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혈/모혈진단
앞에서 살펴본 맥진은 처음에는 조금 어렵긴 하다. 맥진으로 어떤 병이 심한지 짐작할 수 있고, 치료 후 맥의 변화를 보고 치료결과를 확인하기도 한다. 황제내경 맥진법의 6가지 맥을 짚는 요령을 참고하여 본인의 맥을 느껴보고 주위사람들의 맥도 짚어 보는 것이 좋다. 자주 맥을 짚어보자.
4-1 수혈(유혈) 진단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 본다. 수혈진단부터 알아보자. 우리 몸은 12개 경맥 365개 경혈(혈자리)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경혈이 있는 경맥이 족태양방광경이다. 먼저 그림을 보자. 장부의 명칭이 붙은 수혈이 많아서 이곳을 진단하는 것을 수혈진단이라 한다.
양쪽 견갑골 하단을 잇는 가상선을 긋고, 그 윗부분을 상초라 한다. 흉추와 요추의 경계에 가상선을 그어보고 위쪽은 중초이고 아래쪽은 하초이다. 그리고 등의 정중앙선(독맥)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 본다. 그러면 6영역으로 인체를 나누게 된다. 상초의 좌우(A와 B), 중초의 좌우(C와 D), 하초의 좌우(E와 F), 그리고 추가적으로 생식기쪽(G)을 따로 분류해 보았다.
진단방법은 안마를 해주는 것처럼 주먹을 살짝 쥐고 시원함을 느낄 정도로 등을 두드리면 된다. 부부나 가족이 서로 해주면 좋고 안마효과도 있다. 앉아서 해도 돼고 등이 위쪽으로 가도록 누워도 된다. 주로 방광경1선과 2선을 따라 두드린다. 방광경 1선은 가능하면 정중앙선(독맥)에 가깝게 두드리면 더 좋다.
A영역은 심장과 좌측 폐가 있고 이곳의 압통은 당연히 심장과 폐가 힘든 것이다. 흉추 1~3번까지는 폐에 의한 압통이고, 흉추 4~6번사이의 압통은 심장의 영향이 크다. 홧병이 오래 지속되면 방광경 2선의 견갑골 안쪽(고황부: 고황 신당 의희)까지 압통이 있다. 오래되면 왼쪽 어깨의 견정 거골까지 영향을 줘서 오십견이 생길 수 있다.
B영역은 대체로 폐가 힘든 압통이지만, 방광경 2선의 고황부 압통은 간화의 영향으로 압통이 생길 수 있다. 오른쪽 오십견은 오른쪽 고황부(고황 신당 의희)와 견정(거골까지)에서 간을 돕다가 굳어서 생긴 경우가 많다.
C영역은 소화기관인 비위의 영향이 크다. 간담의 병이 오래되면 비위를 억눌러 이 영역에 압통이 생긴다.
D영역은 간담의 직접적인 영역이다. 간담의 병이 오래되면 방광경 2선까지 압통이 생기고 방광경 2선을 따라 고황 견정 지실까지 압통을 유발한다.
EFG영역은 신장이 주관하는 하초의 영역이다. 요추 1~3번(삼초수, 신수, 기해수)은 신장의 직접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부위이다. 대장수 이하의 경혈들은 각각의 장부와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신장에서 생산한 精을 대장수 이하 여러 경혈을 중심으로 근육속에 저장하고 있다. 이러한 精을 많이 소모할 경우 허리 디스크라 불리는 것처럼 허리 근육이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근육 때문에 좌골신경통이 생긴다. G영역의 팔료혈(상차중하료혈)과 중려유 백환유 포황 질변은 생식기 기능 강약과 관련이 있다.
4-2 모혈진단
모혈은 해당장부의 병적기운(병을 유발할 수 있는 病邪의 기운)이 잘 모이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모혈의 위치는 대부분 인체의 전면부에 있다. 다만 비장의 모혈 장문과 신장의 모혈 경문은 측면과 후면에 각각 있다. 아래의 그림을 보고 대략적인 위치만 확인해 보자.
- 수태음폐경의 모혈 중부혈 : 침구교과서에서는 중부혈의 위치가 오두돌기 안쪽 운문혈에서 1치아래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맥진으로 모맥이면서 압통이 있는 부위는 오구돌기 바깥쪽 폐경 경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압통이 있는 부위를 촉진해보면 깨알크기에서 콩알크기로 경결물이 촉지된다. 가벼운 감기의 경우 한 쪽으로만 모맥과 압통과 경결물이 촉진되기도 하고, 깊은 병에서는 양쪽으로 모맥이 잡히고 양쪽 모두 압통과 경결물이 있다.
- 수궐음 심포경의 모혈 전중혈 : 양쪽 유중을 잇는 가상선의 한 가운데 임맥상에 위치하고 있다. 주로 간화에 의한 화병으로 전중혈에 큰 경결물이 촉진된다. 다른 이론에서는 흉골병의 골막이 부어 오른 것으로 설명한다. 수수깡이 세로로 세워진 형태이다. 누르면 아프고 화가 나면 이 곳을 주먹으로 쳐야 가슴이 시원해진다. 뜸으로 효과가 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간화를 꺼줘야 한다.
