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 음악'과 '12음 기법'을 창안한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가 남긴 악보 10만 쪽이 로스앤젤레스(LA) 산불에 타버렸다고 영국 BBC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원본 악보들은 오스트리아 빈의 박물관에 소장돼 있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음악 프로덕션 회사 '벨몬트 뮤직 퍼블리싱'이 소장하던 악보들이 지난주 퍼시픽 팰리세이드 화재에 불타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에서는 오케스트라와 음악인들에게 악보를 빌려주기 위해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레온 봇슈타인 단장은 이 악보들이야 말로 연주하는 음악인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었다고 말했다.
쇤베르크의 아들 래리(83)는 악보들이 자택 뒤편 두 건물에 보관돼 있었는데 두 채 모두 화마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다른 쇤베르크 기념관도 파괴돼 사진들과 편지들, 포스터들이 파괴됐다. 래리는 성명을 통해 "쇤베르크의 작품들에만 초점을 맞춘 회사라 이번 손실은 단지 부지에 대한 물리적인 파괴뿐만 아니라 심각한 문화적 타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컬렉션이 부친의 카탈로그를 "정밀하게 큐레이트한 에디션"에 의지하는 음악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1874년 9월 13일 빈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베를린에서 작곡가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1933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LA에 정착해 기념비적인 작곡 작업을 이어가다 76세이던 1951년 7월 13일 LA에서 삶을 마쳤다.
벨몬트 사는 성명을 통해 악보를 디지털화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완벽하게 디지털 형태로 '잿더미에서 되살아나게' 되길 바란다."
이달 초 시작된 LA 산불에 지금까지 적어도 24명이 숨졌고, 수천 채의 건물이 불탔으며, 수만 명이 집을 버리고 탈출하게 했다. 네 건의 산불 가운데 2만 4000에이커 이상 피해를 입어 가장 피해가 큰 팰리세이드 산불을 비롯해 두 대형 산불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