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행복한 라짜로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는데, 서로가 익숙해져 버린 느낌이 자꾸만 든다. 아무렇지 않은데 죽을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농락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걔가 잠에 드는 시간에 잠에 들어야 하고, 걔가 담배를 태우는 시간에 맞춰 재깍재깍 그 장소에 있어야만 한다. 그가 나타날 것 같은 곳을 매일 생각한다. 먼저 도착해야만 무언가 이룬 것 같다. 이게 내가 사랑을 하는 방식이다. 내 시간이 그의 시간과 동시에, 함께 흐르고 있어야 한다. 억울해서 숨을 쉬기 힘들 때가 있다. 전부 내가 자초한 일이란 생각이 들 때마다 보이는 모든 것에 머리를 박고 엉엉 울고 싶다. 또는 그의 앞에서 엉망이 된 채로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걔의 가슴팍에 몇 번 주먹질을 하다가 울다 쓰러져 지쳐 잠들어 버리고 싶다. 그가 그런 날 들쳐 엎고 어딘가로 데려가 주면 좋겠다. 눈을 뜨면 그는 없고 나는 홀로 남아 지우지 못한 화장을 전부 닦아냈으면 좋겠다. 사랑할 수 없는 모습들만 한데 모아 비디오로 보고 싶다. 그마저도 사랑한다며 눈물을 참고 싶다. 길 가다 문득 끌어안고 싶다. 이상한 말이지만, 나는 그만큼 그가 좋다. 그게 어떤 거냐면 설명하기 벅찰 정도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걔가 없을 내 인생이 불행하도록 지루할 것 같다.
불쑥 죽은 사마귀가 눈앞에 나타났어. 이미 죽은 건 나타날 수 없잖아. 아마 넌 문장의 오류를 참지 못하고 지적할 테지. 참, 그 아이 객사했니. 난 네 물음을 어디 좋은 곳에 묻어둘 거야. 그리곤 다시 좋은 것들만 그러모아 네 따뜻한 입술 아래로 길게 전해줄 거야. 난 인생에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동시에 행복하진 못할 테지만 아마 나는 네가 울면 죽고 싶을 거야. 네가 의중이 가득 서린 낯으로 내 눈을 빤히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난 그걸 좀처럼 견디지 못할 텐데, 그러다 혹시라도 내가 사라지게 된다면 잊지 말고 숨겨둔 편지를 찾아서 불태워주면 좋겠어.
정말너무많이이대로사라져도좋을만큼사랑해
이유를 묻는다면
단지 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악당이 너무 많다는 것.
거의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나니까 이상하게 눈앞이 울렁거린다. 이내 뺨 언저리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를 것도 같다가 멈추니 화도 막 난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너도 알겠지만, 너는 바보라서 모를 것도 같다.
가슴은 자꾸만 나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간다. 팔꿈치가 부딪친다. 나는 가끔씩만 슬퍼하도록 한다. 최악의 하루는 잠에서 깨어날 때부터 시작 된다. 왼쪽 뺨에 머무른 어제의 기도가 딱딱하게 굳은 채로 떠나질 않는다. 나의 불안을 알아채는 사람이 싫다. 차마 손톱을 둥그렇게 물어뜯지 못했다.
잘 지내냐 물으면 사라지고 싶어.
그냥 나는 그런 순간들이 많았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난 가끔 네가 긴 머리를 한 나의 모습을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견딜 수 없는 비문들만 이따금씩 목구멍으로 차오른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까. 너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도무지 시적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잔뜩 잃은 기분이다. 그냥 사랑한다 말하고 싶은 건데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그때 우리가 보았던 풍경들도 크게 변한 것이 없네요.
학원 앞 건물은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랐고요.
우린 이제 그곳에 없습니다.
사라지길 소망하는 날들이 쌓여 나를 죽일 것만 같다. 그래주면 아무래도 고맙지만.. 죽는 거 말곤 할 수 있는게 버티는 거 뿐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나.
일절 모든 연락을 끊고 싶다. 난 너가 너무 좋고, 또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 잠깐 죽은 듯 혼자이고 싶다. 더도 말고 일주일만 네 소식을 몰랐으면 좋겠다.