- 족궐음 간경의 모혈 우기문 : 9번 흉추와 연결된 갈비뼈는 그림의 기문혈에서 8번 갈비뼈와 만난다. 그 위치에서 임상적으로 기문혈이 위치하고 있고, 간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우기문혈이 간의 모혈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임상의 우기문혈에서 근육의 경결이 시작되어 갈비뼈 밑면을 따라 그림처럼 경결이 자라게 된다. 촉지하기도 어렵다. 손가락을 갈비뼈 밑면에 밀착시키고 유중혈 방향으로 누르면 겨우 촉지되기도 한다. 간의 병이 깊어 경결된 근육이 크게 자라면 원래 그림에 표시된 바와 같이 교과서적인 기문혈 자리까지 자라서, 그 곳에서 촉지되기도 한다. 간의 병이 심한 경우에는 우불용 우기문 우일월까지 갈비뼈 하단을 따라서 경결된 근육이 뭉쳐있어서 마치 핫도그 같다.
- 족소양 담경의 모혈 우일월 : 마찬가지로 10번 흉추에서 시작된 갈비뼈가 9번 갈비뼈와 만나는 위치에 임상적인 일월혈이 있고, 우측의 일월혈이 담의 모혈이다. 갈비뼈 밑면을 따라 경결된 근육이 막대기 표시처럼 커지게 된다.
- 모혈 역할을 하는 우불용혈 : 우불용혈은 족양명위경의 경혈이지만, 간에서 문제가 있으면 간을 위해서 기를 소모하고 그 부위의 근육은 경결되어 간다. 마찬가지로 갈비뼈 밑면을 따라 경결되는 근육이 커지게 된다. 우불용은 간을 위해서 딴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는 소화불량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 좌불용 좌기문 좌일월 : 한쪽의 문제가 오래되면 반대쪽에도 영향을 주게되어(대측효과?) 왼쪽의 좌불용 좌기문도 경결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좌일월은 임상으로 촉지한 적은 없다.
- 수소음 심경의 모혈 거궐 : 검상돌기 밑에서 1치 아래 1원짜리 동전크기로 촉지된다. 열대지역인 필리핀 사람들은 평생 뜨거운 기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대부분 쉽게 거궐혈이 촉지된다. 거궐혈은 금침혈이라고 하는데 궁금하여 자침하여 보았더니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항진한다. 바로 약침액을 주입하면 안정화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서 심하진 않지만 거궐혈 보다는 구미혈 문제가 많다.
- 거궐혈 대리역할하는 구미혈 : 소양형 체질처럼 열체질인 사람들은 항상 상초에 열이 많다. 상초부위의 소양경 양명경으로 근육이 많이 발달해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열이 차면 심장이 힘들어지는데 구미혈이 심장을 위해 일을 하면서 검상돌기 밑의 근육이 그림과 같은 방향으로 경결되어 간다. 오래되면 임맥의 소통을 막고 수승화강 통로를 막아버린다. 배수혈중에 횡격막과 관련된 격수혈은 뒤쪽의 수승화강 통로이다. 구미혈이 막힌 경우 격수혈도 막힌 경우가 많다.
- 검상돌기 주변을 압진하면 약 70% 이상의 사람들이 압통을 느낀다. 심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지만, 심한 경우에는 심장은 더 뜨거워지고 폐는 더 말라간다. 오래되면 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 부정맥 등이 온다. 폐가 말라 폐음허가 되면 당뇨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갱년기가 되면 몸이 전반적으로 음허가 되는데 구미혈이 경색되어 있는 여성은 더욱 폐음허가 진행되며 당뇨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폐음허가 심하면 그 열을 식히려고 피부를 방열판으로 이용한다. 부작용으로 전신이 가렵고, 아토피처럼 열꽃이 전신에 나타난다. 거궐혈과 마찬가지로 금침혈이다.
- 족양명 위경의 모혈 중완 : 중완부위에 상완 건리혈을 포함하여 두툼하게 만져지는 부위가 있는데 그 한가운데를 살살 촉지하면 콩알같은 중완혈이 촉지된다. 소화가 안될 때 여기에 자침하면 소화제보다 효과가 크다.
- 족태음 비경의 모혈 장문 : 11번째 갈비뼈끝에서 1~2치 위쪽으로 장문혈이 위치한다. 주로 당뇨가 있을 경우에 왼쪽의 장문혈에서 경결물이 촉지된다.
- 복부의 모혈들 : 수양명 대장경의 모혈인 천추는 배꼽에서 양 옆으로 2촌 떨어져 있지만 복부가 큰 분들은 바깥쪽으로 더 벌어진다. 위하수가 있으면 약간 아래로 쳐지기도 한다. 하복부의 모혈인 석문 관원 중극은 누워서 촉지하면 어렵지만 서있으면 소복이 팽팽해져서 임맥을 따라 촉지하기가 쉽다.
수혈/모혈진단을 통하여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종합하면 병의 병인과 병기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변증이라고 하며 동양의학적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압진과 촉진으로 수혈/모혈을 포함하여 병인 병기와 관련된 경혈들을 일일이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간과하기 쉬운 경혈들도 많다. 氣를 이용하면 경혈을 정확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기수련 방법과 함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시킬 수 있는 사관혈을 자침하고 수련을 하면 기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히말라야의 좋은 공기를 마시며 트레킹도 하고 수련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