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에서 술을 마시고 ‘옷벗기 게임’을 하다 같은 학교 후배를 성폭행한 중3 학생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는 후배를 성폭행한 중3 남학생 A군이 서울특별시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군이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학생인 B양을 상대로 최소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고 더 나아가 성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징계 처분 사유는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A군은 지난해 2월 친구 집에서 소개로 만난 학생들과 옷을 벗는 벌칙을 조건으로 걸고 일명 ‘왕게임’을 했습니다. 이들 중 같은 학교 한 학년 아래 후배 B양과 다음 날 둘이 만나기로 했고 술도 가져가 마시기로 했습니다.
A군과 B양은 실제 한 룸카페에서 생수병에 소주를 담아 마시면서 젠가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에서 지는 사람은 옷을 하나씩 벗는 벌칙도 제시했습니다. 옷을 벗지 않으면 소주를 마시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A군은 게임 중 남은 하의를 벗지 않는 B양에게 벌주로 소주를 모두 마시게 했습니다. 이후 A군은 술에 취해 어지러워 누워 있는 B양을 성폭행했습니다. A군은 B양을 준강간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부교육지원청은 B양의 신고를 받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B양과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2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10시간, 전학 조치 등을 결정했습니다. 저항이 어려운 상태의 B양을 성폭행해 정신적·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군 측은 “B양과 합의 하에 신체접촉을 했을 뿐 성관계나 성폭행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징계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군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B양은 A군과 단둘이 만나게 된 경위와 룸카페에서 A군와 해던 게임에 관한 진술 등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사건 발생 직후 연락 온 A군이나 A군의 친구에게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오히려 A군과 그의 친구가 B양의 성관계 사실을 알려준 만큼 B양이 당시 만취 상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군이 사건 당일 저녁에 B양에게 연락해 먼저 성관계를 했음을 인정하면서 사과한 사정 등도 B양의 진술에 부합한다”며 “B양이 사건 당일 A군이 술을 가져오는 걸 알고 있었고 합의 하에 벌칙으로 옷벗기를 하기로 정했다 해도 성행위를 하는 것까지 동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 A군과 B양이 길거리에서 껴안거나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지만 B양이 사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집에 와서 비틀거리는 모습에 부모님으로부터 술에 취했음을 들키기도 했다”며 “A군의 성행위에 B양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징계 처분, 특히 전학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