불과 몇달 전인데 반세기는 떠나 보낸 것 같고 그때 너와 나눴던 대화들, 주고 받았던 눈빛,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약한 불에 오래 두어 눌러 붙은 밥알들처럼 아직도 내 가슴 속을 떠나지 않는다. 긁어내도 듣기 싫은 소리만 내며 사라지질 않는다.
이제 진짜 오래오래 안녕하자! 휴식은 오빠 뿐 아니라 나한테도 필요할 것 같아. 그냥 잠깐만 모르고 살자. 그리고 다시 괜찮아지면 내가 연락할게.
네가 싫은 이유 100번 까지는 적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좋은 이유 한 가지가 떠오르지 않는 게 참 이상하지.
내가 네게 약속할 수 있는 건 둘 다 못 지내거나 둘 다 잘 지낼 날들만 삶에 있을 거란 거.
장례식에 올 거지. 울어준단 약속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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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일기들을 공유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또, 우연치 않게 이 글을 마주한
짝사랑을 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누군가에게 목 매는 시간들이 길어진단 건
코 끝이 불쾌하도록 찡한 일이니까요
첫댓글 좋은 글 고마워
헐 일기였어...? 나 책인줄 알고 책 제목 알려달라해야지 생각하면서 내려왔는데.....
책인줄 알고 책 제목 알려달라고 하려 했어
이 여시꺼 글 넘 좋아서 몇개 필사해놨었는데 다시 봐도 글 좋아
여시 글 정말 잘쓴다 몇몇 구절은 이전의 내가 생각이 날 정도야..
나도 책인줄알았어.. 글 너무좋다 여시야 잘봤어 !
세상에 여시가 쓴 일기 내용이라니 와 책에 있는 문장들인 줄 알았는데 우와,,,
여시야 첫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어 지금 내 기분이랑 너무 딱 맞아서....
일기라니 너무 아련하다
찡해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02 00:53
필사인줄 알았어!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깊이가 있네 여시는 참 멋진 사람이다
여시야 너무 좋다
여시야 행복해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네..정말 재능있다 잘봤어!
오늘 이 글을 본 게 오래전부터 정해진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드네. 하필 오늘. 마침 오늘. 장례식에 와 달라는 네 말에 절대 안 간다고 했지. 나는 당연히 너를 만나러 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멈춘 시간 내내 울고 있어. 이게 너에게 위로가 될까? 오늘은 너의 생일이고 나는 이제 많이 웃을 거야. 결단코 신은 없지만 너를 위해 사후세계 따위 없게 해 달라고 기도할게. 네 오랜 바람대로 편히 쉴 필요도 없는 그저 무의 상태로 네가 사라지길 비는 동시에 영원히 어딘가에 존재했으면 해. 요전에 파마를 한 번 더 했는데 잘 말렸는지 네가 봐주었으면 좋았을 걸.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데 달력이 안 넘어가네. 생일 축하해.
여시도 글 넘 잘 쓴다ㅠㅠ 이글과 이댓보니 진짜 책읽어야겠다 하아.. 너무 감성적이야
아 내마음이야 지금...
글 너무좋다 ㅠㅠ
일기였어? 글 너무잘쓴다ㅠ
너무 잘 봤어.. 이런 댓글 처음써봐..
고마워 여시야
또 보러올게🙂
제발 책 내줄 수 없을까
잘 읽었어 여시야ㅜ
짝사랑할 때의 감정이 떠오르네
계속 써줬으면좋겠어 정말너무좋은글이야. 나도 책을많이읽으면 내가느끼는 감정들을 과연여시처럼 쓸수있을까싶어. 좋은글 고마워
어떻게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또 글로 표현했어ㅠㅜ
할 뭐야..ㅠㅠ 책인줄알았어
🤍🤍🤍🤍🤍🤍🤍🤍🤍
여시야 나 또 보러 왔어 또 읽어도 너무 좋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20 16:2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20 18:39
와 ㅠ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좋아 여시야... 계속 읽고 싶다
여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