의 장소’의 가치가 아닐까요.
-펌
첫댓글
스타벅스~~
스벅~스벅~ㅋㅋㅋㅋㅋㅋㅋ
밀크티가 더 예쁘지 ~
@미션 고마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