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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홍중식 기자
더욱이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치료기에 비해 중입자 조사 부분 스캐닝의 정밀도가 높을 뿐 아니라 호흡 동조 치료가 가능하다. 호흡 동조 치료란 중입자 조사 시에 환자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해서 방사선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회전형 중입자치료기의 경우 기존 치료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만큼 회전통을 빨리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료원 회전형 중입자치료기의 크기는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병원·옛 NIRS) 치료기의 60% 정도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생명력이 강해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 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임상경험 쌓이면 전이 전립선암 치료도”
비전이 전립선암 환자를 상대로 첫 치료를 시작한 고정형 중입자치료기. 연세대의료원 제공
중입자치료와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중입자치료센터 설립의 산증인인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만났다. 금 교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일본 QST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연수를 다녀온 중입자치료 전문가로, 비뇨기암, 소화기암, 피부암이 주요 진료 분야다. 금 교수는 중입자치료센터 곳곳을 안내하며 “중입자치료는 여러 고형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등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1994년 일본이 가장 빠르게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이어 독일도 독자적인 기술로 2009년부터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일본과 독일 기술을 이용한 중입자치료센터를 다른 국가들에서도 갖추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2012년), 중국(2014년), 오스트리아(2019년), 대만(2022년)에 이어 우리가 일본 기술을 도입했다. 미국은 2026년부터 메이요클리닉에서 중입자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고정형 중입자치료기의 회전통.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 에너지빔을 환자에게 조사할 수 있다. 홍중식 기자
일본에서 특히 중입자치료가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입자치료를 지원한다. 현재 7개 기관에서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 중 5곳이 국공립 의료기관이다. 중입자치료기 제조회사뿐 아니라 운영 회사도 있어 중입자치료에 대한 기반 기술과 환경이 잘 갖추어진 셈이다.”
일본 중입자치료의 주요 성과라면.
“중입자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의 2년 생존율이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할 때보다 2배 정도 높아졌다. 재발 고위험군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중입자치료가 다른 치료보다 좀 더 효과가 좋다.”
일본은 다양한 전이암에 대한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은 전이암이 대상은 아니지만 치료 리소스와 환자 데이터 풀이 차고 프로토콜이 만들어지면 시작할 생각이다. 내년 하반기쯤 전이 전립선암도 치료하게 되고 대상 암 종류도 확대될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전이암이 대상이 될까.
“소수 전이, 즉 전이 병변의 개수가 적은 경우는 완치를 목표로 중입자치료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입자치료의 대상을 확대해나가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다.”
“올 연말 갠트리 가동, 다른 암종 치료 시작”
회전형 치료기(갠트리)로는 언제쯤 치료를 시작하나.
“갠트리는 설치 후에도 정확한 치료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 과정이 끝나면 전립선암 외 암종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첫 번째 갠트리는 올해 연말에, 두 번째는 내년 여름쯤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정형 치료기로 첫 치료 대상이 전립선암 환자였다. 물리적 이점이 있나.
“고정형 치료기로는 환자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에서 중입자 조사가 가능하다. 전립선은 몸의 중앙에 위치하고 뒤에는 직장이 있다. 양쪽 측면에서 중입자를 조사하면 직장을 피하고 전립선에만 치료를 집중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총 1만580명의 암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았다. 그중 전립선암 환자가 24.7%를 차지했고 그다음이 뼈암(11.5%), 두경부암(9.6%), 폐암(9.2%) 순이었다.
현재 중입자치료 대상 환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암의 종류마다 기준이 다르다. 일반적 기준은 전이가 없고 암이 덩어리로 있는 경우다. 중입자치료 대상은 최종적으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판단한다.”
중입자치료에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비용이 드나.
“환자마다 상황이 달라서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최소 5000만 원이라는 언론 보도가 잘못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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