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당사3주년에 모인 후보들 분위기 싸늘
박근혜·이명박 상대방 연설내내 시선 피해, 손학규 빈자리 노리는 원·고, 박·이 향해 노골적 비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하며 한나라당의 경선구도는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강대결이 더욱 뚜렷해졌다. 손 전 지사의 탈당과 동시에 당의 '경선룰'이 결정되면서 각 후보진영의 전략도 대폭수정됐다. 상대진영을 향한 공세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이들의 충돌은 더욱 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손 전 지사 탈당 뒤 당의 대선예비후보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당 지도부가 마련한 천막당사 이전 3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염창동 당사에 모인 대선예비주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표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연일 공방을 벌이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첫 대면에선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행사 내내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손 전 지사의 빈자리를 찾이하려는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양강구도를 깨기 위해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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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천막당사 3주년 당원화합 한마당'에서 나란히 앉은 대선주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이 박수치고 있다.ⓒ연합뉴스 |
각 후보에게 5분씩 주어진 인사말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여과없이 노출됐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주어진 시간보다 짧게 인사말을 한 반면 원희룡 고진화 두 의원은 주어진 시간보다 길게 말했고 발언 내용도 당 지도부와 앞서가는 두 후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최근의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행사내내 시선을 피했다.
당 지도부는 가장 먼저 박 전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천막당사 행사인 만큼 당시 주역이었던 박 전 대표에 대한 예우차원에서였다. 사회를 본 전용학 제2사무부총장은 "순서는 당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2년 반동안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천막당사의 주역이었던 박 전 대표 부터 인사말을 듣겠다"고 소개했다. 박 전 대표가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르는 순간 부터 5분간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쳐다보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표정도 어두웠다. 특히 "가장 깨끗한 정당으로 가장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결심으로 일했고 그 정신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닥쳐올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한번 더 잘못할 여지가 없는 정당이고 결코 우리가 처절한 노력으로 이뤄낸 정당개혁을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허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서 이 전 시장의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신 뒤 하늘만 쳐다봤다. 최근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해 연일 '공천을 빌미로 한 줄세우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단상에서 내려와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두 사람은 단 한차례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곧바로 이 전 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전 대표 역시 이 전 시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이 "천막정신을 주도했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박수한번 치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약간 놀란듯 한 표정으로 이 전 시장을 쳐다보며 웃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 전 시장은 옆에 앉아있던 원 의원과는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도 박 전 대표에게는 좀처럼 말을 건네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역시 이 전 시장 쪽으로 고개도 잘 돌리지 않았다. 그러던 두 사람이 행사 도중 얼굴을 맞댔다. 원 의원의 발언 때문이었다. 세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원 의원은 "요즘 당내 경선에서 공천을 빌미로한 줄세우기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당장 그만둬야 하고 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만지작 거리면서 '그래 의원 오래해야지…'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후보들이)의도하지 않는다고 부인말 할 게 아니라 적극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때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서로를 쳐다보며 멋쩍은 듯 웃었다.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게 뭔가 말하자 박 전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원 의원이 인사말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표정은 다시 굳었고 행사장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고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며 절정에 달했다. 고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 마자 앞서가는 후보들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를 거론하면서 "국민주권을 파괴한 것 아니냐"고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의 4·25재보궐 선거 출마를 언급하며 "누구 하나 그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일본정치인이냐"고 따졌다.
그는 또 "동지애가 있어야 한다"며 "지난 한달 반 동안 '고진화 나가라' '원희룡 나가라'는 말이 당내에서 버젓이 횡행했다"고 비난했고 이 전 시장을 향해선 "시베리아로 가라고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금새 표정은 일그러졌다. 박 전 대표 역시 고 의원의 탄핵과 차떼기 발언에서는 표정이 굳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고 의원의 발언으로 행사장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이후 진행된 행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됐다.
결국 네명의 대선예비주자는 행사가 끝나자 마자 다음 일정을 위해 각자 준비된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행사가 끝난 뒤 당 관계자는 "네 사람 모두 너무 불편해 보인다. 앞으로 더 불편할 텐데… 가급적이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최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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